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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06-21 16:44
ㆍIP: 203.xxx.125
슈킹 (131회)
 

 성탄절 저녁 예배라 그런지 시골 교회 치고 사람들이 제법 있었으나 배부분

노인 분들이 많았다. 두 사람은 맨 뒷좌석에 가서 나란히 앉았다. 곧 예배가

시작되었고 기도와 찬송이 이어졌다. 힐끗 쳐다보니 그녀는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도드리고 있었다.

 어색한 분위기에 적응이 안 된 그는 감정을 누른 채 정면 단상 위에 걸려있는

십자가를 쳐다보았다. 그가 일부러 보았다기 자연적으로 눈이 갔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 십자가에는 특이하게도 예수님이 못 박혀 피를 흘리며 최후를

맞이하는 형상이 있었다.

 이것을 지켜보던 그의 머릿속에 또 다른 비슷한 모습들이 스치며 그의 가슴을

울렸다. 그것은 다름아닌 그가 대출 상담했던 손님들의 삶의 모습이었다.

 간암 말기 아들의 수술비가 없어 절규하던 중년여자, 베트남에서 한국남자의

사랑만을 믿고 와 타국에서 온갖 멸시를 당하다 뇌종양까지 걸린 이국 여성,

자전거 대리점을 갖는 것이 한가닥 꿈으로 이것이 되면 가정으로 돌아가

처자식에게 속죄하고 싶다는 노숙자 아저씨, 교도소에서 나와 인테리어 사무실을

차려 10여 년을 돌보지 못했던 중학생인 막내딸에게 꼭 함께 살자고 손가락을

걸었다는 전과자 아저씨, 장애로 인한 차별로 천대 받고 소외당하는 장애우들의

자립을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남은 생을 바치려는 파랑새집의

할아버지, 만성 신부전증에 걸린 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신장을 주려고

1,000분의 1의 기적 같은 조직 적합성이라는 판정을 받았으나 수술비가 없어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려는 상황에 놓인 어머니의 간절한 호소...

 이들의 눈물과 지금 십자가에 달려 고통 속에 흘리는 예수님의 눈물이 같은

의미로 느껴졌다.

 그는 갈등이 일기 시작했다. 자기 마음속에 악마와 천사가 결렬히 싸우고 있었다.

악마가 자신을 비웃으며 말했다.

 ‘어림없는 소리 하지도 마. 어떻게 소유한 건데. 넌 절대 포기할 수 없을 거야.’

 어느 편에 선택해야 하는 이 문제는 그가 위험을 무릎쓰고 이 작업을 결심했을

때보다도 훨씬 어려웠다. 자기 소유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이렇게 어렵고 힘든

것인지도 처음 알았다. 지금까지 그는 가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 십자가를

보고 기도란 걸 난생 처음으로 해보았다.

 어리석은 짓이다. 지저분한 짓이다. 나의 인격이라는 것이 고작 이 정도였다는

말인가!

 이제 그의 태도는 단호해졌다. 그는 기분이 평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밖에는 날씨가 개어 하늘에 별빛이 가득했다.

 그녀는 교회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렇게 말했다.

 “집 근처에 맹아학교가 있어요. 학생들이 학교를 가려면 우리 집 앞을 지나쳐

가야 돼요. 저는 그 학생들이 가느다란 지팡이에 의존해 더듬거리며 등교하는

것을 매일 보아요. 그때마다 전 우리 수빈이가 그나마 저 정도로 건강한 것을

하나님께 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그녀의 이 말은 그에게 천사의 음성으로 들려왔다. 이 천사의 목소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이 내린 결정에 확신처럼 굳어져 갔다.


이름아이콘 김주선
2014-06-23 05:06
회원사진 		작가님 좋은글 즐독합니다. 다음회를 기대 하면서  좋은 하루 여시길 바랍니다 ^^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4-06-23 18:59
회원사진 		이인철 작가님의 생동감 있는 "슈킹131회"
잘 살피고 갑니다. 다음 을 기대하며
건강하시고 승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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