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7-06-03 15:25

ㆍIP: 118.xxx.100

석양(夕陽) 동반이 멋지더라,

요즘은 이혼하는 사람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이혼을 수치로 생각해 가능하면

평생을 해로 하는 것을 당연히 지켜야 할 일로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주례사에서도 으레,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될 때까지,- 라는 덕담이 늘 빠지지 않았고, 귀밑머리

마주 풀고 만난 사이라는 말로 첫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해 웬만한 어려움은 참고 넘기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생각해, 이혼을 보는 사회적 시선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오늘 뉴스 제목에 "수명 백세 시대에 한 사람과 한평생을 보내는 게 합당한가? 라는 글을 보았다.

내용은 앞으로 수명이 늘어 부부가 인연을 맺으면, 80년쯤 함께 하게 될 것인데, 한 사람과의 인연을

그렇게 길게 하는 것이 과연 최선인가 하는 내용으로 외국의 어느 학자가 쓴 글이었다.

생각하기 따라서는 지금의 배우자가 최상의 만남이라는 확신도 없고, 더 잘 맞는 짝이 있을 수도

있는데 굳이 한 사람과 평생을 함께 살 필요가 있냐고 하는 의문에서 출발한 글이라 여겨진다.

소운이 현재 머무는 양평은 3일과 8일이 장날이다.

지금은 양평에도 대형 마트가 여럿 있고 전문 매장도 웬만한 것은 거의 들어와 있으니 구태여

장날을 기다릴 이유가 없지만, 그래도 막연히 장날을 습관처럼 따지게 되는 것이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한 현상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닌 것은 장터에 가보면 서울에서 온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분위기로

알 수 있듯, 어린 시절 부모님 따라 찾았던 장터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장터를 다니다 보면 나이 든 부부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장 구경을 하거나, 장터 밥집에서 식사하는

장면과 자주 마주치게 된다. 젊은이들은 장터에 대한 추억이 없으니 어찌 보면 구질한 물건뿐인

장터에 관해 관심이 있을 리가 없기도 하지만, 요즘은 웬만한 물건은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세상이니

장터에서 추억을 찾아 기웃거리는 분들은 중년을 훌쩍 넘은 나이 든 분들이 대부분이고, 부부가 같이

손을 잡고 다니는 흐뭇한 장면을 보게 되는 것이 시골의 5일 장터의 새로운 풍경이기도 하다.

장터 간이 의자에 앉아 소머리 국밥과 지평 막걸리 한 병을 시켰다.

옆자리에 앉았던 부부가 내 식탁으로 옮겨도 괜찮겠냐고 양해를 구하기에 그러시라고 했다.

빈자리가 없어 그냥 가려는 분들을 위해 자신들의 자리를 내주고 내 앞에 비어있는 자리로 옮겨 앉는

마음씨가 곱다고 생각해서 흔쾌히 응낙한 것이다. 남자분이 땀을 흘리며 열심히 드는 음식이 내 것과

다르기에 국밥이냐고 물어봤더니, " 보신탕이에요, 서울 개고기와는 맛이 달라 한 번씩 먹으러 옵니다"

소운은 보신탕을 먹지 않으니 아는 게 없어 달리 응답할 말이 마땅치 않았지만, 남편이 식사하는 동안

연신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 주며 부채질을 해 주는 부인이 너무 보기 좋아 덕담을 건넸다.

"참 호강을 하십니다. 젊었을 때 얼마나 잘하셨기에 칙사 대접을 받으시네요,"

소운의 덕담에 남자는 멋쩍게 웃었고, 부인이 대신 대답했다.

"아녀요, 젊었을 때는 속도 많이 썩였어요, 그래도 나이 들어 애들을 다 독립시키고 나니 이젠

남편하고 단둘이란 생각이 들어서요" 부러워서 남자의 나이를 물었더니, 63세라고 했다.

요즘 들어 더욱 부부 사이가 좋아져 같이 장터도 찾아다니고 여행도 다니며 황혼길에 동반해 줄

상대가 있어 너무 좋고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인생 백세 시대에 한 명의 이성과 평생을 해로 하는 게 지겹지 않냐고?

나이가 들어 중년을 넘기고 나면, 아무리 건강이 어떻고 해도 세월에 바랜 겉모습은 숨길 수 없다.

이성으로 비친 상대의 모습에 더해, 상대의 눈에 비친 자신을 모습은 어떤 것일까?

아무리 점수를 좋게 준다 해도 늙은이의 초라한 모습일 것이다. 이미 이성이 어떻고 할 향기는 다

스러진 마른 풀 같은 존재가 아니던가? 하지만 세월을 함께 한 부부의 눈으로 상대를 보면 미안함

측은함, 고마움 이런 것들이 지난 세월을 돌아보게 하고 연민의 정이 가득 우러날 것이다.

