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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01-03 15:27
ㆍIP: 124.xxx.149
슈킹 (108회)
 "형, 그렇게 걱정할 것 없어요."

바짝 긴장한 그를 바라보며  동인이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었다.

"동수 형, 차에 가서 그 박스 좀 갖고 와."

 조금 후에 그가 작은 박스를 갖고 들어왔다. 박스를 개봉하니 그 안에는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진 기계의 부속품이 들어 있었다. 하나하나 조립을 마치니

마치 작두 모양의 공작물이 완성되었다. 그 기계의 윗부분에 열선을 끼우고

양쪽 볼트로 조이고는 전선을 콘센트에 꽂았다. 열선은 기타줄보다 가늘었고

길이는 약 30센티 되었다. 열선에 전기가 통하자 미세하게 떨렸다.

 동수가 개봉하지도 않은 보안카드 여러 장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손님들이

통장 하나에 보안카드 하나씩을 발급 받았으므로 여분은 많았다.

 현우가 보안카드를 집어 눈 가까이로 갖다댔다. 가로 10센티, 세로 6센티

정도로 은행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었지만 보안카드가 담겨진 봉지의 크기는

비슷했다. 보안카드를 둘러싼 비닐 테두리는 사방으로 3~4밀리 정도의 여유

간격이 있었다.

 동인이 보안카드 오른쪽 세로 부분에 자를 올려놓고는 반대쪽으로 최대한 밀며

문구용 칼로 내려 그었다. 바깥 비닐 테두리가 말끔하게 떨어져 나갔다.

다음에 테두리 부분을 기계 바닥 홈에 맞춰 나란히 놓았다. 이제 열선 손잡이를

잡고 아래로 내리는 일만 남았다.

 곁에서 지켜보던 두 사람이 약속이라도 한 듯 숨을 죽였다.

 10여 센티의 허공을 가르며 내려온 열선이 자른 부분을 살짝 대었다 순식간에

올라갔다. 동인이 열선이 댄 부분을 손바닥으로 잽싸게 눌렀다. 완벽했다. 완전히

붙어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양쪽 테두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른 부분을

칼로 조금 자르자 일부러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는 한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다.

거의 원형에 가까웠다.

 이번에는 동인이 보안카드를 넣고 같은 방법으로 연습을 했다. 처음보다 더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작품이 계속 나왔다.

 현우는 이제야 자기가 보안카드 문제로 호들갑을 떨었을 때 그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이미 작업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철저하게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잔고업체에 보안카드를 보내기 전에 비닐 테두리를 칼로 자른다. 그리고

보안카드를 빼내 복사를 한 후 다시 비닐 안으로 넣고 이 작업을 하는 것이다.

잔고업체에서는 보안카드를 자기들이 갖고 있으므로 이체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안심하고 있을 것이다. 동인은 이 점의 빈틈을 노린 것이고 바로 이 허점을

파고든 것을 그의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전 작업이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제 업체마다 확인은 다 끝났지요? 아직까지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아요.

디데이 때를 대비해 에너지를 충전해야 하니까 이틀 푹 쉬시고 월요일에 봐요.

저는 할 일이 있어 먼저 퇴근합니다."

 그는 손을 흔들며 사무실을 나갔다. 가볍게 한잔하자는 동수의 끈질긴 제의를

뿌리치느라 애를 먹은 현우가 그들을 보내고 사무실로 다시 올라왔다.

 노트를 펼친 그는 자기의 계획을 하나씩 짚어 가며 검토하기 시작했다.

 먼저 작업비를 계산했다. 통장을 확인해 보니 잔액이 5백 80여만 원이었다.

독자적으로 이 작업을 추진하기 전에 그에게는 천만 원 남짓 있었다. 이 돈은

그가 수산물가공업체에 1년 정도 근무하면서 모은 돈이었다.

 대포폰 구입비와 이체할 여자에게 준 돈과 이럭저럭 쓴 돈이 벌써 4백50만 원

정도였다. 앞으로 4명의 여자와 차 렌트비, 희현과 시영에게 줄 돈 등을

감안해도 다행히 부족할 것 같지는 않았다.

 이체할 여자는 지금까지 6명이 확보되어 있다. 광고 보고 연락 온 전화번호도

휴대폰에 20여 개가 저장되어 있어 앞으로 4명을 확보하는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여자들은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3일이면 충분히 상담할 수 있다.

현장 답사는 그 안에 상황을 봐가며 하면 된다.

 내일은 희현을, 모레는 시영을 만난다. 아군인 그녀들에게 부탁할 중요한 일이

있다. 처음에 그는 아군의 명단에 수혜도 넣었으나 엊그제 만난 이후부터 이

작업에서 빼기고 마음먹었다. 그렇다고 그의 계획에 큰 차질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그녀를 평생 아군으로 삼을 작정이다. 물론 이것도 그의 힘든 작업 중

하나가 되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이 작업이 지금의 작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

될지도 모른다. 현재의 작업은 퍼즐을 맞추듯 조각마다 연구하고 안 되면

피드백을 하면 되지만 사람의 감정은 과학의 힘으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잖는가!
이름아이콘 주응규
2014-01-04 22:52
회원사진 		청마의 해 첫 주밀 밤에 공감하는 글에 머물러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4-01-05 11:08
회원사진 		《Re》주응규 님 ,
주 시인님 안녕하세요.
첫 해에 방문해 주셔서 고마움을 전합니다.
주 시인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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