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7-01-27 17:16

ㆍIP: 118.xxx.100

춥지 않은 겨울,

올해는 추위다운 추위를 느껴보지 못하고 겨울이 끝날 것 같다.
며칠 전, 올해 들어 가장 매서운 한파라고 겁주는 바람에 마음의 준비까지 단단히 했는데
막상 나와 보니 예상외로 별 추위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녀석들 그래도 겨울인데 호들갑은"
올해도 기상대에 대한 소운의 믿음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의 범주를 크게 벗지 못한 셈이다.

예전에는 겨울이 정말 추웠다.
난방시설이 미비하고, 입성이 부실한 탓도 있긴 하지만, 겨울이 지금보다 혹독하게 추웠던 것은
한강을 보면 알 수 있다. 해마다 겨울이면 꽁꽁 얼어붙은 한강은 놀이터로서의 구실을 톡톡히 했다.
이런 혹독한 추위임에도 우리가 입을 옷은 허술하기 짝이 없어, 오죽하면 군용 담요를 염색해서
코트로 지어 입기까지 했으랴, 한참 후의 일이긴 하지만, 요즘 개그맨들이 웃기려고 입고 나오는
군용 잠바의 깔깔이 내피는 당시로써는 최고의 겨울옷으로 모두가 구하려고 애를 쓰던 귀한 옷이지,
웃기려고 입는 옷은 아니었다.

겨울이면 손등이 성한 아이를 보기 어려웠다.
거북이 등같이 두꺼워진 손등은 쩍쩍 갈라지고, 심한 경우 피가 배어 나오기까지 했다.
날은 춥고, 찬물에 씻기가 싫으니 손등에 때가 덕지덕지 끼어 찬바람을 맞으면 갈라지는 탓이었다.
아침이면 솥에 더운물을 데워 한 바가지씩 배급하지만, 얼음이 꽁꽁 얼어붙은 우물가에서 손 씻기가
귀찮으니 대충 시늉만 하고 지나다 보면 때가 손등에 더더기로 끼게 마련이다.

다양하게 화학사가 개발되고, 물류의 흐름이 국제화되어 지금은 보온성이 좋은 옷이 넘쳐난다.
옛날에 옷감은 면사와 모직이 유일했다. 양털로 짠 모직은 값이 비싸서 서민이 넘볼 옷감은 아니었고,
솜을 옷에 덧대 누빈 누비옷이 유일한 방한 옷이었던 시절을 우리는 힘겹게 견뎌내야 했다.
한때는 무스탕이라 하여 양털 옷이 대세이더니, 요즘은 거위 털 옷을 입지 않은 사람을 보기 어렵다.
어찌 되었건 요즘은 옷이 부실해 추위에 떠는 사람이 없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지구 온난화 탓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도 점점 더워지고 있다.
남쪽 지방에서 재배하던 인삼이 지금은 강원도까지 밀고 올라와 여기저기 인삼밭이 보인다.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께 사 드리던 두꺼운 내복은 지금 생산하는지 조차 확실치 않다.
소운도 내복을 입지 않은 지가 수십 년도 더 되고, 주변에 내복 입은 사람을 보기도 어려운 세상이니
겨울이 겨울답지 않은 세상을 우리는 떨지 않고 사는 셈이다.

한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겨울답지 않은 겨울이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겨울이 혹독하게 추워야 병충해가 월동하지 못하고 동사하는 탓에 농사 피해가 작다고 한다.
안 그래도 해마다 돌림병 탓에 모두가 긴장하는 판인데, 병충해가 기승을 부릴까 걱정이다.
이런 현실적인 계산을 미뤄 놓더라도, 오랜 자연의 순환원칙은 다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중에는 겨울은 겨울 다와야 한다는 것도 당연히 포함된다.

겨울이 겨울답지 못하면, 다음에 오는 봄도 봄답지 않으면, 하는 기우는 망상이면 좋겠다.
혹독한 겨울을 견딘, 식물들이 자랑스럽게 피워낸 봄꽃은 겨울을 견뎌낸 인간에겐 축복이었다.
아름다운 꽃을 보며 찬사 해야 할 사람이, 사람이 사람답지 않은 세상이 정말 걱정이다.
사람이 사람답지 않으니, 겨울이 겨울답지 않고, 또 봄마저 답지 않다면?

