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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01-07 16:12
ㆍIP: 124.xxx.149
슈킹 (110회)


              - 디데이, 완벽한 성공 -

 12월 26일 (수)

 모두 9시 정시에 출근하였다. 드디어 오늘이 디데이다. 출근 이후부터

사무실 안의 분위기는 서로가 긴장되어선지 큰 소리 없이 각자 맡은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일의 진행 사항을 시간별로 동인이 체크하기로

했다.

 그의 책상 위에는 6명의 서류 봉투가 준비되어 있다. 사무실에서 보내는

3개의 봉투는 전처럼 같은 모양이고 나머지 3개는 각각 다른 서류봉투였다.

세 군데서 퀵이 와 봉투를 모두 갖고 간 시간은 11시였다.

동수가 밖에서 개인손님으로 접수하는 3명의 서류를 각기 다른 장소에서

퀵에게 전달하고 사무실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30분이었다. 책상 위에는

6명의 서류에 적은 손님의 전화번호에 해당하는 6개의 선불폰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누가 먼저 식사하자는 말이 없었다.

그들의 눈과 귀는 시간이 흐를수록 휴대폰에 신경이 집중되어 갔다. 저

휴대폰들의 벨이 울리지 않아야 한다. 연습 때는 휴대폰이 가끔 울렸어도

다음이라는 기회가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만약 벨이

울린다면 서류 내용에 문제가 있거나 저쪽에서 무슨 낌새를 챘다는 것이다.

오늘 보낸 손님들의 자격은 동인이 선택했고 서류내용은 그가 맡아서

세심히 검토하고 또 확인했다.

 바지는 월요일 퇴근 시간쯤 사무실에 한 번 더 왔었다. 동인이 그에게

디데이 때 할 일과 잔고업체의 질문에 대비한 대답 등을 일러 주었다.

그리고 잔고 10억에 대한 수수료 450만 원을 주었다. 그는 눈치가 있는

사람이어서 이해가 빨랐고 아군이므로 대화도 편했다.

 그때 현우와도 작업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다. 의견을 나누었다기보다는

작업이 끝난 후 그의 대처 요령과 방법에 대해 현우가 일방적으로 말한

것이 옳을 것이다. 그는 현우의 말에 공손한 자세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현우는 언제부턴지 그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면 사내가

구속되어 그에게 조금도 이로운 점이 없다는 것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는

현우를 가까이본 사람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양금융으로 바지를 들여보낸 동수에게 연락이 온 것은 오후 1시 30분이었다.

바지가 한양에서 상담을 끝내고 그 사무실 직원과 함께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J은행의 통장을 만들어 나왔다는 것이다. 바지에게 통장과 서류 등을 받았고

지금 사무실로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동인이 얼른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가 월요일에 만들어 놓았던 인터넷 뱅킹이 되어 있는 J은행 사이트로

접속하였다. 그러자 조금 전 한양에서 만든 통장의 계좌번호가 떴다.

 얼마 후 현우 사무실을 나온 바지가 부근의 J은행으로 들어가 매우 신속하고

과감하게 일을 처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주민증은 잔고업체에 맡겼으므로

대신 운전면허증을 제시하며 방금 발급 받은 통장을 분실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직원이 그 통장의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물었다. 동인에게 전해 들은 내용을

자연스럽게 대답한 그는 인터넷 뱅킹도 함께 신청해 달라고 했다. 다시 새로

발급 받은 통장과 서류 등을 동수에게 건네주고 그는 돌아갔다.

 동수가 돌아오자 그가 신청 서류와 보안카드를 꺼내 J은행 사이트로 접속했다.

모두의 눈이 모니터로 집중되었다.

 현우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모니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음 한켠에는

‘설마 10억이란 돈이 입금될까?’라고 반신반의했다. 몇 번의 클릭을 거친

동인이 마지막 엔터를 탁 소리 나게 쳤다.

 그런데 아주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현우는 자신의 눈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 통장에는 10억이라는 상상의 금액이 입금되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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