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7-03-26 20:52

ㆍIP: 118.xxx.100

형제(2)

煮豆燃豆萁 콩대를 태워서 콩을 삶으니
豆在釜中泣 가마솥 안의 콩이 우는구나
本是同根生 원래는 같은 뿌리에서 났거늘
相煎何太急 삶아 댐이 어찌 이리 급박한가,

삼국지에 나오는 칠보의 시를 발췌해 보았다.
조조가 죽고 나자 대를 물려받은 조비(曹丕)가 아우 조식(曺植)을 불러 일곱 걸음 안에
시를 짓지 못하면 벌을 내리겠다고 겁박하자 뛰어난 文才였던 조비는 단숨에 시를 지어 바쳤지만,
동생을 제거할 목적이었던 조비는 재차 형제를 제목으로 시를 짓되 兄이나 弟라는 단어는 쓰지
말고 시를 지으라 했다. 이때 조식이 울며 지었다는 七步의 詩가 위에 소개한 시이다.
조비도 시를 보고 같이 울며 동생을 벌하지 않았다는 야담(野談)이 전해 온다.

세상에 부모 다음으로 가까운 혈육이 형제자매라는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형제간에도 다퉈야 할 권리나 재물이 많으면 무자비한 다툼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근래에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이나, 롯데가의 형제간 싸움, 삼성의 이건희, 이맹희 씨 간의 다툼
등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피로 얼룩진 형제간의 다툼이 너무나 많다.
이런 비극을 보면 부와 권력이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주는 절대 조건은 아닌 것 같다.

보통의 우리 이웃은 대부분이 오손도손 형제에 의지하는 고운 모습을 보이며 살고 있다.
어려운 일을 당하면 그래도 의지할 곳은 혈육뿐이니 형제는 많을수록 든든하다는 생각을 모두가
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아이를 많이 낳지 않으니,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을 볼 때마다 안쓰러운
생각이 드실 것이다. 자신의 세대가 가고 나면 세상에 달랑 던져질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면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고 형제간의 우의가 더욱 절실해지는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기에 형제의 소중함을 아이들에게 심어줘야 할 절박함을 모두가 안고 있는 셈이다.

얼마 전에도 형제간의 우의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고
형제간의 우의는 집안 내력인 것 같다고 한 것 같다. 그 후 이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니
형제간의 우의는 유전과는 무관한 후천적 생활 환경에 따라 형성된 것이라는 사실에 무게를 두는 게
옳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윗세대가 애들 앞에서 보이는 동기간을 대하는 행동이
아이들의 눈에도 그대로 비쳐 동기간의 관계에 대한 정서가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가 끔찍이 동기를 위하는 것을 보며 큰 아이는 자신의 형제도 같은 시각으로 보게 될
것이고 제 것을 지키려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보고 큰 아이는 자신의 형제에 대해서도 같은 정서가
자리 잡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식이 외롭지 않게 세상 살기를 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큰딸이 둘째 손주를 낳고 나니 집안에 활력이 넘쳐 나는 것 같고 무엇보다 큰 손주가 외롭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인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는 큰 손주 혼자 노는 것을 보면서 걱정이
되기도 했다. 험한 세상에 형제 하나 없이 세상을 혼자 살아가게 될 것을 생각하면 너무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늘 머리에 있었지만, 이제는 꼬맹이 동생을 곧잘 데리고 노는 모습에 한결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더욱 다행인 것은 형제간에 사이가 아주 좋다는 점이다.
큰 손주는 외국 여행 중에도 동생이 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동생을 무척 이뻐하고 시간만 나면 동생을
잘 데리고 논다. 둘째도 제 형만 보면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한 것을 보면 형이 좋은 모양이다.

물론 부모 마음대로 되는 세상은 아니지만, 애들 부모는 애들 진로를 두고 크게 그린 그림이 있다.
하나는 돈을 버는 쪽으로, 하나는 학문 쪽으로 목표를 두고 기르겠다고 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으니, 형제 중 한 명은 돈을 열심히 벌어서 학문 하는 형제를 지원하고,
한 명은 열심히 학문에 열중해서 뭔가를 일궈내 보람을 나눠 갖는 멋진 미래를 기대해 본다는 것은
욕심은 아닐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아이에게 자신이 나아 갈 방향을 확실히 해 주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기도 하지만, 형제간에 경쟁보다는 서로 돕는 상생의 역할 분담도 될 것이라 믿음 때문이다.

큰 손주가 아끼는 그림책을 동생이 찢기도 하지만, 제 것이라고 뺏거나 크게 탓하지 않는 형의
모습을 보며, 작은 녀석도 커서 제 것을 형에게 기꺼이 내주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기대를 해봤다.
늦게 철난다더니, 혈육이 다 가고 난 지금에야 동기간이 살아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소운이 이루지 못한 형제간의 우애를 꼬맹이 손주들이 잘해 줬으면, 외롭지 않게 서로의 버팀목이
돼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으로 손주를 보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녀석 소운을 보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 반가움을 표시한다. 이래서 세상은 대를 이어가나 보다.

