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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08-12 09:51
ㆍIP: 121.xxx.193
슈킹 (25회)

 또한 전주들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의심이 많다. 자기네들이 가진

것이라곤 돈뿐이니 남들이 접근 할 때 혹시 돈을 노리고 가까이 하나

싶어서 늘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그러나 전주들은 한 번 믿어버리면

끝까지 믿어버리는 습성도 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돈 장사를 하면 금방 떼돈을 벌겠네요."

 의아해 하는 의구심으로 현우가 물었다.

 사내는 그것은 단순한 계산일 뿐 깊이를 모르는 것이라 했다. 긴급사채는

이자가 높은 만큼 위험도가 높은 장사다. 이 자금을 쓰는 사업주는 어차피

막다른 길이므로 언제 부도가 날지 모르기 때문에 사채사무실에서는

머리를 잘 써야 한다. 대부분 한 번 자금을 쓴 사업주는 이자를 주며 두세 번

정도는 연장을 한다.

 판단을 잘해서 어느 정도 이자를 빼먹고 도저히 자금 회수가 힘들 것 같으면

미련을 버리고 다른 사채사무실로 부채를 떠넘겨 버린다. 그러면 사업주는

다른 사채사무실에서 자금을 빌려 우리 쪽에 결제를 한다. 그런 식으로 치고

빠지는 것을 잘해야 돈을 번다. 그러나 이렇게 치밀하게 한다 해도 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당하는 경우라니요?"

 현우가 쌩뚱맞다는 표정으로 사내를 쳐다보았다.

 그는 피식 웃으며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짧은 한숨과 함께 길게 연기를 내뿜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말이 실감 난다며 그는 지나간 경험을 이야기했다.

 어느 유통회사인데 이 사람들은 사기꾼이라 수단이 아주 좋아 은행에서 어음장을

몇 권씩 타 낸다. 그 어음으로 물건을 당길 대로 다 당기고 한꺼번에 덤핑을 쳐서

현금을 확보하고는 마지막으로 사채시장을 돌면서 자금을 빼낸다. 사채 급전은

보통 5일에서 7일 정도이기에 그 날짜 안에 사채사무실을 돌면서 돈을 끌어 모은다.

그렇게 돈을 3~4억쯤 당기고 고의로 부도를 내는 유통회사들이 있기 때문에 조심을

하지 않으면 그냥 눈퉁이를 맞게 된다. 그때 당한 금액이 1억이라 했다.

 또 한 번은 5억짜리 어음 두 장을 할인해 주었는데 위조어음으로 판명이 났다. 보통은

대기업 상장어음을 할인하는데 가끔은 쌍둥이어음이 사채시장으로 흘러 들어온다.

쌍둥이어음은 대기업에서 발행한 진짜 어음을 똑 같이 위조하여 전문가들도 구분

하기가 힘들다.

 발행 기업 자금부에 조회를 해도 어음 발행한 것은 확실하고 아직 부도어음이 아니기에

믿을 수밖에 없다. 사기단은 이 어음으로 사채시장에서 버젓이 할인을 해 간다. 사채업자의

생리를 더 잘 알고 접근하는 사기꾼에게는 웬만한 사채사무실은 당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럴 경우 그 손해는 누가 보나요?"

 현우는 책임 소재가 사채사무실인지 전주인지가 궁금했다.

 사채사무실에서 넘겨 받은 카드가 부도 나면 사무실에서 전주에게 어느정도 변제를 해

주어야 하는데 대부분 변제를 하지 않고 넘어간다. 전주들도 세금포탈의 약점이 있으므로

사채사무실에 세게 나오지 못한다.

 여기서 말하는 카드란 돈을 쓰려는 사업자가 사채사무실에 담보로 맡기는 어음이나

당좌수표로 전주가 이것을 소지하고 돈을 쏘는 것이다. 만약 부도가 나면 사업주의

재산은 거의 없고 대부분 민사소송밖에 되지 않기에 전주는 사실상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수십억 원을 가지고 사채시장 전주로 뛰어들었다가 자금 관리를 잘못하여

하루아침에 거지 신세로 사채시장을 떠나는 경우도 가끔은 있다고 한다.
이름아이콘 윤혜석
2013-08-12 17:44
회원사진 		이 사람들, 머리가 보통 좋은 머리가 아니네요~
지능과 순발력 그리고 감각...다들 얼마나 뛰어날지요.
다른 방향으로 돌려쓴다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스쳐갑니다.
점점 빠져들고 있습니다, 저...
감사합니다.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3-08-13 14:46
회원사진 		《Re》윤혜석 님 ,
이 글은 제가 실제 조사한 사건을 모티브로 픽션을
더한 글인데요.... 주인공이 슈킹하는 방법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요.
지루하게 읽으실 윤 작가님의 인내심에 경의를 표하며
이렇게 댓글까지 달아 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심혈을 기울여 쓰시는 윤 작가님의 아름다운 글들을 늘
고마운 마음으로 감상하고 있답니다.
늘 건강하시고 주옥같은 글 기대합니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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