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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01-13 10:30
ㆍIP: 124.xxx.149
슈킹 (112회)

 그때 동인의 휴대폰이 울렸다. 다른 W은행에서 작업하고 있던 동수의 전화였다.

동인이 급하다며 그에게 빨리 말하라고 재촉했다. 동수가 그쪽에서 만든 통장의

정보를 그에게 말했다.

 모니터를 보면서 동인이 마찬가지로 대양에서 방금 만든 통장의 계좌번호를

그에게 알려주었다. 동수가 은행 안에 있는 작업손님에게 전화를 해 그에게 받은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말했다. 그쪽에서 일처리가 현우보다 몇 분 늦었다.

이때의 시간이 4시 32분이었다.

 현우가 가뿐 숨을 몰아쉬며 담배에 불을 붙이려 흥건히 젖은 와이셔츠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라이터를 꺼냈다. 일회용 라이터는 습기로 축축해져 라이터돌만이

번쩍였다.

 사무실 맞은편 W은행 안에 있던 작업손님이 현우에게서 들은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로 통장 분실신고를 하면서 인터넷 뱅킹 신청을 동시에 했다. 작업손님이

다시 새로 만든 통장을 은행 후문에서 기다리고 있는 현우에게 건네준 시간이

4시 45분이었다.  

 작업손님에게는 2개의 통장으로 실적을 쌓아야 대출이 빠르다고 말해 놓았기에

그는 기쁜 마음으로 통장을 주고는 돌아갔다.

 다른 W은행으로 갔던 동수가 새로 만든 2개의 통장을 갖고 오는 것으로 대양의

작업은 마무리가 되었다. 물론 아직 이체와 인출작업이 남았지만 그것은 별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작업손님을 만난 이후로 지금까지 긴박했던 상황을 동수가 액션을 써 가며

동인에게 설명하느라 입에 거품을 물었다.

 현우도 평생을 살면서 방금 지나간 30여 분이 이렇게 긴장되게 느껴본 적은

없는 것 같았다.

 “형들, 모여 보세요. 정말 고생 많았어요. 다행히 생각보다 일이 수월하게 풀려

가고 있네요. 현재 서울금융에서 수표로 5억씩 입금되어 있고 한양에서 10억이

그리고 방금 대양에서 각각 5억이 입금되었어요. 그래서 이제까지 입금된 돈이

30억이지요. 고려금융에서는 아마 밤 10시나 11시 사이에 5억씩이 인터넷

뱅킹이나 모바일 뱅킹으로 입금될 거예요.“

 서울금융에서는 오후 2시에 통장을 만들면서 동시에 자기앞수표로 C은행에

입금시켰다. 이미 작업손님의 인터넷 뱅킹된 통장은 만들어져 있었고 동수가

1시에 작업손님을 만나 잔고증명을 하고 돌아왔다.

 “형들하고 상의할 것이 마지막으로 이체작업을 어디서 하느냐는 거예요. 이

사무실에서 하느냐 아니면 모텔을 얻어 쉬면서 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야

아침에 샤워도 하고 나갈 수가 있지요. 형들 생각은 어때요?“

 동인이 그들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자기 의견에 대답을 구하고 있었다.

 “모텔에서 하면 잠깐씩 눈도 붙이고 편하기는 한데 웬만한 모텔은 전부

CCTV가 있어 위험하지 않겠어?“

 “그러네요. 거기까지는 저도 생각 못했네요.”

 “CCTV가 없는 데로 내가 한번 찾아보고 올까?”

 동수가 조금이라도 편안한 장소로 가고 싶어 날름 대답했다. 동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잽싸게 사무실을 나갔다. 현우는 그가 분명히 헛걸음을치고

돌아올 것을 알고 있어 걱정하지 않았다.

 벌써 그는 사무실 근처의 모텔을 모두 다 뒤져 보았었다. 인터넷이 깔린

모텔은 단 한곳도 CCTV가 설치 안 된 곳은 없었다. 모텔에서 작업을 하게

되면 그의 행동반경이 좁아져 나름대로 계획한 작업에 큰 차질이 생긴다.

사무실에서 하게 되면 언제든지 화장실에 간다거나 잠을 쫓으려 옥상 갔다

오겠다는 등의 핑계를 댈 수 있는 것이다.

 그의 예상대로 동수가 투덜대며 들어와 모두 CCTV가 있다며 그에게

보고했다. 이체작업은 사무실에서 결론을 냈다.

 그들은 밖으로 나가 늦은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 처음에는 사무실에서

배달시켜 먹을까도 생각했으나 작업이 끝나자마자 이 사무실은 난장판이

될 것이다. 그러면 주변으로 이 사건의 소문이 무성하게 퍼지고 탐문수사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그때 마지막 목격자로 굳이 배달원을 등장시켜

그들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들어왔어. 고려에서 돈이 입금됐단 말이야.”

 신경을 곤두세우고 고려금융의 입금을 계속 확인하던 동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숨죽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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