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06-27 11:35

ㆍIP: 203.xxx.121

슈킹 (마지막 회)

시골 교회에서 그런 결심을 한 그에게 작업이 끝난 지금 더 큰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것은 어떤 방법으로 그들에게 돈을 입금하느냐의 숙제가 남았다.

60여 명이나 되는 그들을 직접 만나서 준다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현금을 들고 은행에 가서 일일이 입금할 수도 없지 않은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사람 중에는 현우 사무실에 속은 것을 알고 이를 갈고 있을 것이다.

이 난제로 고민에 휩싸인 그가 차선책으로 세운 것은 누구 한 사람이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바로 시영이었다.

금요일에 시영을 만나 그녀의 명의로 된 모든 시중은행의 통장에 1억씩을

입금하게 하였다. 그날 그녀는 25개 은행을 돌았다. 그가 은행 앞까지 시영이

빌린 렌트카로 돈을 실고 다녔다. 이 일도 막상 해보니 중노동에 속하는

일이었으나 그녀는 짜증 한번 없이 해주었다.

시영과 헤어지면서 그녀의 통장으로 따로 천만 원을 넣어 주었다. 시영의

통장에는 선영과 함께 대출을 받으려던 4천만 원이 이미 입금되어 있었다.

그녀에게 자기가 준 것이라고는 선영에게 절대 비밀로 하라고 굳게 일렀다.

그것은 선영을 통해 동수의 귀에 들어갈 수도 있어서였다.

“시영 씨,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내 이야기 들어요. 시영 씨와 선영 씨가 대출

신청한 것은 은행사정으로 인해 아쉽지만 안 되었어요. 이 돈으로 두 사람의

가게 빚을 갚고 나머지는 미용자격증 취득할 때까지 선영씨와 함께 쓰도록 해요.

나는 곧 중국으로 일하러 가니까 이제 연락이 안 될 거예요.“

이것이 그녀와 나눈 현우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녀의 눈물이 눈꼬리를 타고

끊임없이 흐르는 것을 그는 말없이 손수건을 꺼내 닦아 주었다. 시영은

헤어지는 그날 진정으로 고맙다며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고 또 울었다.

그는 희현과도 작업이 끝난 후 만났었다. 역시 그녀도 시영과 마찬가지로

가족의 일부분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 어려운 처지였다. 현우는 그녀에게

시영에게처럼 중국을 핑계되면서 그녀의 손에 3천만 원을 쥐어 줬다.

이별의 말이 마치기도 전에 그녀는 울음을 터뜨리며 동시에 두 줄기의 눈물이

아래도 후드득 떨어졌다. 그는 가늘게 떨고 있는 그녀의 좁은 어깨를 한동안

감싸 주었다. 인연을 필연으로 이으려고 그렇게도 애쓰던 그녀와의 만남도 이날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시영의 통장을 통해 돈을 받은 사람들 중에 누군가는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고 어쩌면 안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고 그녀는 경찰에게 조사를 받을 것이다.

처음 만났던 술집과 렌터카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는 큰

충격과 실망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도 조사가 끝날쯤 범인들에게 이용당한

피해자 중 한 사람으로 밝혀지면서 나오게 될 것이다.

“시영은 과연 나와의 만남을 어떻게 생각할까! 아름다운 인연이라고 아니면

악연이라고...“

그는 스스로에게 물어보면서 자못 궁금했다.

“아주머니가 신청하신 3천만 원의 대출이 그 은행으로 입금되었으니까 확인해

보세요. 일단 급하신 대로 아드님 수술비로 쓰세요. 이 돈은 안 갚으셔도 됩니다.

그럼 끊습니다.“

“트럭 아저씨, 저 강 실장입니다. 대출금 5천만 원을 그 은행으로 보냈습니다.

자세한 것은 다음에 말씀드릴게요. 그 돈으로 즉시 탱크 공사를 시작하세요.

돈 갚는 것은 신경쓰지 마시고요.“

“시설장 할아버지, 그 통장으로 3천만 원 입금했으니 당장 재봉틀 신형으로

바꾸세요. 대출금은 안 갚으셔도 돼요. 그런 줄만 아세요. 예수님이 도와주셨다고

생각하시든지요.“

“아주머니, 통장으로 4천만 원이 들어갔을 거예요. 빨리 따님 수술부터 하세요.

