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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01-27 14:03
ㆍIP: 124.xxx.149
슈킹 (116회)

 이 이체작업 일을 처음에는 시영에게 맡기려고 했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대출을

받으러 왔으므로 실적을 쌓는 일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설득이 된다. 그러나

그녀의 친구인 선영에게 오늘 일을 말할 수도 있다. 그러면 선영과 연락을
주고받는 동수의 귀에도 들어갈 수 있다. 또 단짝인 그녀들 사이에서 한 사람만

가게를 안 나가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희현을 선택한 것이고 그날 그녀에게

디데이 때인 수요일 저녁에 핑계를 대고 가게를 쉬라고 했다.

 그는 희현과 헤어질 때 그녀의 손에 30만원 원이 든 봉투를 쥐어주고

달아났다. 당연히 수고비를 주어야 일을 시켜도 떳떳하고 무엇보다도 그녀가

책임감과 부담감을 가져 이체작업을 확실히 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4명의 여자가 5억을 찾은 시간은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여자들을 모두

보낸 동수가 차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 중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

 거듭되는 의문에서 동인의 머릿속은 멍해져 있었다. 그는 무언가를 기억해

내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리고 처음보다는 마음이 가라앉았고

냉정해지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숨쉬기가 불편할 정도의

무거운 정적이었다. 이윽고 그가 말을 내뱉었다.

 “돈이 빠져나간 시간은 8시 이후야. 그리고 모두 타행이체로 나갔어. 마지막

통장으로 이체한 손님에게 시침 떼고 오늘 아침에 입금한 돈을 확인한 적이

있냐고 슬쩍 떠봤지. 그랬더니 그쪽에서 자기 서류를 다 갖고 있는데 무슨 말을

하냐며 펄쩍 뛰는 거야. 그리고는 당장 사무실로 찾아오겠다고 하더군. 그건

맞는 말이야. 손님들은 입금된 계좌번호도 모르고 더구나 이체시 필요한

보안카드가 없어서 절대 안 되지. 그러면 잔고업체란 이야기인데 이들은 은행

영업시간 이후에나 알 수가 있어. 잔고업체가 아닌 것은 4곳에서 동시에

확인했다는 것은 말이 안 돼. 만약 은행에서 알았다면 지급정지를 했지 이체할

리가 없어. 그런데 더욱 답답한 것은 어느 경우든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거야.

도데체 이런 일이 터진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아. 불가사의한 일이야.

마치 누군가 우리의 움직임을 낱낱이 지켜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그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의 마지막 말에 물건을

훔치다 들킨 아이처럼 현우의 가슴이 뜨끔했다. 옆에 있는 동수는 속이 상한 듯

연신 담배만 피워댔다.

 “현수 형은 어떻게 생각해요?”

 그가 현우를 쳐다보며 불쑥 물었다.

 그는 되도록 말을 아꼈다. 동인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그의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가만히 흔들었다. 그때 현우의 휴대폰에서 진동음이 울렸다. 지금

돈을 인출하고 있을 여자 중의 한 명에게서 온 전화가 분명했다.

 “누나야, 할 말이 있다고? 잠깐만.”

 그는 재빨리 머리를 회전시켰다. 거짓말로 둘러대는 데는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상대방 여자는 황당했을 것이다.

 “분위기도 그렇고 나가서 전화 받고 올게.”

 휴대폰의 수화 음을 손으로 막은 그가 급히 차에서 내렸다. 10여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차를 등지고 선 그는 휴대폰을 귀에다 갖다 댔다.

 “과장님, 큰일 났어요. 은행 안에서부터 직원인 듯한 사람이 쫒아와요.

어떻하지요?“

 그녀는 숨 가쁘게 헐떡이며 말했다.

 “만약 미행하는 사람이 계속 쫓아오면 약속한 보관함으로 가지 말고 집으로

가 있어요. 그리고 10 후에 결과를 문자로 꼭 보내줘요.“

 그녀는 현우가 시키는 대로 뒤에 따라오는 직원이 눈치 채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차로 가까운 쪽으로 걸었다. 그때 빈 택시가 오고 있었다. 손을

들어 차운 세운 그녀가 잽싸게 뛰어 들어갔다. 너무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었기에 직원은 그저 멀뚱이 쳐다보고만 있었다.

 택시 백미러에 직원의 살찐 얼굴이 씰룩거리며 삿대질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정신이 아득해져 뭐가 뭔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보관함 장소에서 내린

그녀는 아직도 진정되지 않아 제대로 걸음을 걷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

자기가 들고 있는 이 가방에서 1천만 원을 갖고 갈 수 있다는 기쁨에 방금 전

일은 새카맣게 잊어버렸다.
이름아이콘 주응규
2014-01-28 23:28
회원사진 		좋은 글이 있어 마음이 훈훈한 밤입니다
포근한 겨울날씨였습니다
오늘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행복하고 평안한 밤 누리십시요.^^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4-01-30 06:41
회원사진 		《Re》주응규 님 ,
주 시인님!
즐겁고 뜻깊은 설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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