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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01-18 14:12
ㆍIP: 124.xxx.149
슈킹 (114회)

 밖에서 얼었던 몸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확 풀렸다. 그런데 안에서는

그들이 컴퓨터를 제외한 서류와 비품들을 싸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현수 형, 걸레를 적셔서 모든 집기와 벽까지 지문 안 나오게 닦아줘요. 동수

형은 박스에 정리한 것을 차로 옮기고 쓰레기도 박스에 담아 둬. 절대 근처에

버리지 말고. 잘못하면 증거로 남을 수 있으니까.“

 이제 사무실에는 노트북과 컴퓨터 한 대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현우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서서히 겨울의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와 동인이 각자의 컴퓨터에 앉은 시간은 9시 10분이었다. 동수는 이체할

여자들을 만나기 위해 30분 전에 사무실에서 출발했다. 그들도 이 작업을

마치고 급히 그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두 사람은 뚫어져라 모니터에 눈을

고정한 채 클릭을 하면서 입금이 안 되었으면 전 화면으로 돌아가는 노동을

계속했다.

 “형, 들어왔어! 형은?”

 그는 흥분하여 다급하게 속삭였다. 그리고 현우에게 눈짓으로 가까이 오게 했다.

 모니터에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잔액 천 원이 어느새 5억으로 변해 있었다.

현우의 눈이 번쩍였다. 그와 동시에 동인이 확인이란 글 위에 올려져 있는

마우스의 화살표를 눌렀다. 이로써 서울금융의 작업도 종료되었고 이때의 시간은

9시 35분이었다. 단지 이론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현우의 모니터에

같은 금액이 입금된 것은 5분이 지나서였다.

 그렇게 뜬 눈으로 고스란히 밤을 밝힌 그들이 이체작업을 끝내고 영원히 그

사무실을 벗어날을 때는 10시를 막 넘기고 있었다. 현우는 사무실을 나오면서

이제부터는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때 동인의 휴대폰이 울렸다.

 “동인아, 큰일 났어! 아줌마들이 은행 갔다 왔는데 통장에 돈이 하나도 없다는

거야. 어떻게 된 거야?“

 “무슨 말이야. 지금 제 정신이야? 내가 아침 8시 전만 해도 2번씩이나

확인했는데 돈이 없다니 말도 안 돼.“

 그는 자기가 뭔가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는지 휴대폰을 다른 귀에다 바꿔

대었다. 그리고는 절대 그럴 리 없다고 펄쩍 뛰었다.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고개를 가우뚱하면서 의문에 싸인 표정을 지었다.

 “왜 나한테 역정을 내냐. 여자들이 설마 거짓말 하겠어. 일단 이쪽으로 빨리

와봐.”

 동수의 고함치는 소리가 휴대폰을 통해 들려왔다.

 그는 숨을 죽인 채 동인의 행동을 주시했다. 그는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차창 밖을 바라보면서 이럴 수는 없다고 고개를 미친

듯이 흔들었다. 운전대를 잡은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형, 난 지금 귀신에 홀린 기분이야.”

  만나기로 한 커피숍에 도착하니 돈을 찾을 4명의 여자들이 2명씩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고 동수는 문 앞에 있었다. 그는 동인을 보자마자 새벽에

5억씩 입금한 8개의 통장을 그에게 내밀었다. 통장을 펼친 그는 소스라치게

비명을 질렀다.

 그는 벽에 기대서 한참 동안 정신을 가다듬으며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려고

애를 써 보았다. 그러나 뭐가 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7개 통장마다

오늘 날짜로 5억이 입금되었다가 5억이 빠져나가 잔액이 잔액이 0원으로

찍혀 있었다. 단 1개의 통장만이 5억이 입금된 채 그대로였다. 그 통장은

마지막으로 서울금융의 수표가 현금으로 바뀐 후 작업한 이체금액 중 하나였다.

 고려, 대양, 서울, 한양 중 유독 서울금융의 10억 중 5억을 그들의 통자으로

남긴 것은 현우의 의도된 계산이었다. 그것은 서울의 돈은 은행 직원이 두 눈을

버젓이 뜨고 있는 몇 초의 눈 깜짝할 사이에 종적을 감춘 것이다. 그들도

처음에는 영문을 몰라 당황하다가 엉뚱한 사람에게 입금된 것으로 알고는 곧

그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어쩌면 그의 이론이 먹혀들어 현우 쪽으로 돈이

입금된 것처럼 사고은행이 그런 오류에 대한 방비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는

현우 쪽도 모르고 있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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