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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06-17 17:19
ㆍIP: 115.xxx.86
슈킹 (130회)

                - 작업의 정석 -

 
 12월 31일 (월)

 이 PC방이 벌써 10번째 이동한 것이다. 이제 마지막 엔터를 치면 거의 25억

정도가 이체된다. 그가 이렇게 PC방을 돌며 이체작업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혹시 돈을 받은 사람 중 겁이나서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다.

그러면 범인을 잡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그들은 당연히 IP를 추적하여 언제든지

급습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의 옆 A4용지에는 60여 명의 이름과 입금은행 그리고 그 은행의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다. 60여 명의 명단 중 50여 명은 그가 사무실에서 대출상담한

손님들이고 10명은 며칠전 35억을 인출하여 그에게 전해 준 여자들이다.

 이 작업의 광고가 게재된 지 보름 정도 되는 기간 동안 그는 하루 평균

4명을 상담했다. 트럭 아저씨, 카센터 사장, 택시 기사, 조명회사 사장 등...

 그들은 거의가 이 힘든 현실의 파도를 헤쳐 나가려 노력하고 있었으며 조금만

도와주면 재기할 수 있는 성실한 사람들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자신보다

가족을 위해서 희생하고자 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그는

그들이 대출을 받고자 했던 금액을 인터넷으로 입금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돈을 찾아 준 나머지 10명에게는 각각 2천만 원을 더 입금시켰다.

그것은 이 사건으로 인해 그녀들에게 몇 백만 원의 벌금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약속하고 준 수고비 천만 원에서 이 벌금을 내게 하여

그녀들에게 배신감을 줄 수는 없지 않은가! 어쩌면 이 여자들이 사무실에서

상담한 손님들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운 처지의 사람일 수도 있다. 오죽하면

자신에게 위험한 결과가 올 거라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일을 했겠는가!

 그러나 그는 이들 개개인의 사정을 모른다. 아니 일부러 물어 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는 냉정해져야 한다고 자신에게 명령한 것이 이제와 돌이켜 보니

후회가 되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벌금을 포함하여 2천만 원을 추가로

보내었다.

 마지막으로 현우 사무실에 설치한 4명의 유선전화 명의의 통장으로 전화요금을

입금시켰다. 일을 모두 마친 그가 만족스러운 듯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자신의 행위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보상했다는 반대급부의 감정이

작용했으리라.

 그는 새 담배값의 뚜껑을 열고 가볍게 한 개비를 뽑아 물고는 라이터를 켰다.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교회의 단상 위에 걸려 있던 붉은 십자가를 떠올렸다.

 그것은 세 번째 만난 날 카페에서 그녀의 아픈 과거를 듣고 울적한 마음으로

역으로 걸어가던 중 시골의 작은 교회당이 눈에 띄었다. 교회의 종탑에는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표시로 여러 색깔의 트리가 반짝이며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실장님, 신앙이 있으세요?”

 느닷없는 그녀의 물음에 멈칫한 그가 재빨리 그녀의 속을 간파하고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수혜 씨가 믿는 종교를 저도 한번 믿어 볼까 합니다.”

 그녀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것을 대화 중에 알았기에 점수를 따려고 말한

그의 준비성 멘트였다.

 “초등학교 때 친구가 자기 따라 교회가면 달걀을 준다기에 거기에 눈이 멀어

한두 번 따라간 적이 있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니 부활절이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어느 해 성탄절인가는 예수님이 탄생하는 내용의 연극도 본 기억이

나고요.“

 예배시간이 되었는지 작고 소박한 교회로 성경책을 손에 든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었다.

 “오늘 저를 따라 저 교회서 함께 예배를 드린다면 실장님의 다음 데이트

신청을 받아들일게요. 선택은 실장님 자유예요.“

 그녀가 생글거리며 말했다. 처음에 어처구니없어 하던 그는 계산해 본 결과

자기에는 밑지지 않는 장사라고 생각했다.





이름아이콘 주응규
2014-06-19 14:49
회원사진 		이인철 작가님 좋은 글에 쉼하며 봅니다
더위가 무르익어가는 날입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 일들로 가득하십시요.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4-06-20 13:43
회원사진 		《Re》주응규 님 ,
변함없는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슈킹"도 거의 마무리 단계인 것 같습니다.
주 작가님께서도 다가오는 무더위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다시한번 부족한 서재로 발걸음 주심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름아이콘 김주선
2014-06-23 05:03
회원사진 		이른아침  작가님의 서재를 찾아 봅니다  좋은글  즐독합니다  한주 건강하게 보내십시요 ^^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4-06-24 07:12
회원사진 		《Re》김주선 님 ,
이른 시간부터 왕림하여 주심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졸작을 즐독하셨다니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김주선 작가님께서도 한 주 건강하고 멋지게 보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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