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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02-04 13:15
ㆍIP: 124.xxx.149
슈킹 (119회)

 그는 돈을 인출하는 그녀들에게 한 사람이 3억 5천만 원씩만 찾게 했다. 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하여 서울에서 은행이 가장 많이 밀집된 지역이 명동에서

을지로입구역 구간 사이인 것을 알아냈다. 이는 일직선 제일 짧은 거리임에도

무려 작업은행만 해도 100여 개가 넘었다.

 그는 한 사람이 3군데의 은행을 방문하는 것으로 배정했다. 처음 은행에서

3억 5천만 원이 입금된 통장에서 현금으로 1억 1천만 원을 인출하고 나머지

2억 4천만 원은 천만 원권 수표로 모두 찾게 했다.

 먼저 찾은 현금은 그가 지정해 준 보관함에 넣고 같은 은행인 다른 지점에 가서

1억 2천만 원의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 다시 보관함에 넣는다. 마지막 남은

1억 2천만 원의 수표도 같은 방법으로 한다. 한 번 옮기는 돈의 무게가 12kg

정도로 여자들도 충분히 들수 있으므로 기동성을 살려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입금된 3억 5천만 원에서 1억 천만 원만 현금으로 찾을 경우는 은행의

큰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두 번째, 세 번째 은행에서도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므로 직접 현금으로 인출하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울 수가 있다. 그리고

1억 정도의 현금은 시내 중심가에 있는 은행들이라 대부분 비축해 두므로

미리 연락할 필요도 없다.

 물론 은행의 위치와 방문 순서 등을 적은 용지를 복사하여 여자들에게 일일이

주었음은 당연했다. 절대 한 은행에 두 번 방문하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대여섯 번 했고 각 은행의 주소지를 비교 확인하였다. 그래서

그날 여자들은 거의 30여 군데의 은행을 돌았다.

 며칠 전 그는 11개의 보관함의 일주일치 대여료를 선불하면서 10번 보관함의

열쇠를 10개 복제하여 그녀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인출한 3억 5천만 원에서

수고비인 천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보관함에 넣으라고 했다. 그리고 그

보관함의 열쇠를 7번 보관함에 두고 잠그라고 했다.

 이것이 10명의 여자들에게 끝으로 내린 명령이었고 그녀들은 오늘 완벽하게

소화해 낸 것이다. 지금 그녀들은 10번 보관함의 열쇠를 하나씩 갖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 가방을 뒷자석으로 던졌을 때 굵은 눈송이가 하나 둘씩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힘차게 액셀을 밟으면서 쾌재를 불렀다. 차의 실내는 드넓으면서도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차를 몰면서 의식적으로 백미러를 통해 연방 뒤를 흘끔흘끔

살폈지만 미행하는 차는 없었다.

 이 차는 시영이 빌린 렌트카였다. 운전면허증은 희현과 시영 모두 갖고 있었다.

 일요일에 시영을 만나 70만 원을 주고 5일 동안 렌트해 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는 이 차를 성탄절 저녁에 미리 이 장소를 갖다 놓았다. 견인을 대비해

조수석에 그의 연락처를 적어 놓았는데 다행히 오늘까지 무사하였다.

 처음에 보관함에 가까운 주차장도 고려해 보았으나 큰 가방을 한 번도

아닌 8번을 이동하는 모습에 관리실에서 분명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관리인의 기억에 또렷이 남을 것이다. 경찰이 돈 가방이 보관된 사물함 주변을

탐문 수사를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운반 차량과 주차장이 연상될 것이고

관리실에 적힌 이 차의 번호가 자동적으로 나오므로 렌터카를 빌린 시영의

인적사항은 자연히 뜨게 되는 것이다.

 윈도우 와이퍼는 차장에 달라붙는 눈송이를 규칙적으로 닦아내고 있었다. 이

차에 34억이 실려 있다는 것을 누가 믿겠는가! 지금 그는 마치 천국을 향해

달리는 기분이었다. 자신의 용기와 천재성과 기민한 행동에 스스로 감동했다.

너무 감격스러워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는 담배를 뽑아 물고 불을 붙이면서 본 시각은 저녁 8시 10분이었다.

마지막 퍼펙트게임의 종료를 알렸다.
이름아이콘 주응규
2014-02-07 08:48
회원사진 		좋은 글을 마음에 담아봅니다 감사합니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봄향이 코끝에 묻어나는 듯합니다
행복한 하룻길 미소가 머금는 하룻길 되십시요^^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4-02-07 11:11
회원사진 		《Re》주응규 님 ,
관심과 격려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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