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숙자
ㆍ작성일	2014-10-27 22:40

ㆍIP: 108.xxx.86

믿음

뉴저지에서 김숙자

뉴저지의 가을 하늘은 청명하다.
요즘은 밤에 비가 부슬부슬 오다가도 아침이 되면 구름이 걷히고 맑은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날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앙상해지는 가지 사이로 바람이 스칠 때마다 남은 단풍잎마저 우수수 휘날려 떨어진다.
길가엔 쏟아진 단풍잎을 긁어모아 둔 단풍잎 무더기가 큰 낟가리처럼 여기저기 쌓여있다.
커다란 청소차는 주택가 구석구석을 돌며 꼭 가을 햇볕에 잘 마른 곡식을 쓸어담듯 말끔히 청소하는 것이다.
아파아트 관리실에선 간간이 보일러도 틀어주니 깊어가는 가을임을 실감하는 뉴저지의 가을 날씨다.

일요일 아침엔 언제나 허드슨강 장로교회의 목사님 댁에서 전화를 하신다.
오00 목사님 댁은 우리가 사는 아파트 101동은 아니지만, 같은 River Edge Garden Apartment House 에 사는 목사님이시다.
장남과 동갑인 젊은 목회자이지만 많은 신도를 접하는 경력과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설교를 많이 하여선지,
장남보다도 인생을 더 많이 알고 계신 듯한 아주 능력이 있는 목사님이다.

미국에 올 때, 미국 John F Kennedy 공항에 도착한 날은 8월 8일이었다.
미리 연락을 받은 남편의 지인은 큰 차를 가지고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딸의 연락을 받은 오 목사님도 큰 차를 가지고 와서 두 시간을 기다렸다고 하신다.
두 분께서는 땀을 뻘뻘 흘리시며 그 많은 짐을 아파트까지 운반하여 주셨다.

목사님은 아파트 임대문제, 관리비 정산문제, 손자들 학교 입학 문제, 관공서의 안내(주민등록 신청), 은행업무(카드 발급) 등 빨리 정착할수 있도록 손수 운전하며 안내를 해주셨다.
그동안 오 목사님은 서울에서 뉴욕으로 연수오는 판사의 거취 안내를 도맡아서 해주셨다고 한다.
연수가 끝나고 한국으로 귀국할 때까지 궂은일을 도와주셨던 전임 판사의 뒤를 이어서
또 딸의 거취 안내를 해주신 것이다.
목회자로서 낯선 이곳으로 유학이니 연수를 오는 우리와 같은 처지인 사람을 안내하며 도와주는 것이 목적이었겠지만, 하나님의 전달자로 하느님께 인도하려는 구원의 손길이 되어 주시려는 것이 아닐까?
어떻든 신앙을 접어둔 우리 가족에게는 하나님의 은총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깨닫는 계기가 된 것이다.

미국에 온 지 얼마 동안은 차량 등록과 보험처리가 빨리되지 않는다. 담당자가 여름휴가를 갔다고 기다리라니,
외유가 자유롭지 못한 우리 가족은 아주 불편한 생활을 하는 중이다.
이곳은 인간의 발이 되어주는 차가 없으면 꼼짝을 못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어렵고, 모두가 승용차로 이동한다. 우리나라에서 두 시간의 먼 거리도 이곳은 아주 가까운 이웃처럼 생각한다. 땅이 넓어서인 것 같다.

오 00 목사님의 사모는 일요일이면 꼭 우리 가족을 Pick Up 하여 교회에 함께 가자고 하신다.
오00 목사님이 목회하시는 허드슨 교회는 우리가 사는 거처에서 30분 이상 소요되는 먼 거리에 있는 교회이다.
교회를 갈 때마다 목사님 사모는 딸과 손자들을 차에 태우고 교회를 가곤 하는 것이다.
목사님 댁에 너무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던 중 차 등록과 보험 처리가 되었다.
일요일이면, 딸은 아이들을 태우고 손수 운전하며 열심히 교회에 나간다. 노부부도 함께 가자고 권한다.
딸의 성화와 목사님 댁에 끼친 신세에 보답(감사 헌금)할 겸, 교회에 가 보았다.

스펜인 사람들이 집단 거주하는 지역에 위치한 이 교회는 미국 역사의 초창기에 세워진 역사가 깊은 교회이다.
넓은 평지에 우뚝 선 교회는 처음에는 가톨릭계의 큰 성당이었다고 한다.
지붕 위에 둥근 청돔 네 개가 역사가 깊음을 증명하듯 낡고 고풍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교회 안에 들어서는 순관 이런 교회의 유지와 관리를 어떻게 할까? 걱정이 앞섰다.
1,000명 이상 예배를 볼 수 있는 넓은 교회 안은 열 명 이상 앉을 수 있는 오래된 긴 밤색 의자가 줄을 지어서 홀을 가득 메웠다.
제대 앞에는 큰 앰프 시설이 설치되었고 교인 40여 명이 찬송가를 힘차게 부르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성가대원 20여 명이 옆의 성가 무대로 나가니, 예배 홀엔 20여 명만 남았다.
너무 쓸쓸해 보였다.
안내서를 읽어보니 목사 네 분이 이 교회를 운영하는 듯 싶다.
오 목사님 설교는 힘이 있고 설득력이 있는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하나님이 존재함을 진실로 믿고, 확신을 해야 하며 남과 다른 신앙생활을 하여야 한다."