분명히 기적이 일어나서 병이 나을 거예요. 지금 이 돈은 부담 갖지 마시고요.“

또 자전거 아저씨와 베트남 여자와 통화한 그는 택시를 타고 기본요금 거리에서

내렸다. 그곳에서 전처럼 여섯 사람과 전화한 그는 장소를 다시 옮겼다. 이런

식으로 택시를 9번 더 갈아타고 연락을 하고서야 용지에 적었던 서너 장의

종이를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

그가 이렇게 번거롭게 고생을 하는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돈을

받은 사람들 중에서 경찰에 신고를 하여 혹시 모를 휴대폰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한 그의 마지막 고육지책이었다.

작업이 끝난 지 열흘이 지났다. 그가 예상한 대로 수혜는 경찰에 소환되지

않았다.

그는 안주머니에서 본인의 실명폰을 꺼냈다.

“수혜 씨, 저 강현우입니다.”

얼마 만에 자신 아닌 남에게 떳떳이 불러 보는 이름인가!

“지금 저 자동차 영업소에 원생들 태울 승합차를 보러 갈 건데 함께 가실래요?”

“그래요? 어디세요. 저와 같이 가요.”

어느새 잿빛 하늘에서 눈이 날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오늘부터 그녀는 이 눈을

틀림없이 좋아할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사채업자의 슈킹 작업뿐만 아니라 연애의 작업도 멋지게 성공했다.

이게 바로 작업의 정석이란 것이다.‘

주응규 2014-06-27 14:18	곱게 펼치신 작가님의 글밭에 함께 합니다 좋은 글향에 마음 얹어 놓습니다 더위가 서서히 앙탈을 부립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시향 가득 피우십시요

김주선 2014-06-28 08:19	정말 멋지게 성공했네요. 축하드립니다 ^^ 다음 작품도 기대합니다

이인철 2014-06-29 13:53	《Re》주응규 님 , 매번 고운 발걸음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주 작가님께서도 다가오는 무더위에 건강하시고 멋진 글 기대하며.... 고맙습니다.^^

이인철 2014-06-29 13:55	《Re》김주선 님 , 다행히도 아름다운 결말을 맺었습니다. 다음 작품도 곧 올리도록 노력하렵니다. 관심과 격려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

정찬열 2014-06-29 20:56	132회의 감탄을 자아내신 이인철작가님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이 이어지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수고 믾이 하셨네요

배태성 2014-07-01 05:04	너무 아쉽습니다,,읽고 또 읽은 부분도 더러 있었을 만큼,,재미난 진행도 이었는데,,, 이인철 작가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앤딩이 ..짠하게 감동 주네요~ 암튼 축하 드립니다, 언제 함 뵈야죠?

이인철 2014-07-01 06:50	《Re》정찬열 님 , 정 작가님의 관심과 격려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나름 첫 소설이라 부족함이 많습니다. 정 작가님의 사랑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이인철 2014-07-01 06:54	《Re》배태성 님 , 배 작가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동안 건강히 잘 계셨지요. 부족한 저의 서재 방문에 고맙습니다. 조만간 공모전 글 마치면 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배 작가님의 관심과 격려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임정수 2014-07-03 08:12	시간날때 차근차근 읽어본다는 것이 늘 바쁘게 살다보니 서재에 들어올 시간이 없었네요. 잘 지내시죠? 이제 본격적인 장맛비가 시작되는가 봅니다. 부산엔 어제 저녁부터 비가 내려서 밤새 쉬지도 않고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답니다. 장맛비와 함께 잠시 머물다 갑니다. 빗길 조심하시고 늘 건강하세요. ^.^

이인철 2014-07-04 09:45	《Re》임정수 님 , 임 작가님의 방문만으로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의정부도 서서히 비가 오려는 듯 합니다. 작가님께서도 늘 건강하시고 계획하시는 일이 전부 이루어지시길 바랍니다. 부족한 서재 방문에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베팅]을 연재하며

슈킹 (131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