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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08-18 10:48
ㆍIP: 121.xxx.235
슈킹 (28회)

 "우리가 사채업자 돈을 슈킹한 후 즉시 다른 사람의 통장으로 여러 번

이체해야 지급정지를 막을 수 있고 느긋하게 인출할  수 있는거야."

그래도 가능하면 당일  빨리 빼는 게 좋지. 이미 다른 사람의 통장으로

옮긴 후에는 사채업자가 슈킹 당한 것을 알고 은행에 신고해도 각각의

통장 명의자에게 승낙을 받지 않으면 은행도 마음대로 지급정지 시킬 수

없어. 동인이가 벌써 다 알아본 거야. 그리고 경험도 있고 말이야. 이번

작업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이체할 통장이 부족했던 거지."

 동수의 얼굴이 잠시 어두워지더니 곧 말을 이었다.

 "그러려면 최대한 이체통장을 많이 확보해야 하거든. 정보지에 대출 광고를

내서 손님들이 오면 그 사람들 명의로 통장을 발급받아 나중에 이체할 때

사용하려는 거지. 사실 사무실이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야."

 동수가 사무실 위치에 신경쓰는 것을 이제야 현우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손님에게 대출은 해 주는 거야?"

 "그건 각본이야. 가짜란 말이지. 이체통장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야.

지금 다 설명하려면 길어. 자세한 건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거야."

 현우 어깨를 툭 친 그가 앞장 서 걸어 나갔다.

 두 번째 사무실도 그리 탐탁치 않았다. 세 번째 사무실은 택시를 타고 간

보람이 있을 정도로 동수는 매우 흡족해 했다.

 그 사무실은 전철역 사거리에서 가까왔고 역 출입구가 무려 8개나 되었다.

동서남북 각 방향에 입구가 2개씩으로 나가자마자 은행이 하나씩 있었다.

4개의 은행을 제외하고도 근방에 3개의 은행이 더 있었다.

 그들이 얻으려는 사무실은 1번 출구를 나와 S은행을 끼고 50여 미터 떨어진

대로변 3층 상가건물의 2층에 있었다. 무엇보다도 CCTV가 없어 다행이었고

건축된 지 오래된 건물이라 관리실도 따로 없었다. 관리실이 있으면 아무래도

출입하는데 감시를 받게 된다고 동수가 말했다. 더욱이 1층에 유명 가구점이

입점해 있어 그 상호만 대도 사무실을 찾아오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다.

 이 건물은 밖에서 보면 4층의 높이로 지어졌으나 4층은 옥상의 용도로 사용되어

공간 활용적인 면에서는 아까왔으나 이곳에 올라와 가끔 머리를 식히려는

현우로서는 내심 좋았다. 그런데 이 옥상에 있는 허름한 창고가 나중에 보조 작업

장소로 이용되리라고는 이때만 해도 현우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연락이 닿은 주인 겸 관리인은 전화 후 바로 달려왔다. 주인은 친절하면서도

수다스런 중년의 남자였다.

 그들이 얻은 203호는 복도 끝 맞은편 정면으로 사무실 문이 보여 눈에 확 띄었다.

양 옆으로 2개씩 사무실이 있었으나 모두 외근을 나갔는지 조용하고 인기척이 없었다.

사무실은 밖에서 보던 것보다 넓었고 서로 마주보는 2개의 큰 창문이 있어 실내가

밝았다. 책상, 탁자, 소파, 냉장고, 정수기 등도 새것처럼 깨끗하여 몸만 들어가면

될 정도로 집기들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이 집기들은 저번 사무실을 쓰던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새로 장만한 것인데 제가

얼마를 주고 구입했습니다. 그러니 조심해서 사용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마도 젊은이들이 복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주인은 선심을 쓰는 자신의 고마움을 알고 있으라는 듯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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