난 오래전부터 교회를 다니지 않고 있다.
삶에 있어서 믿음이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의 마음을 하느님께 맡기지 못하는 것은 종교에 대한 불신감일까? 이기심일까? 아님 죄책감일까? 나이가 들수록 난 신앙을 가질 자격이 못 된다고 스스로 자인을 하는 것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천주교 신자였고 많은 축복을 받았다, 그 축복의 은덕을 저바리고 지금은 성당에 단니던 발걸음을 끊었고 냉담자가 되어 수십여 년을 살았다. 그동안 성당에 나가자고 남편과 수없이 의논을 하였지만, 지금까지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가끔 죄책감에 빠져들곤 하였다.

젊었을 때는 아이들 다 키우고 한가로워지면 다니자고 남편과 여러 번 다짐하였다.
나이 들어선 생활에 쫓기어 시간이 없다, 교회가 멀어서 다니기 불편하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다, 가족 모임이 있다.등 여러 가지 문제의 핑계가 생기어 지금까지 냉담자가 된 것이다. 아니 내 자신이 믿음을 가진 신자가 지녀야 할 자질이 너무 부족한 것을 느끼고 깨달았기에 교회에 갈 자신이 없었다.
하나님의 존재감을 의심하고, 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이나 혈육을 돌아보지 못하고, 타인을 불신하고, 내가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은 절대적으로 믿지 않고 옹고집만 부리고 있으니,
죄인이 된 나는 하나님 곁으로 접근하기가 두려웠다.
하나님과 이웃에게 봉사할 수 있는 젊은 시절을 다 보낸 지금, 이제 나이 들어 죽음에 가까운 내가 하나님을 찾으며, 교회를 간다면 하나님은 받아 주실까?
지금에 와서 미국에서 성당이나 교회에 다닌다는 것이 양심상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이다.

일요일이 되면, 딸과 손자들만 교회에 가도록 준비를 시킨다,
일할수 있는 능력과 젊음을 헛되이 보내지 않도독, 이웃과 하나님께 봉사하라고 강요한다.
봉사의 시간이 없다면, 감사헌금을 넉넉히 내라고 당부한다.
'우리에게 삶을 지탱할 양식을 주시고, 우리가 일할 수있는 힘을 주시고, 우리를 용서 하시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목회자야말로 눈에 보이는 마음의 하나님이 아닐까?

Cherry Hill 초등학교 부근에는 Fort Lee 장로교회가 있다.
손자들 유치원과 학교에 가고 올 때와 River Edge 도서관에 갈 때마다 이 교회 앞을 지나간다.
교회 선간판엔 한국인과 외국인 목사 두 분이 각기 다른 신도를 관리하는 듯, 한 건물에 두 교회 이름이 적혀 있다.
한국에서는 보지 못한 이 곳에서만 볼 수있는 현실적인 교회 운영의 현상이다.
신앙을 가진 교포들은 밀집되고, 교회 건물은 세울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수밖에,
'미국 교회 분위기는 어떠한가?'
교회 안으로 가고 싶은 충동이 선뜻선뜻 생긴다.
믿음이란 내가 하나님의 존재감을 진실하게 믿고 신앙생활을 실천하며 올곧게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교회의 규모나 목회자, 교회의 환경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나는 집에서 가까운 이 교회가 자꾸 눈에 밟히는 것이다.
그러나 일요일만 되면 오 목사님의 설교 말씀이 듣고 싶어지니, 나의 믿음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생기는 것이 아닐까?

2014.10.26 뉴저지에서 Kimsj

집 앞에서 교회를 가려고 차를 기다리는 중

이순향 2014-10-28 12:45	뉴저지에 계시는 긴 작가님..사진이지만 근황을 볼 수 있어서 반갑습니다.....ㅎ 저도 종교에 관해..비슷한 고민이...늘 있습니다..어느 무신론자가 교황에게 물었습니다..무신론자도 죄를 지으면 신에게 용서를 받을 수 있냐구요...교황이 말씀하신 것 중의..기억이 나는 건..누군가가 진지하게 참회하는 마음으로 호소를 한다면 신의 자비는 한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 답변을 보고...날라리(?) 신앙인인 저는...아무렴 그렇지.종교라는 것이 저 정도의 포용력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한국은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가고 있답니다.. 노란 은행잎..빨간 단풍잎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움이 가득한 미국에서의 생활이 되시길 바랍니다..^^

Halloween Day

뉴저지의 겨울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