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7-05-27 17:30

ㆍIP: 118.xxx.100

소운의 일요 放談,

친구,
옛 친구 김희영 시인이 전화를 해 왔다. 문자는 간혹 오기도 하지만 전화는 뜻밖이다.
전화를 받았더니, “전화 정말 잘 받으시네, 옥희가 서울 왔어요, 만나 보셔야죠?”
사실 평소에는 전화를 잘 받지 않는 편이다. 솔직히 표현을 하자면 기다릴 전화가 딱히
없기 때문이다. 소운이 돈 없는 걸 어떻게 아는지, 대출이 어떻고 가 아니면 통신사
이동하면 현금 얼마를 준다는 뻔한 거짓말 전화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오는 전화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나만 그렇게 아니라 나이가 들면, 세상의 흐름에서 비켜서는 게 사는 이치
이기도 하다.

옥희, 고등학교 때 친구를 반세기나 지나서 연락이 닿았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꽤 곱던 소녀의 모습이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궁금증도 더해 당연히 보자고 했다.
발산역, 4번 출구 앞,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곳이기도 하고 꽤 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끊고 컴으로 조회해 보니 생각처럼 먼 곳은 아니었다.
석계역에서 한 시간 남짓, 나이 들고 보니 내 삶의 터전이 주류에선 한참 비켰다는 것을
요즘 절실히 느낀다. 아는 직장 동료들은 대부분이 일산이니 과천이니 분당 등 잘 나가는
동네에 살고 있고, 만남의 장소는 변두리 인생인 소운이 가기에는 늘 부산만큼 먼 곳에
정해지기에 요즘은 모임도 거의 피하고 있다.

처음 보는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는 장소에 가면 사실 시선 둘 곳이 마땅치 않다.
대표적인 게 전철이기도 하지만 다행히 요즘 전철 안에서 시선을 의식 할 필요는 없다.
전철 안을 돌아보니 거의 100%라 해도 틀리지 않을 만큼 모두가 폰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몇 정거장이나? 소운도 당연히 폰을 꺼내 인터넷 조회를 했다. 출발지 석계- 도착지 발산,
중간에 공덕역에서 갈아타라는 안내에 더해 소요 시간까지 친절하게 알려 준다.
혹시 외계인이 우리의 모습을 본다면, 이놈들이 도대체 뭘 저렇게 열심히 하지?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너나없이 모두 폰 중독이 실감 나는 현장이 전철이기도 하다.

커피숍에서 김희영 시인과 옛 얘기를 하며, 옥희를 기다렸다.
커피숍을 들어서는 중년을 훌쩍 지난 두 여인, 아! 세월에 바래지 않은 것은 추억뿐이구나.
아마 딴 곳에서 만났다면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무심히 스쳤을 것이다.
다소곳하던 소녀의 모습을 더듬어 보려고 한참을 애썼다. 아마 옥희도 그랬을 것이다.
잔잔하게 웃을 때, 곱게 주름진 눈가에서 옛 모습의 그림자가 얼핏 반갑게 스쳐 갔다.
서로의 얘기 중 기억하는 것도, 못 하는 것도 있었지만 모처럼 웃고 떠드는 행복을 맛보았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옥희 동생이 우리 기억에 없는 얘기를 많이 들려줬다.
“오빠, 마르고 키 크고 잘생긴 얼굴이었는데,” “정말?” 모두가 그렇단다.
소운은 스스로 잘생겼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으나 낯 간지러운 덕담에 기분은 좋았다.

“우리 일 년에 한 번이라도 보자, 서울 오면 연락할게,”
일 년에 한 번이라도? 몇 번이나 더 보게 될까, 어깨를 걸치고 사진을 찍으며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렸다. 이렇게 살다 가는 게 인생인가?

석양,
요즘은 서울에서 자는 일이 드물다.
푹신한 침대에 환경이 잘 갖춰진 양평에서의 생활이 몸에 익은 탓인지
어쩌다 서울 집에서 자려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모임이 있거나 한 날은 서울 집에서 자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느끼는 일이지만, 해가 떨어지기 전에 집에 들어서려면 막연한 외로움이
밀려와 문을 열고 들어설 때의 느낌이 싫어서 밖에서 술을 마시게 되기도 한다.
옛 친구와의 만남은 점심을 같이하고 한참을 수다 떤 것으로 끝났다.
어디 가서 차라도, 했으나 선약이 있다고 다음을 기약하자고 했기 때문이다.

