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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12-17 11:19
ㆍIP: 124.xxx.149
슈킹 (101회)

 "수혜 씨, 가는 동안 재미있는 이야기 해드릴까요?"

나란히 걷고 있던 현우가 그녀의 응답도 무시한 채 바로 입을 열였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할머니가 조용히 남편을 불렀대요. 그리고는 '영감, 내가

죽기 전에 고백할게 있어요'라고 콩 세 알과 만원짜리 한 장을 내놓았대요.

할아버지가 이게 뭐냐고 물으니, 그동안 당신 모르게 바람을 피울 때마다

하나씩 모은 콩이라고 했대요. 할아버지가 '한평생 살다 보면 세 번 정도야

실수할 수도 있는 일이지. 괜찮아'라고 말했대요. 그런데 만 원짜리 지폐는

뭐냐고 물었대요. 할머니가 뭐라고 그런 줄 아세요?"

 현우의 눈을 물끄러미 쳐다본 그녀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동안 콩을 판 돈이에요."

 그녀는 머뭇거리다 킥 하고 웃으며 그를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그러나 속으로는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입을 막은 손에 힘을 주는 것이 보였다.

 "다른 것 하나 더 해드릴게요."

 이때가 기회다 싶어 그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3일 동안 먹이를 찾아 헤매던 호랑이가 토끼를 발견하고는 한 발로 낚아챘대요.

이때 토끼가 하는 말이 '이거 놔, 짜샤!' 그러자 순간 어안이 벙벙해진 호랑이가

토끼를 놓아주었대요. 상상도 못할 말에 충격을 받은 호랑이는 다음날까지도 그

충격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방황하다 또다시 토끼를 발견하고는 역시 한 발로

낚아챘대요. '나야, 짜샤!' 그런데 바로 그 토끼일 줄이야! 또다시 충격에 휩싸인

호랑이는 토끼를 놓아주고 말았대요. 호랑이는 앞으로는 절대 토끼를 놓치기

않겠다고 다짐했대요.

 다음날 호랑이는 또 토끼를 잡았대요. 다행히 이번에는 그 토끼가 아니었대요.

하지만 호랑이는 그 토끼가 한 말에 그 자리에서 실신해 버렸대요. 그 토끼가 뭐라

그런 줄 아세요?"

 역시 그녀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소문 다 났어, 짜샤!"

 그녀는 아니나 다를까 지나가는 사람도 의식 못하고 까르르 소리 내며 웃음을

터트렸다. 마치 활짝 핀 꽃잎이 부서지는 듯한 부드러운 음성이었다.

 그는 그녀의 웃음소리에 자기의 계획이 적중한 것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녀를

만나면 어떻게 가까워질까를 고민했던 그는 인터넷에서 유머를 발췌하여 외우고

나왔던 것이다.

 "실장님은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어요? 겉으로 봐서는 전혀 안 그럴 분

같거든요."

 "저는 이것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천 가지 정도 알고 있어요."

 그가 능청스럽게 말했다.

 "앞으로 수혜 씨 만날 때마다 3가지씩 해드릴게요."

 "정말요?"

 은연중 그를 경계하던 분위기와 서먹한 관계가 조금 수그러든 것 같았다.

 "그러면 약속대로 마지막으로 하나 더 하면 3개를 다 채운 겁니다."

 어느새 그의 목소리는 거드름이 섞인 중저음으로 변했다.

 "옛날 어느 고을에 원님이 있었는데 소문난 공처가 였대요. 하루는 아침부터 부인에게

심한 잔소리를 듣고 관청에 나왔는데 부하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여 불러 모아

놓고는 '너희들 중 마누라가 무서운 사람은 왼쪽으로 물러서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

자리에 남아 있거라'하고 지시를 했대요. 모두들 왼쪽으로 우르르 모여 들었는데

단 한 사람만 그 자리에 있었대요. 원님이 하도 대견스러워서 '너는 어찌하여 마누라에게

큰소리를 치고 사느냐'고 물었는데 그 부하가 무슨 대답을 했는지 아세요?"

 그녀는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지만 앞의 유머를 인해 이미 반쯤은 웃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처럼 눈과 입이 스마일이 되어 있었다.

 "제 처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녀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이제 집에 거의 다 왔어요. 여기서부터는 혼자 갈게요. 오늘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정말 고마와요."

 그녀의 작별인사가 끝나자 그의 눈이 적절한 기회를 포착한 듯 반짝하고 빛났다. 그는

잔기침을 하고 나서 입을 열었다.

 "수혜 씨, 제 좌우명이 뭔지 아세요?"

 그가 갑자기 조금 전까지와는 다른 분위기의 말을 꺼냈다. 그녀는 당황한 듯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쇼팬하우어의 묘비명이 저의 좌우명입니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네'

바로 이겁니다."

 현우는 말을 밷고 나서 이 시점에서 왜 이 말이 불쑥 나왔는지 자신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 말만이 이 순간 그녀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표현인 것 같았다.
이름아이콘 윤혜석
2013-12-18 18:58
회원사진 		이작가님, 안녕하세요~
드디어 100회를 넘어 101회를 연재하게 되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그간의 진척을 이제사 하나하나 읽으며 올라옵니다.
현우의 1대 3 혹은 더 이상의 전쟁이 얼마나 애를 태울지...^^
절정을 향해 가는 이야기에 재미와 긴장이 더해집니다.
따뜻하게 마무리 되는 2013년 되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3-12-21 09:48
회원사진 		《Re》윤혜석 님 ,
윤 작가님!
늘 관심과 격려에 고마움과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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