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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06-02 16:33
ㆍIP: 203.xxx.221
슈킹 (127회)

 곧 재판 결과가 나올 시간이 되었기에 바지는 답답하고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었다.

 이때 서류를 손에 쥔 하 형사가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바지와 조 형사의

얼굴이 동시에 그에게 향했다. 그런데 하 형사의 표정이 벌레 씹은 모습으로

양 어깨가 축 늘어졌다.

 영장실질심사 결과는 기각이었다. 이로써 바지의 완전한 판정승이었다. 이때

시간이 오후 7시40분이었다.

 하 형사가 쓴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목에 있는 수갑을 풀어주었다. 대기실을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가리키며 하 형사가 조 형사에게 말했다.

 “저 사람 몸에서 구린내가 솔솔 풍기는 데도 모두가 코를 막고 있었어.

결국 우리가 판정패한 거지.“

 대기실을 나온 바지는 앞만 보고 뛰고 또 달렸다. 그의 두 눈에는 하염없이

굵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강 실장님, 저 나왔어요. 실장님이 시킨 대로 했지요. 변호사를 선임해

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게요.“

 “아닙니다. 당신이 가족을 위한 희생이 지금의 결과를 만든 것입니다.

구상일 씨는 멋진 남편이고 훌륭한 아버지십니다.“

 바지는 감격 어린 음성으로 말했고 현우는 그렇게 대꾸했다.

 비록 고생은 했지만 그날 그는 일생의 돈을 만질 수 있었다. 그가 경찰서에

출두해 70여 시간만에 나왔으니 시간당 140만 원짜리 피말리는 알바를 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는 막판에 운 좋게 뛰어든 사람이라고 볼 수

있었다.

 현우는 그와 통화한 마지막 남은 휴대폰을 부러뜨렸다. 그리고 아마도 그는

울면서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있을 거라고 단정했다. 이제 이 사건은

영원히 미제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그들 중 동수만 어릴 때 폭력 전과가 한번 있었고 그것도 벌금이었다. 두

사람은 음주운전 같은 것으로도 조사 받은 적이 없었다. 만약 그들이 이 작업과

비슷한 유형의 전과가 있었다면 그는 처음부터 가담도 안 했을 것이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수사기관에서는 동종 전과자를 맨 먼저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그들의 알리바이와 행적을 캐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날고 긴다는 사채업자의 등을 친 특이한 사건이므로 수사기관의

범죄 유형 파일에 일순위로 올라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작업이 살인이나

강도사건처럼 강력사건도 아니고 그 흔한 사기사건 중의 하나인 경제사범이므로

몽타주를 배포하기는 드문 일이다.

 거액을 사기 당한 고소인이 자체 현상금을 걸고 지명 수배를 할 수는 있다.

그럴 경우 CCTV에 찍힌 동수의 모습은 지명수배 전단지에 실릴 것이다.

최악에 그가 검거된다 하더라도 현우와는 연결고리가 전혀 없기에 걱정할

필요도 없다.

 ‘동수도 괜찮아야 할 텐데...“

 중얼거리는 그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번지는가 싶더니 이내 안쓰러운

얼굴로 변했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4-06-07 15:31
회원사진 		이인철 작가님 글을 읽다보니 얼마전
광주의 대주건설 회장의 황재노역
생가이 번뜩나네요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건안건필하세요 작가님!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4-06-08 06:15
회원사진 		정찬열 작가님!
그러게요. 갈수록 '부익부 빈익빈'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사회를 지배하는 것 같아 씁쓸하고 안타깝네요.
고운 발걸음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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