춥지 않은 겨울, 소운/박목철

小寒, 大寒)이 언제였지
백화점들
쌓인 방한복 在庫 걱정한다.
병충해 없이
풍년이면 좋겠는데
답지 않은 제 처신은 까맣게 잊고,
입(口)은 살았으니
먹어야 하고
춥지 않은 겨울 탓 하겠지,

백낙은 2017-01-27 18:01	소운 작가님. 춥지 않은 겨울 잘 보았습니다. 요즘은 추위에 많이 노출 되지 않는 환경이기도 하겠지만 사실 옛날에는 정말 많이 추웠지요. 방안의 걸레가 꽁꽁 얼었고 세수하고 젖은 손으로 문고리를 잡으면 달라 붙었으니까요. 환경도 좋아지고 옷들도 얼마나 좋아 졌습니까? 그런데도 요즘 세대들은 늘 불평 불만이랍니다. 보리는 봄보리도 있지만 가을 보리는 -10도 씨 이하에서 약 열흘동안은 있어야 보리가 충실하답니다. 사람도 추울 때는 추워야 건강에 좋을 듯 싶습니다. 설명절 즐겁게 보내시고 온 가정이 행복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이석희 2017-01-27 19:04	박목철 작가님! 추위라면 저도 할 말이 참 많습니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거처할 곳 모두 부실하기 그지 없던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지요. 세수하고 방으로 들어가려고 문고리를 잡으면 쩍 달라붙고 부엌에서 차린 밥상을 들고 방으로 가다 보면 찬 그릇이 밥상위에서 썰매를 타기 일쑤였으니까요. 이제는 옛 이야기가 되었으니 망정이지 아마도 지금 그렇다면 아이들이 얼마나 고생을 할까 생각하면 요즈음 아이들이 참 부럽습니다. 잠시 옛 추억에 젖어 보았습니다. 좋은 명절 맞으시기 바랍니다.

박목철 2017-01-27 19:50	《Re》백낙은 님 , 설 명절 잘 보내시기 바람니다. 목사님, 춥지 않아서 난방비가 덜 들어서 다행이긴 합니다. 하지만, 수천 년을 이어온 질서가 깨지면 뭔가 부작용이 있으리란 불안감이 없지도 않습니다. 보리가 -10도 이하에서 열흘 정도 있어야 한다는 말씀 세상 사는 이치가 다 그러리라 생각이 듭니다. 평안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

박목철 2017-01-27 19:54	《Re》이석희 님 , 옛날 집은 밥상을 들고 방에 가려면 바깥을 거쳐야 했지요, 댓돌도 딛고 올라서야 했고요, 참 겨울을 나기에는 힘든 구조가 아닌가 생각 됩니다. 함경도 식 집은 구조가 재미있더군요, 부엌이 바로 거주 공간에 붙어있어 열손실이 적은 구조더군요, 우리 세대는 어려운 시절을 같이 겪었으니 공감의 폭이 큰듯 싶습니다. 평안한 밤 되시고 설,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작가님,

김경렬 2017-01-28 12:54	옳은 말씀입니다. 겨울에 눈도 많이 내려야 논밭이 기름지고 농사도 해갈이 된다고 했지요. 옛날엔 보리농사가 양식을 대체했으므로 추우면 보리 농사가 잘된다고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은 즐거운 설 입니다.. 가족이 모두 모여 즐거우시지요?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김상화 2017-01-28 23:10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늘이 설날인데 설은 가족과 함께 잘 보내셨는지요 작가님께서 올려주신 춥지 않은 겨울을 잘 읽었습니다 우리 어릴 때의 과거와 지금을 조화롭게 잘 표현하셨습니다 그 때는 춥기도 많이 추었습니다. 거기다 옷도 부실해 추위를 한몫 거들었지요 집도 지금과 같이 냉 온방이 잘 갖추지 못했고 문풍지 사이로 황소바람이 들어오면 왜 그리 추운지 말로는 그때의 상황을 표현하기 어렵네요 작가님의 옥고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박목철 작가님!

정찬열 2017-01-30 20:55	소운작가님 새해 잘 지내셨는지요 겨울답지 않다는 공감하는 글에 더욱 전라도 지방에서 심도있게 느ㅡ끼고 살면서 느끼고 있습니다. 어릴적 무릅까지 빠진 눈 삼일이 멀다하고 쌓인눈에 산골이 고향인 나는 산언덕에서 누썰매가 신이난 시절 말입니다. 말씀 마따나 겨울은 겨울다워야하는 것이 농심의 진리인데 조금은 걱정이 앞섭니다. 좋은 귀감의 글 잘 배독하고 갑니다. 늘 건안 하시길 빕니다. 소운 작가님!

김종근 2017-01-31 19:25	박목철 작가님 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답지 않은 겨울, 어릴적에는 참 추웠습니다. 저는 대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대구가 분지라 춥고 덥기가 최고 였지요. 영하2~30도가 보통이었는데., 요즘은 남부지역에는 소나무가 다 죽고 있습니다. 구미시에서 인부 1500명 동원해서 야산에 죽은 소나무를 모조리 벌목하는 바람에 산이 황폐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제선충이라지만 기후탓으로 보입니다. 늘 건강하세요, 감사드립니다.

배 행복하라고 먹는 음식,

일요한담閑談, (벌罰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