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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수남 문학서재

ㆍ작성자	정수남
ㆍ작성일	2011-02-05 15:09

ㆍIP: 59.xxx.194

설날 아침
설날 아침 // 정수남

형부,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반쪽 모습으로 찾아오신 형부를 보고서야
그리움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 줄 알았어요
우울증을 자처해서 가신 괘씸한 사람이건만
언니를 그리며 나를 찾아오신 형부,
초췌한 그늘 속에 숨어 있던 그녀의 형상이
나의 어머니 형상에 합성 되어 똑같이 보였어요
섣달 그믐날,
양 오라버니댁에 가서 감자 까주고 저녁 얻어먹고 와서
한바탕 묵은 때 벗겨 내느라 대청소 하였더니
속이 시원 하더라고요.
업치락 뒷치락 잠이 오지 않아 영화 두 편 보고 나서
어머니 차례 늦을까 봐 뜬 눈으로 상차림 준비하고
나름대로 흐뭇하게 제를 올렸습니다.
생전에 술 한 모금 못 드시던 어머니
육순 나이 되도록 술 한 모금 못 먹는다고 버티었던 나
주거니 받거니 울었다 웃었다 하며
올린 소지가 천정으로 치솟습디다.
음복 술에 취하여 언덕배기 산소에서 아마 일 년 치 눈물
다 쏟았을 거예요.
신발 벗어 안에 들여다 놓고 " 나, 집에 없어요 " 하고
특집 방송 보다가 잠 좀 청하고 시름 놓으려는데
왜? 그렇게 서럽던지요
손 전화기 열었다 닫았다 창욱이네 식구들 은근히 기다릴 즘
드디어 명절 보너스 받았답니다.
정신분간 없이 만둣국 끓여주었는데 이때 마음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 애들도 행복한지 밤새도록 수선을 떨었는데
그 애들 수선스러움이 자장가처럼 솔솔 잠이 잘 오게 하더군요
초 이튿날 그 애들 늦잠 때문에 아침도 거르고 있을 때
마침 형부가 오셔서 우리 한자리에 모여서 점심 먹으며
이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형부, 외로움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저는 잘 알잖아요
어서 재혼 하시란 말씀 드린거 서운해하시지 마세요?
속초를 지난다고 하실때 거듭 말씀 못 드렸는데요
형부, 언니는 참으로 행복한 여인이었어요.
저녁에 창욱이네 보내고 나니까 그 죽일 놈의 외로움
명절에 선물로 주고나갈것이지 서러움만 잔뜩 주고 가데요
그 애들은 잘 도착 했는지 걱정 하는 줄도 모르고
새벽녘에 찜질방에 들렸다 이제 귀가 했다며
덜렁 문자메세지만 한통 남겼네요.

이길옥 2011-02-05 18:48	`정수남`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명절 날 겪는 허전함은 역시 같이 해야 할 사람이 없을 때인가 봅니다. 그래서 부모는 자식을 기다리고 집에 있는 사람은 객지에 있는 사람을 기다리나 봅니다. 그런데 오지 못할 사람을 기다리는 그 애절함. 외롭고 쓸쓸하게 하는 텅 빈 자리가 더욱 커 보이는 고통을 감당하기 어려운가 봅니다. 강 시인님의 허전함을 채워주지 못하는 마음 안타깝습니다. 금년에는 시린 옆구리가 따뜻해졌으면 합니다.

김옥화 2011-02-06 07:18	`정수남`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바쁘다고 길 막힌다고 서둘러 떠난 텅빈 밥상머리 앉아 핸드폰을 열두번도 더 열어 보던 제 모습도 보입니다.

신오선 2011-02-06 10:10	`정수남`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핸드폰만 매만지며 친척들의 안부를 그리워하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귀한 시간의 연속이길 원합니다 언제나 향긋한 시내음에 마음을 살짜기 내려 놓아 봅니다

박종흔 2011-02-07 10:15	명절 잘 보내셨냐는 인사를 올리려다 멈칫합니다. 형부를 대하는 시인님의 마음을 헤아립니다. 언니에게 아픔이 있으셨군요. 아직도 인생에 대해 잘 모릅니다. 아마 영원히 그렇겠지요. 이제 혹한도 끝나고 연초록 새싹이 움트는 봄이 옵니다. 힘내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정용하 2011-02-09 08:41	어머니를 가장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이모이고 아내의 빈자리를 간접적으로 대신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처제인가봅니다. 있어야 할 것들이 제자리에 없을때 그것들을 상기 시켜주는 것이 명절인가봅니다. 늘 고운날 되시길 빕니다~~~

강승희 2011-02-10 07:23	정수남 시우님 허전한 명절 지나본 사람만이 느끼는 또 한번 시인님의 가슴에서 찾아보고 갑니다. 건필 하시비요

이혜숙 2011-02-11 02:33	마음이 찐해 집니다. 저의 형부 가시고 언니 우울증과 외로움으로 힘든데도 저에게 한 번 오라고 전화를 하는데도 생활터전으로 가보지 못하고 밤이면 잠 못 이루고 낮이면 집에 있지 못하고 공연히 밖으로 돌아 다니는 큰언니 생각이 납니다. 평생 60살이 넘도록 교직에 몸담고 교회와 가족밖에 모르고 은행일이며 모든 일을'형부 다 하셔서 막상 형부 돌아가시고 대학을 나온 언니도 은행 업무조차도 볼줄 몰라 형부가 그립다고 울든 언니의 마음을 시인님의 형부의 마음을 읽으니 내일은 새해도 되고 큰언니에게 전화한통이라도 해야겠습니다. 오랜만에 들렸습니다. 부디 형부를 많이 위로 해 주십시오.

