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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05-31 09:38
ㆍIP: 203.xxx.95
슈킹 (126회)

 바지는 지능팀 사무실에서 조 형사의 연락이 오자마자 형사과의 피의자

대기실로 이동 되었다.

 물기어린 촉촉한 눈동자로 철장 속의 딱딱한 마루바닥에 앉았지만 그는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현우가 말해 준 한 번의 마지막

기회인 영장실질심사가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것이 기각된다면 이곳에서

유치장을 거쳐 구치소를 거쳐 교도소로 가서 징역을 살아야 한다. 순간 그는

흐르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눈에 힘을 주었다.

 “구상일 씨 내일 오후 4시에 영장실질심사가 법원에서 있을 겁니다. 그리

아세요. 물론 하나마나 겠지만요.“

 하 형사가 승자의 미소를 띠며 비웃었다.

 하 형사와 조 형사의 호송하에 그는 법원 대기실로 갔다. 조금 후 법정에

들어선 그는 이런 곳이 처음이라 무척 떨렸다. 곧이어 피의자 석에 앉아 있는

그의 순서가 되었다.

 어! 그런데 변호인 석으로 선임하지도 않은 왠 변호사가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자기는 선임한 적이 없는데 그것도 국선도 아닌 사선 변호사였다.

 재판장의 간단한 인정신문이 끝나자 앵무새 검사인 공판 검사가 간단히

범죄사실 요지를 읽고 앉았다.

 재판장이 몇 가지를 바지에게 물었다. 그 내용은 하 형사의 질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지는 냉정하리만큼 또박또박 대꾸했다. 그의 음성은 떨림이

없었고 억지로 눈에 힘을 주며 또렸이 재판장을 쳐다보았다. 어느 순간에는

원통하다는 듯 액션을 취하기까지 했다. 그는 이것이 마지막 기회의 연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어 그의 변호사가 변론을 하기 시작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여기에 있는 구상일 씨는 이 사건의 피해자 중 한

사람입니다. 구상일 씨가 생활이 궁핍하여 대출을 받으러 갔다가 범인들에게

도리어 사기를 당한 것입니다. 구상일 씨 처럼 작업손님으로 이용 당한 사람이

기록에 보다시피 여러 명입니다. 다만 운이 없어 대출손님 중 마지막으로 당한

것입니다.

구상일 씨의 경찰조서를 보면 그의 진술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사고가 있던 날, 그의 행적을 근거로 경찰에서 조사한

통화내역과 CCTV 장면도 한결같이 그의 진술과 일치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사건에서 구상일 씨가 범인이란 증거는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사기에 연루된 전과도 하나없이 깨끗합니다.

단지 거짓말 탐지기 양성 반응으로 불리하다는 것 외에는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조인이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거짓말 탐지기 결과는

재판에 증거능력이 없습니다. 검사자의 심신미약에 따라 언제든지 그 반응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법원에서 인정하기에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 것입니다.

만약 이것이 재판에 영향을 주어 무고한 사람이 유죄로 된다면 법원으로서는

한 생명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주게 되는 것입니다. 이점을 잘 헤아려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구상일 씨는 주거가 안정되어 있고 단란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현재 생활이 어려워 대출을 받으러 갔다가 도리어

사기 사건에 휘말린 선의의 피해자가 억울한 옥살이를 한다면 이 책임을

우리 사회가 짊어져야 할 것입니다. 재판장님의 현명하신 판단을 바라오며

이상 변론을 마치겠습니다.“

 판사실에 돌아온 재판장인 김 판사는 복잡하면서도 어찌보면 단순한 구상일

사건으로 머리가 지근거렸다. 그도 이것만은 확실했다. 정황적으로 보아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의 기본은 심증재판이 아니라 증거재판이다.

유일한 증거라면 변호사 말대로 거짓말 탐지기의 양성 반응 뿐이고 이는 참고

사항일 뿐인 것은 맞는 말이다.

이것만으로 유죄를 판결하기에는 증거능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항소심에서 뒤집어질 확률이 많다. 그의 초롱한 눈빛과 자신있는 목소리로 보아

거짓말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잘못하면 죄없는 사람을 감옥으로 보낼 수도

있다. 그러면 나의 오판으로 그로인해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다. 죄 지은 9명을

풀어주더라도 무고한 1명을 벌하지 말라고 하지 않는가!

 김 판사는 결심한 듯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4-05-31 17:15
회원사진 		이인철 작가님 계속되는 "슈킹"의 글
드라마틱하게 읽고 갑니다. 계속되는
글 기대하며 행운의 6월이 되세요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4-06-01 06:58
회원사진 		《Re》정찬열 님 ,
개인적인 사정으로 당분간 게시하지 못했음을 양해 구함니다.
저의 졸작을 이렇게 과찬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이제 [슈킹]도 서서히 종말로 접어들고 있네요.
이 작품이 끝나면 장편소설 "작업의 정석 [베팅]" (2014. 2. 출간)도 게재할까 합니다.
정찬열 작가님께서도 찬란한 6월을 맞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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