가평에서 시집온 금낭화

                                                                                                            연희동 김숙자

 작약 꽃의 새순 밑에는 뾰족뾰족 얼굴 내미는 꽈리가 하나, 둘, 셋, 넷.......
꽈리의 새순이 하루가 다르게 여기저기에 많이 돋아난다. 작년에 그 열매를 네 개를 땄다.

 어릴 때 꽈리를 만들어 불던 추억이 생각나서 그 귀한 것을 아홉 살 난 손녀에게 주었지만, 용도를 모르는 손녀는 할미의 추억을 이해할리 만무이고 별로 관심이 없는 듯 소중하게 간직하지 않는다.
큰아들 가족이 제집으로 떠난 후 손녀가 놀던 자리에는 붉은 꽈리 열매만 덩그러니 남아서 손녀의 얼굴을 아른거리게 한다.

꽈리의 새순 옆에는 돌 틈으로 거북손이 옹기종기 솟아오르고 있다.
물망초, 히아신스, 오색마삭줄, 인동초, 붓꽃, 왕원추리꽃, 비단 동자꽃, 설란 등,
모두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자신을 지키며 종자를 번식하는 강인한 생명력을 엿볼 수 있는 우리 집 뜰의 모습이다.

노부부는 매일 눈만 뜨면 이른 아침부터 야생초가 자라고 있는 작은 화단으로 간다.
새싹이  움트는 모습를 살피며 물도 주고 거름도 준다.
아직은 신록이 무성하지는 않지만, 하루가 다르게 봄의 향이 모락모락 뜰 속으로 번지고 있다. 보라색 꽃 물망초는 겨울 추위에 많이 얼어 죽고 흰색의 꽃 물망초만 하루가 다르게
무성하게 웃자란다. 같은 조건에서도 처지어 주저앉은 보라색 꽃의 물망초를 보며 인간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뒤쳐지는 낙오자의 모습을 엿보는 느낌이다.

으아리는 작년 5월 초에 여덟 송이를 꽃피우더니 올해는 스물셋의 꽃송이가 하늘을 향해
치솟으며 하루가 다르게 꽃봉오리가 통통해진다. 으아리 옆에는 아름답고 푸짐한 이파리가 독보이는 금낭화 한 포기가 여왕처럼 웃자라고 있다. 이 금낭화는 재작년 여름에 경기도 가평 솔안 마을에 사는 지인의 집 꽃밭에서 이곳으로 
옮겨 온 것이다.

본래 금낭화는 산지의 돌무덤이나 계곡에서 자라지만 요즈음은 관상용으도 가정에서 많이 심는다. 우리가 방문한 그날도 지인의 댁 석축 위와 처마 밑 화단엔 여기저기 금낭화가 탐스럽게 꽃 피고 있었다.지인은 방문한 친구들 셋에게 금낭화를 한포기 씩 캐 준다.

 
난 처음 보는 야생화였고 꽃 이름이 예뻐서 더욱 애착이 갔다. 한여름 뙤약볕에서 뽑았고,
뿌리가 끊겨서 살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시들해진 금낭화를 빈 화분에 옮겨 심은 것이다.
한동안 몸살을 앓던 금낭화의 잎은  여름이 지나고 찬바람이 날 때 즘 생기가 나기 시작했다.
‘참, 강인한 식물이구나.’

 작년까지도 다른 야생화에 치여서 별로 눈에 띄지 않던 금낭화가 올해는 이른 봄부터
독보이기 시작한다. 지난가을 물 빠짐이 좋고 종일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옮겨 심은 덕인지
잎이 무성하고 줄기가 다섯 대로 늘어났다. 줄기 끝에는 꼭 벼 이삭이 고개 숙이듯 꽃 대 다섯 개가 많은 꽃망울을 조롱조롱 달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꽃도 예쁘지만, 잎이 더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금낭화의 잎은 푸르스름하며 생김새는 잎자루가 길며 세 개씩 2회 깃꼴로 갈라진 모양으로 어긋나게 달렸다. 갈라진 조각은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의 쐐기꼴(v)로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는 缺 刻이 있다.
꽃은 5~6월에 담홍색으로 피는데 달랑달랑 달린 많은 꽃 망울이 줄기 쪽부터 꽃잎을 열기 시작한다. 우리 집은 요즘부터 피기 시작한다. 양지바르고 아늑해서 그런 것 같다.

 꽃은 蔥蔥 꽃차례로 줄기 끝에 주렁주렁 달렸다. 화관은 볼록한 주머니 모양이다. 
꽃잎은 넉장이 모여서 편평한 심장 형으로 되고 바깥 꽃잎 두장은 밑부분이 꿀주머니가 된다. 안쪽의 꽃잎 두장은 합쳐져서 관 모양으로 돌기가 된다.
아깝지만 이파리 속에 가려진 만개한 꽃 한 송이를 따서 먹어본다.
달착지근하고, 혀끝이 쌉싸래하다.

꽃받침은 두개며 가늘고 작은 바늘 모양으로 꽃자루 밑에 붙어있고 한 개는 일찍 떨어진다. 연꽃 화분의 물 위에 떨어진 꽃받침은 꼭 가는 붉은 수염 같다. 
꽃술은 여섯개이고 암술은 한개이다. 열매도 열린다는데 아직 한번도 보지 못 했다.
올 해는 열매를 꼭 보고 싶다.

 꽃줄기가 무거울 것 같아서 남편은 줄기에 지지대를 대여 묶어 준다.
잘못하여 꽃줄기 하나를 부러뜨리고 줄기 네개가 남았다.
남편은 서오릉 화원에서 사온 거름을 금낭화 밑에 듬뿍 준다. 하루가 다르게 키가 쑥쑥 큰다. 금낭화는 생명력이 강하고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른 것 같다.
키는 50~60㎝ 정도라는데 우리 집의 금낭화는70~80㎝정도 되는 것 같다.

 이른 봄에 어린잎을 채취하여 삶아서 나물로도 쓴단다.
한방에서 전초를 채취하여 말린 것을 금낭이라고 하며 고름을 잦아들게 하고 부종을 가라앉히는 효능이 커서 타박상이나, 종기등의 치료에 쓴단다.
원산지는 중국이나 우리나라 설악산 지역에도 많이 자생한다고 한다.

꽃말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남편한테 말하니 꽃말까지도 맘에 든다고 한다. 
꽃말도 예쁜 금낭화, 난 남편한테 금낭화 꽃이 되고 싶다.  
 
금낭화의 꽃피는 모습


으아리의 꽃봉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