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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김숙자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김숙자
ㆍ작성일 2015-10-13 09:02
ㆍIP: 100.xxx.189
눈물
연희동 김숙자

난, 본래 눈물을 잘 보이지 않는 편이다.
아무리 속상한 일이 있어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가슴 찢어지는 아픔이 있어도 혼자 삭히며 혼자 울고,
남 앞에서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태연한 척한다. 
상대가 강할수록 눈물을 더 숨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왜 이렇게 눈물이 많아졌을까?
남의 슬픈 사연을 들어도 눈물이 나고, 가슴을 울리는 글을 읽어도 눈물이 나온다.

  어느 결혼식장에서 신부가 시댁 어른과의 관계, 신랑의 모든 인연에 대해서 남편의 뜻을 잘 받들고 섬기겠다는 진심이 담긴 글을 신부님 앞에서 읽는 장면을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신부가 몇 날을 두고 생각하며 쓴 글이었을 것이고, 마치 신부님께 고해성사하듯 혼배성사의 날,
양가의 부모님과 여러 축하객 앞에서 약속하듯 읽는 신부의 차분한 모습이 왜 불쌍해 보였을까?
이 아름다운 장면에서 왜 눈물이 나왔을까?
   신부의 어머니와 30여 년간, 교직 생활을 함께 하고 정년퇴직을 하였고
매월 모임에서 만나는 오랜 지인의 딸이기도 하였지만,
혼기가 아주 늦은 신랑 신부의 조촐한 둥지를 트는 모습이 진솔하고 아름다워서 흐르는 감동의 눈물이었다.
  그 날, 동행한 모임 교사들에게 붉어진 눈빛을 감추려고 볼 일도 없이 화장실을 갔었다.

  요즘은 냉철한 이성이 흐려지고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며 조금만 서운하여도 눈물을 흘리는
날이 많아졌다. 거울에 비친 주름진 얼굴을 보아도 눈물이 나고, 
젊었을 때 아이들 키우느라 고생한 옛일을 생각하여도 눈물이 난다. 
화가 나고, 그렇게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을, 
혼자서 떠안고 살아온 것 같은 후회의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이렇게 마음이 여려지며, 눈물이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늙어가는 설움일까?  이 세상 끝이 가까워지기 때문일까? 

  얼마 전에 대학교 또래 모임의 친구 중 남편이 세상을 떠나신 비보를 알게 되었다.
7년을 폐암으로 고생하다 세상을 등진 고인이지만, 돌아가신 분의 얼굴을 뵌 적이 없다, 
몇 번을 병문안 갈 것을 간접적으로 의논하였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성사되지 못하고 미국으로 떠나왔다.
 고인께 그리고 친구에게 죄송함과 미안함이 한이 되어 가슴에 뭉쳐있다.
  그 비보를 읽고 가슴이 메지는 것 같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가녀린 친구의 홀로 선 모습을 상상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내 설움의 눈물도 함께 쏟았다.

   눈물!
 목숨을 거두는 순간에 흐르는 눈물을 영화에서 본 적이 있다.
 인간 본연 희로애락의 감정을 목숨을 거두는 순간 눈물로 표현한 장면일 것이다.
이렇게 눈물은 죽는 순간까지 내면의 진심을 표출하는 감정의 표현이지만,
우린 절제를 한다. 또 눈물을 숨기려고 애를 쓴다.
 왜 눈물을 수치라고 느낄까?
 
  그러나 요즘 절제가 잘 안 되고 흐르는 눈물, 
 숨김없는 나의 순수한 감정 상태가 아닐까? 
 가을을 아주 싫어하는 나는,
 낙엽이 휘날리는 뉴저지의 거리의 모습을 보고도 눈물이 나온다.
 
                                                                           2015년 11월 15일
                                                                                                     뉴저지에서 Kim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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