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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김숙자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김숙자
ㆍ작성일 2014-03-17 17:43
ㆍIP: 59.xxx.101
등단 작가로 입성한 날
연희동 김 숙 자

"당신, 일찍 서둘러"
남편은 늑장 부리는 나에게 재촉을 한다. 사실 나는 오늘 시상식에 참석하는 일이 서서히 걱정된다. 글을 쓰는 기본적인 실력도 없거니와 체계적인 문학수업도 받지 않았다. 그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남의 작품이나 책을 많이 읽지도 않았던 아주 무지한 실력을 나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남편은 이런 나의 실력을 알면서도 넋두리 같은 글을 써 놓으면 그저 잘 썼다고 격려를 한다.
"당신은 운동 신경은 둔하지만, 글을 쓰는 재주는 타고난 것 같아"

글의 소재가 시골집이거나 우리 가족의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을 써 놓으면 남편이 제일 먼저 읽는다. 어쭙잖은 글을 읽고는 남편은 잘 썼다고 인정을 해주어서 또 쓰고 싶은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것이다. 내 글의 애독자인 남편 때문에 교직을 떠난 후 한편 두 편 써 놓은 것이 수필 작가로 등단하게 된 기회가 된 것이다.

남편의 생신 기념일에 가족들이 모였을 때 신인작가 수상 일정을 말한 적이 있다. 딸과 막내 내외가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막내며느리는 근무학고 있는 학교(배화여고)에서 가장 바쁜 신학기임에도 불구하고, 퇴근하여 늦은 저녁에 수상식 날의 일정을 재차 확인하는 전화를 한다.
큰아들은 광주의 김대중 컨벤션홀 기념관에서 호흡기 내과 학회(결핵 학회)의 특별 강사로 초빙되어 참석을 못 하겠다고 아쉬워한다. 큰며느리는 혼자서 아이들 셋을 데리고 참석하기가 쉬울 것 같지 않아서 며느리의 의중을 묻지도 않았다.

3월 16일의 수상식 날, 혼자 가고 싶었다. 며칠 전에 남편과 둘이서 치과 병원을 가는 중 대한문인협회 사무직원의 전화를 받았다. 수상식에 참석 여부를 확인하는 전화다. 남편은 무조건 참석하겠다고 뜻을 전하란다. 그리고 아들,며느리, 딸에게도 알리겠단다.
"대략 참석 회원은 몇 명이나 되나요?"
전년도의 행사 규모( 보통 3~40여 명)를 대략 이야기해준다.
이번 행사는 성대할 것인가? 조촐할 것인가?. 본인만 참석해야 할 것인가? 행사의 분위기도 모르겠고. 남편은 괜찮겠는데 아들, 딸, 며느리까지 대동하다니.......
행사 장소가 서울도 아니고 먼 대전의 예술의 전당이란 것도 마음이 흔들린다.
"애들아, 황금같은 휴일, 너희 일정대로 휴일을 보내거라"
아이들 집으로 전화 할까? 출발하기 직전까지 고민을 한다.

아침 9시 30분에 남편의 재촉으로 마포에 가서 딸과 외손자들을 합승하고 대전으로 출발한다. 연신내에서 막내아들 내외도 출발한다고 연락이 왔다. 어떤 일이든 시작하기 전까지는 생각과 갈등이 혼란을 주기도 하지만 일단 진행이 되면 그 일에 몰입하게 된다. 날씨까지 화창하다. 주택에 살다 보니 집 안은 계절의 흐름을 더디게 느낀다. 엊저녁에,수상식에 입고 가려고 챙겨놓은 철 늦은 옷을 입고 오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된다. 고속도로 가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높은 건물들을 보니 딴 세상에 온 느낌이다. 도심 속의 산속 같은 솔숲 속의 집에서 아래층, 윗 층에서 각자의 취미활동으로 소일하는 노부부에게는 이곳은 아주 활기차고 역동적으로 살아 숨쉬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봄의 향기를 마시며 기대에 찬 어떤 목적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 노부부에게 이 시각의 다가오는 풍경은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 스멀스물멀 몰려와서 온몸으로 확 퍼지고 있다.

망향휴게소에서 막내아들 내외와 합류한다.
그들의 취향에 맞는 차와 음료수를 마시며 젊음의 미각에 노부부도 도취해 본다. 신선하다. 외손자들의 재롱, 아들, 딸, 며느리의 젊음의 기를 듬뿍 받는 노부부의 마음속엔 만개한 꽃러럼 행복감이 가득하다.
대전 예술의 전당에서 만나기로 하고 아들 내외와 또 헤여진다.

대전 예술의 전당 미술관은 꼭 서울의 소극장 같은 규모다.
식장 안은 이미 꽉 찼다. 각 지에서 온 많은 작가, 신인등단 작가(26명), 가족들.......
2014년 봄행사 및 문학상 시상식은 성대하고, 진행 과정은 아주 화려하다.
등단작품의 시 낭송, 축하공연, 문학상 시상식, 기념촬영, 뒤풀이.......
200여 명의 기성작가와 신인수상작가들과 만남은 반갑고, 고맙고, 기쁘고, 행복함, 그 자체였다.

문인협회에 정회원, 수필작가
2008년도 8월에 교직을 떠난 후 붙여진 제 이의 삶과 함께하는 나의 명함이다. 이 고귀한 명함에 대해서 얼만큼의 걸맞은 자격이 있을까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내 삶과 내 사고의 표현을 어떤 형식이나 틀에 맞게 꿰맞춰 화려하게 꾸미는 재주는 본래부터 없었거니와 기본적인 자격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인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새 삶의 명함인 이 수식어가(수필작가) 과거와 미래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하여 내 가족과 후손들에게 길이 전해 주는 데 부족함이 없는 나의 명칭이 되고 싶다. 남편은 족보를 재 구성할 때 판사(딸)의 어머니, 수필작가라는 나의 수식어를 기록하겠단다.
마음은 넓게, 생각은 밝게, 눈은 크게 떠서 내 주변과 얽혀질 삶의 언저리가 하나하나 꾸밈없이 그려보겠다는 욕망이 하늘을 찌를 뿐이다.
                                                                                                     2014.3.22.   연희동 KImsj

  
 
 
 
이름아이콘 주응규
2014-03-21 11:17
회원사진 		김숙자 작가님 만나뵈서 반가웠습니다
늘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시고
건안건필하십시요
   
이름아이콘 이순향
2014-03-24 11:24
회원사진 		훌륭한 교사로써의 1막을, 멋진 수필 작가로써의 2막을, 보기 좋습니다...보는 사람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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