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7-02-11 14:55

ㆍIP: 118.xxx.100

보름달에 비는 소망,

달하 노피곰 도다샤, (보름달에 비는 소망) 소운/박목철

문화권을 크게 나눠 보면 해 문화권과 달 문화권으로 나뉜다고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사상이 음양오행(陰陽五行) 사상이고,
세상 만물은 모두 양(陽)이나 음(陰)의 영향을 받으며 때로는 조화하고 때로는 충돌도 하면서
굴러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음양의 이치를 알면 세상 사는 이치를 다소 알게 된다는 것이
소운의 평소 생각이기도 하다. 우리가 말하는 음과 양은 상대 기준이지 절대 기준이 아니라는 점은
이해해야 한다. 비교치(比較値) 보다는 크다는 뜻이지 절대 기준의 음이나 양은 존재하기 어렵다.

지구상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큰 양은 해(太陽)가 아닌가 한다.
원래 대(大)보다 더 크다는 뜻이 태(太)이니 양 앞에 태를 붙여 태양이라고 이름 붙인 것으로도
양을 대표하는 양은 태양이라고 모두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도 태양을 능가하는 양은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신라의 김유신은 각간 벼슬에 대와 태를 더해 태대각간(太大角干)이라고 불렸다)
태양이 양을 대표 한다면, 음을 대표하는 것은 단연 달이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꼭 필요한 것이 시간의 흐름에 대한 좌표(座標)이다.
우리가 흔히 달력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 정확히 말하면 지금 달력은 태양력이다.
원래 우리는 달의 변화를 기준으로 한 달력을 삶의 기본으로 삼아 농사도 짓고 모든 생활의 기준으로
삼으며 수천 년을 살아왔다. 해가 바뀔 지음이면 중국 황제가 한 해의 달력을 만들어 제후국에 나눠
주고, 이를 필사한 달력을 임금은 백성에게 나눠 주었는데 이는 하늘을 대신한 일종의 통치 행위였다.

우리와 달리 서양은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한 태양력을 만들어 사용해 왔다.
서양의 힘이 동양을 압도하니 자연히 우리도 태양력을 삶의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농사짓는 분이나, 어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아직도 음력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달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영덕 대게를 예로 들어보면, 달의 변화에 따라 게의 살이 비기도 하고 차기도 해서 언제 게를 잡을
것인지를 음력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도 하고, 게를 사 먹는 분들이 알아야 할 지식이기도 하다.

양은 기운이 넘치고 진취적이고 용맹하다는 특징이 있다.
서양인들의 삶을 보면 확실히 동양인보다는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것은 맞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동양인은 은둔적이고 대신 사고의 깊이가 깊다는 차이가 있다.

지금같이 조명이 발달한 때에는 어둠이 주는 공포가 그리 크지 않지만, 옛 분들은 해가 지고
찾아오는 어둠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어둠을 모든 나쁜 기운이 넘치는 무서운 존재로 여기는 것도
어둠이 주는 여러 위험과 어려움을 겪으며 각인된 후천적 경험의 결과로, 우리가 아플 때 밤이면
열도 더 오르고 심하게 앓는 것도 이런 어둠에 대한 부정적 잠재의식 때문일 것이다.
이런 어둠을 밀어내고 얼굴을 내민 환한 달은 당연히 경의의 대상이고 축원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한해를 맞이하고 뜨는 첫 보름달의 의미는 각별하다.

보름에 행해지는 풍습을 살펴보면 축술 적 의미가 강하게 내포된 것을 알게 된다.
액막이 연날리기, 더위팔기, 쥐불놀이, 귀밝이술 마시기, 묵은 나물 먹기, 부럼 깨기, 등 모두가 한해의
안녕을 달에 비는 주술적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설날이 가족 위주의 조용한 축제라면, 대보름은 마을 단위의 집단 축제의 날이기도 하다.
환한 달빛 아래 모두가 한마음으로 건강과 행운을 달에 비는 달 문화권의 소중한 축제가 대보름이다.
아마 대부분 사람은 떠오르는 달을 향해 뭔가 한 가지 소원을 빌었을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행복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보여서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정유년 대보름, 날씨가 좋으니 환한 달이 떠서 온 누리에 환한 빛을 선사할 것이다.
여기저기 환한 불빛 때문에 달빛의 고마움은 예전 같지 않지만, 빌어야 할 마음의 짐은 예전보다
더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른도 없고, 우러러봐야 할 지도자도 존재하지 않는 기막힌 현실이다.
종교를 떠나, 환한 빛을 선사하는 보름달에 소원을 빌어보자, 마음이라도 편해지게,
우리 선조들도 환한 달을 향해 손을 비비며 잠시 세상사의 고통을 잊으셨을 것이다.