夫婦, 소운/박목철

한 몸의 손가락도

길고 짧은데

둥근 자갈 되기가 쉬울까

二人三脚

묶인 다리 어쩔 수 없어

어깨동무, 한 몸되고,

혼자 뛰면 쉬우려나

속박과 의지의 경계가 어디인지

문득 쳐다보니

서리 내린 半白의 머리,

어항에 길든 고기

放生을 한들 살겠는가

이인삼각 묶인 끈 인연이려니

눈길 마주하며 서로 가엽다 하네, -시집, 세월에 실린 나그네 발췌,

백낙은 2017-06-03 15:37	소운 작가님. 안녕하세요. 글을 읽고 보니 석양 동반이 참 멋지네요. 남자가 장수 하는 비결 중에 한 여자와 오래 사는 것이랍니다. 물론 예외는 있을 수 있지만요. 저도 오래 살려고 연애기간을 합하여 60여 년쯤 살고 있답니다. 지난 2014년에 금혼식을 치루었답니다. 그러나 후회는 없습니다. 모쪼록 금슬 좋은 부부가 되셔서 백세까지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이석희 2017-06-03 17:01	소운님~~~ 안녕하세요. 요즘 세상을 보노라면 격세지감을 느끼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부부만 보더라도 이게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우리 때야 연애는 가뭄에 콩 나듯 하였고, 중매로 만나도 사노라면 정이 든다고 애 낳고 알콩달콩 잘들 살았지만 요즘은 한 순간 마음이 안 맞으면 당장 고무신 바꾸어 신는 것 같아요. 신혼 여행 가서 이별하는 사람도 있어요. 어쩌면 부부가 오래 붙어 사는 게 장수의 비결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서로를 위해주고 이해해주고 감싸 주고 용서하며 사는 게 장수의 비결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서로 도끼눈 뜨고 오래 살면 뭐하겠어요. 자식들 보기도 민망하지요. 허허허 재미있게 배독하였습니다.

정찬열 2017-06-04 08:14	소운작가님 그간 안녕하십니까 "석양(夕陽) 동반이 멋지더라, " 작가님의 써주신 글만큼 멋지네요 언젠가 신문에서 "황혼 이혼이 대수" 라는 글을 읽은기억이 있습니다. 인생의 수명이 길어지고 서구화 되어가니 우리나라에도 황혼 이혼이 급증한다고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씁쓸함을 감출길 없습니다. 의미깊은 글 잘읽었습니다. 감사 합니다.

박목철 2017-06-04 11:38	《Re》백낙은 님 , 여러면에서 위원장님으로 부터 많은 것을 배웁니다. 60년 함께 한 세월에 더해 깊은정이 가득히 쌓였겠습니다. 나이가 들면 옆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든든한게 부부라 합니다. 후학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깨우치시는 위원장님 감사합니다.

박목철 2017-06-04 11:42	《Re》이석희 님 , 제가 검도를 가르치며 아줌마 제자들도 여렷 있습니다. 남편을 좋게 말 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남자들은 아내에 대한 애정을 표시 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세월이 바뀐다 해도, 백년 해로는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안하신 휴일 되시기 바랍니다. 이석희 작가님,

박목철 2017-06-04 11:45	《Re》정찬열 님 , 제가 쓰는 글들은 거의가 사진을 곁드립니다. 사진을 빼고 글을 올리다 보면, 뭔가 미진하단 생각이 듭니다. 부부의 환한 미소 띤 사진이 함께 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행사 때 뵙겠습니다. 정찬열 작가님,

김종덕 2017-06-06 23:18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요즈음 말로 졸혼이라는게 있다네요. 나이들면 서로 자유를 주어 나름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묵인하는 거라나요? 사람들은 참 쉽게도 적응하나봅니다. 정이라는것이 그렇게 마음대로 자를 수 잇는건가를 생각해봅니다. 여태꺽 씨워온 정보다 더 큰 울타리가 있을 수 잇을까를 생각해봅니다. 같이 갈 수 잇다는 것을이 얼마나 중요하고 고마운지는 겪어봐야 알게 될 까요?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김상화 2017-06-07 01:13	반갑습니다. 박목철 작가님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 해도 평생을 함께 아들딸 낳고 살아왔는데 각자 마음에 맞는 사람과 사귀어 즐겨보자는 것은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어긋난다고 봅니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과 다른 것 같습니다. 젊은 부인들도 애인이 없으면 5대 불출의 하나라고 하니 말입니다. 남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ㅎ 시대 조류에 따른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박목철 작가님

주응규 2017-06-08 12:41	박목철 작가님 서재에 모처럼 들려 좋은 글 배독합니다 더워지는 날씨에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창작하시기바랍니다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십시오.

장계숙 2017-06-16 00:35	요즘 졸혼이 유행이라 합니다. 결혼생활에 미련을 버리고 홀가분 하게 각자의 삶을 살자는 것인데 각자는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그간의 동행에 종지부를 찍고 함께 한 기억도 추억도 모두 소멸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지요. 젊은 저로서도 졸혼에는 반대 입장 입니다. 멋진 글 속에 그 깊은 의미와 동행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감동의 글 마음으로 공감하며 감사히 배독했습니다.

소운의 日曜放談(고래,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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