형제, 소운/박목철

걱정은 덜었다.
마주 보고 깔깔대는
녀석들
형제의 의미를 알기나 할까
기댐의 소중함을,

삶이 고달프니
만나면 늘 좋기야 할까만
힘들고, 지치고
엄마 아빠 그리울 때
서로 보고 웃을 수 있을 거야

그리움이 두고 간 흔적
넌 엄마 닮았고, 난 아빠 붕어빵 하며,

김경렬 2017-03-26 22:22	형제를 배독하며 작가님이 형제에 대한 아쉬움과 외로움이 전해 옵니다. 손자들 형제를 바라보시는 흐믓함도 눈에 선 합니다. 늘 즐겁고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이석희 2017-03-26 23:33	박목철 작가님! 작가님의 글을 배독하면서 저도 형제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희는 아래로 남동생 하나와 여동생 하나 삼남매입니다. 옛날 사람 치고는 단촐한 편이지요. 나보다 네 살 아래인 남동생이 세상을 떠난지도 어느덧 8년이나 되었습니다. 어려서는 말처럼 하나로 살았는데 결혼을 하면서부터는 이상할 만큼 둘이 되어갔습니다. 대화도 점점 뜸해지고 차차 남이 되어 갔습니다. 해결을 해야 한다 하지만 원인이 무언지 모르니 그저 답답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불치의 병으로 인하여 어느날 갑자기 이별을 하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조카들도 전화 한 통도 없이 지냅니다. 제가 필요할 때만 연락이 옵니다. 참 아쉽지만 말도 없고 정도 없고 소통도 없고 어른도 안 계시니 안타깝지만 길이 없습니다.

김종근 2017-03-27 13:16	소운 작가님 반갑습니다. 형제~ 재물이 많을수록 권력이 높을수록 형제간도 라이벌이 되겠지요. 없는 집안일 수록 우애가 있고 정이 있는 듯합니다.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요. 우리 큰집엔 십 남매 입니다. 이렇게 되니 또한 파벌이 생겨 나더군요. 뜻깊은 글 감사히 배독 합니다. 편안한 한 주간 되세요.

백낙은 2017-03-27 20:14	소운님. 형제에 대한 말씀 잘 배독하였습니다. 저희는 4형제였습니다. 형님은 어버이와 같다는 말씀 들으며 자랐습니다. 한번도 형님의 명을 거역 못했고 다투지도 못했습니다. 옛날 이야기 하는 것 같아 송구합니다. 저도 4남매 두었고 손주들이 여덟이나 됩니다. 오손도손 살았으면 좋으련만 두고볼 일입니다. 시절이 하수상하니 말입니다. 소운님의 바람대로 행복한 가정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정찬열 2017-03-28 21:47	소운 작가님! 안녕하세요 둘째 손주를 보시고 소담 한 마음 으로 좋은 글 선망이 되시는 글주셨군요 더욱히 동기간이 없으셔 외로움도 크신걸 절절히 느끼셨군요. 주위를 살펴보면 대부분아무리 혈육 지간이라도 물질의 유무와 권세의 유무에대부분의 분쟁이 심한걸 종종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낄때가 많았습니다. 아무쪼록 손주들이 알콩달콩 잘자라 행복한 가정 웃음이 넘처나는 시간들이 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의미깊은 "형제" 감사히배독했습니다.

박목철 2017-03-29 10:11	《Re》김경렬 님 , 작가님 께서도 요즘 손주 보시느라 바쁘시다 들었습니다. 저도 돌보미 노릇 할 때가 많지만, 행복한 마음으로 한답니다. 자식하고 손주는 또 다른것 같아요, 젊은 때는 애 이쁜거 모르잖아요,

박목철 2017-03-29 10:13	《Re》이석희 님 , 사람 사는게 뭔지 참 어려울 때가 많지요,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참 그러지 않았어도 되는데, 할 때가 많습니다. 작가님, 오늘도 평안하십시요,

박목철 2017-03-29 10:14	《Re》김종근 님 , 작가님 반갑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서재에 찾아뵙고 인사 드리겠습니다.

박목철 2017-03-29 10:17	《Re》백낙은 님 , 위원장님께서 오시니 활기가 느껴집니다. 여행 잘 다녀 오셨겠지요, 엄한 집안에서는 형이 아버지 같다는 말을 많이 하시더군요, 가장에도 질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존주들도 다 우애있게 오손도손 잘 살게 되리라 믿습니다.

박목철 2017-03-29 10:19	《Re》정찬열 님 , 행사 떄 누구보다 더 반가웟웠습니다. 여전히 건강하신 모습에 마음도 놓이고요, 좋은 모습 늘 보게 되기를 기대 합니다. 정찬열 작가님,

캄보디아의 아이들,

봄날 도시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