김난희 2011-02-11 19:53	시인님 오랫만에 시인님 의 서재에 들렀습니다 아픈 사연 또 하나 간직 하시고 계셨던 시인님 이시기에 그토록 좋은 글을 창작 하실수가 있습니까 ? 설날 아침 사연 잘 읽고 마음 한아름 내려 놓고 갑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 하시길 바랍니다 ^^*

정수남 2011-02-11 21:32	《Re》이길옥 님 , 시인님! 그간 안녕하셨어요? 지난 2월 5일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2월 10일 밤에야 귀가를 하는 바람에 답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25년지기 친구들하고 아주 멋진 여행을 하고 왔습니다. 사는동안 외로움이 있는가 하면 즐거움도 있기 때문에 한세상 그렇저렇 살게 마련인가 봅니다. 시인님께서 기원해주신 덕분에 금년 초부터 옆구리가 따뜻합니다 ^^ 시인님! 감사합니다 ^^

정수남 2011-02-11 21:38	《Re》김옥화 님 , 시인님께 전화좀 해야지 하면서 그냥 지나갔어요... 아마 아직 덜 외로운가봐요 ㅎㅎㅎ 시인님이 주신 사랑이 너무 커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

정수남 2011-02-11 21:49	《Re》신오선 님 , 시인님! 옛날엔 꼭 편지를 써야만 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 간편한 전화나 문자 메세지 까지도 게으르니 상호 성의가 부족한게 탈이겠지요. 저 부터 좀더 노력을 해봐야겠어요. 말년이 쓸쓸하지 않으려면요... 시인님! 감사합니다 ^*^

정수남 2011-02-11 22:01	《Re》박종흔 님 , 안녕하세요? 시인님! 고종사촌 동갑내기 언니가 몇년전 우울증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대학교 교수인 형부가 어려워 형부가 계실때만 언니고 둘이 있을때는 둘도 없는 친구 였습니다. 뜻밖에 찾아오신 형부를 뵙자니 친구인 언니가 몹시 그리웠습니다. 형부역시 언니생각에 저를 찾아오신듯 하였습니다. 시인님! 인생이 이렇게 저물어 가는가 봅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수남 2011-02-11 22:10	《Re》정용하 님 , 안녕하세요? 괜스레 유난을 떨었던 명절 같습니다. 그러나 긴 여행속에서 얼른 마음 추스리고 평정을 찾았답니다 ^^ 그래서 행복은 마음먹기 달렸다고 하는거 같아요 ^^ 시인님! 고운날 맞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정수남 2011-02-11 22:18	《Re》강승희 님 , 안녕하세요? 혹시 시인님께서도 경험을 하셨었는지요? 외로움이란게 어디 국한되어 있는건 아니니까 누구나 겪었으리라 느껴집니다. 외로움 달래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시인님! 늘 행복하세요 ^^

정수남 2011-02-11 22:31	《Re》이혜숙 님 , 시인님! 안녕하세요? 얼마나 상심하셨으면 언니께서 우울증이 왔을까요... 그 우울증이란 병이 정말 무섭더라구요 우리 형부도 그날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우울증이 오는거 같다고 하셨는데 정말 걱정이예요. 언니가 않계시니 따로 어떻게 해드리기도 곤란하고 하지만 시인님은 직접 언니이니까 신경좀 써드리시면 좋을거 같아요 시인님! 마음을 함께 하여주심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

정수남 2011-02-11 22:39	《Re》김난희 님 , 시인님! 참 오랜만입니다 ^^ 처음으로 서재에서 인사드렸을때가 어제 같은데 정말 세월 빠르기는 빠릅니다. 시인님! 잊지 않으시고 성원해주시는 마음 정말 따뜻합니다 ^^ 시인님께서도 늘 행복하소서 ^*^

최헌균 2011-02-16 12:14	연륜이 깊어 갈수록 조금씩 누적 되어가는 그리움이 아쉬움과 고통으로 쌓이나 봅니다. 시인님의 눈물에 나도 모르게 눈가를 훔치며 한참을 머물게 되는군요. 그래도 남은 인연이 있어 설날이 오면 그리워 할 일이 생기니 그나마 만족하고 살아갈수 있나 봅니다. 늘 건강하세요.......

정수남 2011-02-18 13:38	《Re》최헌균 님 , 최헌균 시인님! 오랜만이세요 안녕하셨어요? 눈물보다는 웃으면서 살고 싶은데 진정한 눈물은 억지 웃음보다 몇만배나 건강에 좋다는군요 ^^ 새해 첫날 어머니를 그리면서 실컷 울었더니 시원 ~ 했어요 ^^ 시인님! 감사합니다 ^*^

미천 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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