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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08-06 12:27
ㆍIP: 121.xxx.40
슈킹 (22회)

- 운명의 선택 -

 12월 1일 (토)
 
 눈을 뜬 현우는 머리가 지끈지끈거렸다. 어제 저녁 침울한 분위기에서

급하게 마신 술로  평소 자기의 주량을 초과하였던 것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배도 고프고 갈증이 났다. 책상 위의 탁상시계를

보니 벌써 낮 12시를 넘기고 있었다.

 '그래, 일단 배를 채우고 천천히 생각해도 늦지 않아.'

 잠자리에서 몸을 퉁긴 그는 늦은 아침 준비를 했다. 자취 생활을 오래

했기에 빠르고 요령 있게 식사 준비를 할 수 있었지만 오늘은 매우 중요한

일을 생각하고 결정해야 하므로 모처럼 찌개도 끊이고 계란 부침까지 만들었다.

게다가 가끔 누나가 만들어 놓고 간 반찬들까지 더하니 식탁에는 모처럼

진수성찬이 놓여졌다.

 '정말 곤란하고 행복한 고민이 생겼어. 이걸 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그는 밥을 우물우물 씹으면서 중얼거렸다.

 누나 집에서 독립하여 혼자 살면서 이런 버릇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냥

중얼거리던 버릇이 뭔가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일이 생기면 밥상을 차려

놓고 밥을 먹으면서 혼잣말을 주고받았다.

 '누구와 이 일을 상의한단 말인가!'

 조금 식은 찌개를 입에 떠 넣은 현우는 머리를 저었다.

 열려진 창문 사이로 스며든 햇빛이 마치 영사기에서 쏘는 스펙트럼이 되어

식탁 건너편 벽에 기하학적인 모양을 만들었다. 그는 그 모양 위에 어제 일들이

담긴 필름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대입시켜 재생시켰다.

 상가 건물 2층에 있는 K은행 앞에서 동수와 낯선 사내를 만나 수표를 발행한 후

택시를 타고 다른 K은행에서 시디를 교환할 때까지만 해도 당연히 비자금

세탁일로 알고 있었다. 시디를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 명동에 가서도 거래신청서가

없어 교환을 못했을 뿐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동수가 현금카드로 돈을 인출하려다 허둥지둥 뛰어와 '사고 났다'고

했을 때 뭔가 일이 잘못되어 가는구나 정도였지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어

설마했다. 그 후 자기앞수표가 사고 수표로 판명되어 시디를 지급 정지시켰으니

빨리 은행으로 들어오라는 과장의 말을 듣고서 이것은 정상이 아니라는 의심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동인과 사채업자와의 통화에서야 이 일이 자금세탁이 아니고

속임수가 개입된 범죄임을 비로소 알았다.

 그런데 더욱 이상한 것은 그들의 말대로 사기당한 사채업자가 피해신고는 커녕

도리어 감춘다는 것이다. 그것도 4백만원이 아닌 일반 사람은 상상하지도 못할

4억이라는 거금을 당하고도 말이다.

 그날은 이해하기가 힘들었으나 지금은 알 것 같기도 하였다. 그것은 1년 전

사채사무실에서 근무할 때의 경험이 떠오르면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현우가 근무했었던 미래금융은 강남에 있었는데 맞은편 사무실도

사채사무실이었다. 그 사무실을 찾는 사람들은 보통 정장 차림이거나 가슴에

회사 로고가 새겨진 작업복을 입은 나이 듬직한 남자들이 많이 방문했었다.

 그 사무실을 나온 대부분의 남자들은 축 늘어진 어깨에 자포자기한 표정이었다.

그들은 복도 끝 재털이가 마련된 창가에 서서 반쯤 풀린 눈동자를 허공에 둔 채

깊은 한숨과 함께 담배를 연신 피우고는 힘없이 계단을 내려가곤 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한눈에도 귀부인을 연상케 하는 옷차림과 패물로 화려하게

치장한 중년의 여자들이 뻔질나게 그 사무실을 드나들었다. 더욱 특이한 것은

조폭의 행동대원처럼 머리 모양을 스포츠형으로 짧게 깎은 젊은 사내들도 가끔

들렀다.
이름아이콘 임세훈
2013-08-07 14:51
 이인철 작가님 안녕하세요.
슈킹 22회 글 잘 읽었습니다..  처음부터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시간 내어 1회 부터 읽어보려 합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 챙기세요..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3-08-07 15:04
회원사진 		《Re》임세훈 님 ,
부족한 저의 서재을 찾아 주신 임세훈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졸작을 기대해 주심에 걱정이 앞섭니다.
저도 임작가님의 글에 많은 추억을 머금고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더운 날씨에 늘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이름아이콘 윤혜석
2013-08-07 17:33
회원사진 		이인철 작가님 안녕하세요~
이야기의 흐름따라 단번에 쭉 읽어내려왔습니다.
재미있어요. 워낙 드라마도 수사극같은 것을 좋아하는데
다음 편을 기대하며 빠르게 읽었습니다.
접해 보지 않은 방면의 이야기라 흥미롭고 알고 싶어지네요.
글을 쓴다는 것도 적지 않은 에너지가 필요한건데
이 작가님의 에너지를 부러워합니다^^
계속 기대하며 읽겠습니다.
즐거운 여름 지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3-08-07 19:28
회원사진 		《Re》윤혜석 님 ,
윤혜석 작가님 안녕하세요.~
졸작이라 읽으시려면 인내심이 필요할 겁니다.^^
윤작가님의 글은 늘 관심있게 감상하고 있습니다.
시와 수필, 소설까지 두루 섭렵하시는 윤작가님의 천재적
필력에 경이를 표합니다. 전 소설 하나만도 벅찬데요....
에너지와 내공은 아마도 윤작가님께서 저의 몇 배가 될 듯하네요.
늘 관심 주시어 고맙습니다. 무더운 여름 외국에서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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