-달도 조물주의 창조물이니 달에 비는 것은 창조주에게 비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달하, 소운/박목철

해님
나 몰라라
훌쩍 떠나고 난 빈자리
어깨너머 한껏
까치 발해도
안타까운 초승달 신세
일 년을 줄달음쳐 앞서려 해도
쥐불놀이 깡통 돌리듯
놔주지 않으니,

정월 대보름
환하게 웃는 달님
중생(衆生)에 다가온 기쁨도 잠시
어떡하라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 가득 숱한 소망,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 달하는 자연 존칭 보조어간으로 달님이시여의 뜻

이석희 2017-02-11 15:23	소운님! 소년시절 그 소박한 추억에 잠시일지언정 머무르게 해주시니 참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어려서도 이날만큼은 한 잔 술을 먹을 수 있었고 찰밥에 수수밥에 조밥까지 갖가지 잡곡밥 그리고 가진 나물까지 가난하지만 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건 함께 즐기는 가난 속의 풍요였지 싶습니다. 오늘이 그 날인 줄도 몰랐을만큼 세월의 흐름에 둔감한 탓인지 매력없는 삶을 사는 건지 참 아리송 하기만 합니다. 6,70년 전 추억 여행 참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상화 2017-02-11 22:00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세요 음력 설 지난 제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오늘이 대보름날이 왔네요 옛날에는 오늘이 큰 명절이었는데 세월 흐름에 따라 이것도 변해가나 봅니다 의학이 발달하지도 못했지만 가난에서 오는 즉 먹지 못해 머리에 생기는 부럼이 있었지요 이것이 생기지 못하게 호도나 땅콩을 깨서 먹었습니다 그래 이것을 부럼을 깬다고 했지요 지금 생각하면 영양 보충을 하기위한 것이라 봅니다 소원작가님 음과 양에 대해 자세하고도 깊은 내용 잘 담아갑니다 대보름 잘 보내시고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박목철 2017-02-12 12:57	《Re》이석희 님 , 세대가 비슷하다는 것도 소중한 인연이란 생각을 자주 한답니다. 사실 글을 읽어도 세대가 다르면 공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어려운 시절을 함께 겪은 소중한 경험이야 말로 공감이지요, 찾아주시고 격려해 주심을 감사 드립니다. 이석희 작가님,

박목철 2017-02-12 13:00	《Re》김상화 님 , 아무도 부럼을 사오지 않아서 제가 피땅콩과 호두를 사 왔습니다. 먹으라해도 거들떠 보지 않기에 제가 까서 입에 넣어주기까지 했답니다. 고유 명절가 풍습은 아이들에게도 소주한 추억인데, 휴일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김상희 작가님,

백낙은 2017-02-12 19:44	소운 작가님. 어릴 때 어머님을 생각나게 하는 글이라 눈여겨 보았습니다. 어머님도 예수를 믿기 전에는 장독에 정화수 떠 놓고 비는 것을 자주 보았답니다. 저도 솔가지에 불질러 달 끄신다고 많이 다녔습니다. 달하! 라는 말 처음 들었습니다. 보조어간으로 달님이시여의 뜻이라는 것 배우고 갑니다. 한달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는데 다녀 와서 봅겠습니다. 즐거운 나날 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김경렬 2017-02-13 12:00	어릴때 정월 대보름은 또 다른 명절 이었습니다. 밤에 오빠따라 나가 깡통에 숯불넣고 흔들면 마치 논바닥이 온통 동네 아이들의 불꽃놀이가 되었지요. 한번 돌려보고싶어 오빠에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졸랐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지금은 양력 달력을 사용하지만 아직도 음력이 적힌 달력이 더 필요할때가 종종 있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정찬열 2017-02-15 19:27	소운작가님! "보름달에비는 소망' 어릴적 우리조상님들은 유난히도 달에거는 기댄 탓인지 이른새벽 남보다 먼저 깨끗한물 떠다비는"용알뜨기" 를 하셨고 달밤에 냇가 다리밑에 짚으로 만든 인형을 만들어 두고 빌고비시던 기억들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정월대보름을 기해서 잊혀져가는 우리 민속 놀이들도 그렇구요 너무 의미깊은 글 단숨에 배독하며 많은것을 배움하고 갑니다. 기온차가 심합니다. 늘 건안 하세요

박목철 2017-02-18 10:11	미국은 비행 시간이 길어 시차가 어렵더군요, 작가님 께서도 나이가 있으시니 건강에 유의 하셔야 합니다. 평안히 잘 지내시다 오십시요, 좋은 글거리도 많이 얻으시고요,

박목철 2017-02-18 10:14	《Re》김경렬 님 , 양평에 오니 옛 달력이 흔하게 있습니다. 난방유를 넣으니 글씨가 커다란 달력을 몇개 주더군요, 초등학교 시절 음력은 원시적이란 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것도 오래 전이 아닙니다. 우리것을 소중히 가꾸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주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박목철 2017-02-18 10:17	《Re》정찬열 님 , 정찬열 작가님 반갑습니다. 이제 봄이 오니 한결 편하시리라 생각됩니다. 날씨가 차면, 몸이 굳어 고통이 심하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뜻한 봄날을 맞아 평안하시고 좋은 기운 듬뿍 받으세요,

휴대폰에서의 해방(日曜放談)

배 행복하라고 먹는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