석계역 근처는 술 마실 곳이 많다.
집에 가기는 이르고, 고래고깃 집? 한참을 망설이다 안주를 사서 집에서 마시기로 했다.
집에서 혼자 마시는 거야 그렇다 쳐도, 술집에서 혼자 술 마시는 모양은 그림이 그렇다.
석계역에서 집에 가려면, 주민들의 조깅 코스인 도로를 지나야 한다. 차가 다니지 않는 길
이라 운동하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된다.
무심히 앞을 보니 할머니 대여섯 분이 앞에서 걷고 있었다. 하나같이 관절이 닳아 오다리
가 되어 구부정한 자세로 걷고 있었다. 오늘은 이상한 날이다.
전철 안에서는 젊은이들이 하나같이 폰을 들고 있더니, 소운의 앞에서 걷는 할머니들의
한결같은 모습은 또 뭐냐? 석양빛이 할머니들의 등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카톡! 김희영 시인에게서 문자가 왔다.
“옥희가 미안하다고 전해 달라네, 한의원 예약 시간 때문에 차 한 잔못하고 헤어졌다고,”
그래, 이제 한약도 먹어야 하고 병원도 다녀야 할 나이이지,
참치 캔에 막걸리를 마셨다. 알딸딸하게 취해서 팍 자야 하는데,

세월, 소운/박목철

유행가 가사가 떠 올랐다
고장 난 벽시계,
세월은 고장도 없다는 한탄,
시간 여행을 했다
반세기 세월 저편으로
곱던 소녀는
고장 난 벽시계 되어 추억 속에 있었다.

백낙은 2017-05-29 14:45	소운 작가님. 부럽습니다. 50여년 지기 친구가 있으니 말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친구까지 모두 다 가버리고 신학교 시절 친구 한 사람 있습니다. 그 후 사귄 친구는 더러 있습니다만 서로 찔룩거리니 자주 만날 수도 없답니다. 1년에 한번 만남은 너무 깁니다. 자주 만나면 얼만 좋을가 하는 생각입니다. 지금이라도 친구한테 전화라도 한 통 해 봐야겠습니다. 늘 행복한 시간들 되시기를 간절히 빕니다.

이석희 2017-05-29 14:53	소운 작가님~~~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 생각하여도 팔자소관이라는 말이 저에게는 딱 드러맞는 표현이니 말입니다. 어찌 된 일인지 전주 서울 부산 대구 익산 충주까지 전국 일주를 하면서 사느라고 친구는 말할 것도 없고 친척도 조금 먼 사이는 남이 된지 오래입니다. 더구나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에는 이렇게까지는 아니었는데 이제는 아주 담을 쌓았습니다. 실상은 이런 모든 일이 팔자가 아니라 내 마음 탓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젠 요양병원 갈 계산을 하고 있으니 후회한들 무슨 실익이 있겠어요. 어찌 되었든 소운님께서는 참 행복하십니다.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정찬열 2017-05-30 21:28	소운작가님! 반세기만에 만난 고등학교 여자친구 얼마나 반가웠을 까요? 그렇게 오랜만에 찾아주는 여사님이 있어 더한층 부럽기 까지 합니다. 이순을 넘기고 고희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합병원 신세가 되는데 아직도 펄펄나시고 해외 자유여행도 틈틈히 하시는 작가님께 소리 안나는 박수라도 보내겠습니다. 늘 건안 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김상화 2017-06-01 10:59	소운 작가님 오랜만입니다 뭐니 뭐니 해도 초 중 고 동창이 제일 반가운 것 같습니다 지금도 초등학교 동창들과는 일년에 한두 번은 몇 사람이 만나 식사를 합니다. 코흘리개 친구들이라 흉허물이 없어 좋습니다. 그런데 여자 친구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여자 친구를 만났으니 얼마나 반갑고 좋았겠어요 재미있게 빚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소운 작가님!

