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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08-08 14:27

ㆍIP: 121.xxx.192

슈킹 (23회)

하루는 퇴근 후 선배를 만나러 근처 술집에 갔다가 맞은편 사무실에서

일하는 한 사내와 동석하게 되었다. 그는 운동을 했는지 단단하게 다져진

몸으로 선배와는 전부터 잘 알고 있었는지 서로 말을 놓고 있었다.

선배와 사내와의 대화에서 그는 사채사무실에 부실채권이 발생했을 경우

법보다 협박이나 폭력이 빠르다고 판단될 때 사채업자에게 고용되어 일을

처리하는 일명 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었다. 사내는 행동대원인 어깨들을

거느린 행동대장급으로 실장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날 현우는 사내를 통해 맞은편 사무실에서 하는 일과 같은 사채사무실이라도

돈놀이 하는 방법이 제각기 다른 것을 알게 되었다. 사내의 사무실은 긴급자금

대출이라는 긴급 사채, 즉 급전만 취급하고 있었다.

선배가 그에게 현우를 대학까지 나온 평범한 직장인으로 소개하였다. 그리고

회사가 부도나 취직할 때까지 잠시 자기를 도와주고 있다 하자 그는 자기와

신분이 다른 것을 느끼고는 현우에게 어느 정도 예의를 갖추는 것 같았다.

사내는 처음 본 현우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 계통은 배울 게 별로 없으니 가능한

빨리 그만두라고 말하며 오늘 술은 자기가 사겠다고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술이 돌자 현우에게 친구의 후배이니 말을 놓겠다고

하더니 자기 전공의 지식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호기심이 많은 현우가 그동안

궁금했던 사내의 사무실에 관해 묻자 그는 마치 교수가 강의하듯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내의 사무실을 방문하는 사람은 거의 중소기업 사장들인데 그들이 아무리

잘 나가는 회사 사장일지라도 자금이 순간적으로 잠시 막힐 때가 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사채시장에서 자금을 융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채시장에서 자금을 빌려 쓴다는 것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렇게 호락호락

하거나 만만치가 않다. 긴급 사채는 급전이기 때문에 일주일 또는 열흘 단위로

이자는 보통 25%이며 최하 20%다. 만약 1억을 빌린다면 그 기간안에 적어도

2천만원의 이자를 갚아야 한다. 이것이 사채시장의 급전 이자다. 선이자를 먼저

떼고 주므로 한 달 조금 지나면 사채사무실에서는 이자만으로 원금 회수를 모두

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들은 현우는 이것은 완전히 칼만 안 들었지 강도보다 더한 날강도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비싼 이자를 주고도 쓰는 사람이 있어요?"

현우는 급전 이자가 비싸다는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비싼 줄은 몰랐고 또 이런

엉청난 이자를 주고도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더욱 더 놀랐다.

그는 계속 강의를 이어 나갔다.

대부분 사업하는 사람들은 만기 어음이 돌아올 때 가장 힘들어한다. 그들이

처음에 어음을 발행할 때는 자금이 나올 것을 계산하여 날짜에 맞추어 끊는다.

하지만 어음이 돌아올 기일이 가까와지면 수금이 잘 안 되어 자금을 구하려고

사방팔방으로 뛰어 보지만 그렇게 쉽지가 않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사채시장을

찾게 되어 많은 이자를 감당하면서 부도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게 된다.

사채시장까지 발을 들여 놓았다면 은행권 대출을 비롯하여 주위의

자금줄은 이미 끊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늘 언제 부도가 날지 모르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사채업자 입장에서도 높은 이자는 어쩔 수가 없다.

사업주는 어떠한 돈이라도 나올 구멍이 있는 이상 절대 부도를 내지 않으려고

하기에 오늘 부도를 막으려면 아무리 비싼 이자라도 쓰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자가 비싸다고 사채사무실에서 돈을 쉽게 빌려 주는 결코 아니다. 사업주에게

가치가 될 만한 담보가 없다면 급전을 빌린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윤혜석 2013-08-09 21:19	기업을 한다는게 살얼음판을 걷듯이 아슬아슬할 때가 많지요. 글을 읽으며 아슬아슬 얼음판 걷는 기분이 됩니다. 그리 엄청난 이자라니...그러고도 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니... 수고하셨습니다~

이인철 2013-08-10 18:33	《Re》윤혜석 님 , 저는 공직 생활하다가 사업도 해보았고 부도의 경험도 있습니다. 부도가 나면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주위도 무척 힘들지요. 그런 과거를 뒤로 하고 지금은 글을 쓰고 있으니 즐겁고 전의 경험들이 도움이 될 때도 있어 고맙기도 하지요. 윤혜석 작가님의 고운 발자국에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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