김종덕 2017-06-01 18:21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전번에 술울 담가두었다는 이야기에 한번 같이 펐으면 좋겠다는 댓글을 남겻는데 소식이 깜깜하시더니, 이번의 글을 뵈니 수백번이라도 읽고 싶을 정도로 잘 빚어 두셨읍니다. 그 때의 술도 지금쯤이면 작가님의 글처럼 아주 향긋한 향기가 날 것 같습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박목철 2017-06-03 15:38	《Re》백낙은 님 , 위원장님 께서는 저보다 연장이시지만 훨씬 젊으시고 열성적이시라 늘 본 받자는 생각을 한답니다. 행사가 주일에 열리는 일이 많아 자주 뵙지 못해 서운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모습으로 이끌어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박목철 2017-06-03 15:41	《Re》이석희 님 , 교직에 오래 계셨으니 이동이 많으셨겠습니다. 제 동창 한 명도 교장으로 퇴직 했다는데 연락이 끊겨, 김희영 시인에게 수소분 부탁 했습니다. 나이가 드니 더 늦기전에 보고 싶은 분들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작가님의 댓글 늘 감사합니다.

박목철 2017-06-03 15:43	《Re》정찬열 님 , 제가 정찬열 작가님을 뵈면 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에너지가 넘치시는 모습에 늘 감탄 합니다. 어려움을 잘 극복하시고 멋지게 사시는구나 하는 생각이지요, 행사 때 뵙겠습니다. 작가님, 건강하십시요,

박목철 2017-06-03 15:46	《Re》김상화 님 , 아직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신다니 부럽습니다. 저는 피난통에 초등학교 동창은 기억에 없답니다. 천막 교실이나 교외 계단에 앉아서 수업을 하곤 했었지요, 수복이 되면서 또 흩어지고, 대신 이렇게 새로운 문우님들이 옆에 계시니 든든합니다. 행사 때 뵙겠습니다. 작가님,

박목철 2017-06-03 15:48	《Re》김종덕 님 , 반갑습니다. 나이가 들고 보니 집중력이 많이 떨어져서 반응이 늦는점 이해 바랍니다. 작가님, 언제 기회 되면 막걸리 한잔 나눌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장계숙 2017-06-16 00:24	아득한 시간 여행을 하셨습니다. 설레임으로 다시 보는 얼굴이 가슴 속에 긴 여운으로 남을 듯 싶습니다. 오랜 인연이 반가움으로 다가설 때 삶이, 세월이, 시간이 얼마나 경과했던가 뒤돌아 보게 됩니다. 앞으로도 종종 좋은 만남으로 기쁜 시간을 보내셨음 좋겠습니다. 고운 글 감사히 배독하고 갑니다.

김희영 2017-07-24 10:45	소운 시인님 그간 안녕하셨지요. 시간이라는 다리 위에서 만나야 할 사람들은 아무리 피해도 만나게 되고 때때로 보고 싶었지만 한 번도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50여 년을 훨씬 뛰어넘고 보니 뛰어넘은 시간에, 세월에, 아 참 그때는 걱정근심 없었던 소년 소녀 시절이었지 고등학교 때에는 소운작가와 옥희 친구가 연락을 잘해주어서 만나긴 했는데 지금은 어찌하여 게으른 내가 우리 셋의 연락망이 됐다. 그래도 살아온 세월이 있어 내가 제일 적극적인가보다. 대한문인협회에 등단을 잘한 것 같다 소운 작가도 만나고, 가끔 옥희랑 만날 때는 소운작가 이야기 잘하긴 했다. 어떻게 늙어가고 있을까? 지금은 무엇을 할까? 키다리 아저씨가 돼 있을 거야 이런저런 오십여 년 전의 상상을 나름대로 하면서~~~~~~~ 부산에서 살고 있는 옥희가 올라오면 소운 시인과 일 년에 한 번씩 보자는 약속을 남기고 그날은 일찍 헤어졌다. 옥희가 한약국에 예약 했다고 해서~~~~~~~~ 소운작가님 일찍 헤어져 섭섭하셨지요.

석양(夕陽) 동반이 멋지더라,

시모노세키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