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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홍은자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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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홍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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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13-04-13 11: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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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훔친 여자
바람을 훔친 여자1 / 眞如 홍은자
공짜는 새파랗고 달콤하다
그녀가 같은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이웃하여 살게 된 첫사랑을 만나기전까지는 늘, 반쯤 핀 햇살 같이 눈부셨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 생활 테두리 안은 아이들만이 보였고 그 속에 보내는 게 그녀의 일상 대부분이었다.
코흘리개 어린아이부터 변성기 아이들까지 두루 맡아 가르치며
그들과 일관된 생활은 나태와 무료감을 가져다주고 있던 차였을 것이다
세월의 먼 바다를 돌고 돌아서 흐르는 개울 같이 허락된 공간에서 그들이 다시 만났을 때엔 울타리에 마구 꽂아놓은
버들개지가 화들짝 놀라 눈을 치켜 떴을 것이다
바짓가랑이 사이로 흘려보낸 남자의 시간들과 온몸으로 원의 학생들과 가족에 헌신하며 보낸 그녀의 수많은 날들 대부분 번데기처럼 손등에 잔 빗금을 쳐 놓았지만 그들에게 30년 넘게 아우르며 보낸 퍽이나 달라진 외양은 조금도 문제될게 없었다.
이러저러한 사연들 속에 고달프게 달려왔던 걸 보상 받기에는 묵혀둔 감정에 바다에서 건져 올리는 수초 같은 새로운 느낌, 신선한 기대감이 한없이 넓고 푸르게 다가왔기에 아련한 이전의 기억들을 떠올릴 틈바구니조차 주질 못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새로운 느낌으로 고요 속 폭풍으로 오고 있는 첫사랑이라는 존재감은 정답을 알 수 없는 연상퀴즈와 같았다
원래부터 늘씬한 키에 쌍거플 진 큰 눈으로 어디서고 단연 돋보이는 그녀였다
반면에 첫사랑이라는 상대는 왜소하고 깡마른 체격에 까무잡잡한 그저 계급 낮은 공무원 같은 깐깐한 스타일이었다.
시선이 교차하는 시간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에게 새록새록 옛 감정이 움트는 것을 눈치 챈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어도 전혀 개의치를 않고 드러낸 채 그들은 서로에게 각별한 신경을 써주고 있었다.
단지내서 하지 않았던 새벽 달리기하는 일부터 시작해 틈만 나면 재미 화투를 핑계로 이집 저집을 건너다니며
그들만의 방식대로 사랑을 소통하고 있는 게 눈에 들어오고 있었지만 남자의 부인과 그녀의 남편은 서로 잘 안다는 이유로 어떤 내색도 표할수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의 행각에 호기심 천국으로 들어간 그들을 발견하고도 한쪽 눈을 감아버리기도.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은 맞지만 세월 앞에서도 우월한 그네들의 사랑은 너무도 당당했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우선 남자에겐 경제가 받쳐주고 있었고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CEO이기에 사랑놀이의 밑받침은 단단했다
그녀는 원에서 주어진 시간들을 마치고 나면 특별히 할일이 없었고 남는 게 시간인 것처럼 자유분방한 생활로
가사에조차 매여 있지를 않았다
그녀의 친정어머니가 드나들며 살림과 아이들을 챙겼으며 남편은 그녀완 다른 건축,건설 대형 직종으로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은 일에 근무를 하고 있어 서로에 대해
구속이나 간섭을 할 이유가 없었을 뿐 아니라 소심하고 내성적인 그녀 남편에게 활달하고 시원시원한 그녀의 설득력에는 토를 달지 못하고 이끌려 살아가고 있는 듯 한 부부인데 그들 또한 그 남자 내외와 모임을 정기적인 갖고 있어서
등잔불 밑의 어둠을 애써 살피려고도 하지 않고 있었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갈증으로 애타는 그녀가 도드라지게 눈에 들어오면서 수십년을 넘게 비밀없이 친해서
그들 사이를 아는 척한 필자 때문에 심지에 붙이 붙어버리는
바람을 훔친 그녀의 사건은 시작이 되었다.
-----------------------------------------------계속---
바람을 훔친 여자2 / 眞如 홍은자
미로 속으로 빠져든 붉은 열정들은 보이지 않아도 조금씩 지남철이 되어 갔다
아파트 뒤쪽으로 마련된 테니스장과 인라인 장, 그리고 공터엔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발 빠른 사람들의 놀이터로 시시각각 다른 모습의 그림이 이어지며 하루가 돌아가고 있다.
늘씬한 다리로 달리기를 하는 그녀의 아우라 를 훔쳐보는 덜 깬 시선들 중에서도
새벽부터 공을 가르는 동호인들의 동공이 가끔씩 사시 눈이 되기도 하였는데,
예외 없이 그 남자도 운동복 차림으로 테니스를 치면서 주위를 도는 그녀와 햇살의 눈빛으로 아침을 나누곤 하였다
해거름이 되면 하나둘 켜지는 붉은 빛의 흔들림이 주는 묘한 분위기가 그녀 안의 열정에 부채질을 하였는지
야간 스키를 배우러 가자고 필자를 조르는 전화가 하루 건너씩 계속 되고 있었다.
짜릿하고 아리송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있는 그녀에게 저녁시간 채울 도움 주는 몇 마디의 조언을 아끼지 않았더니
이후로는 그녀와 그 남자의 일거수일투족이 시시각각 보고가 되고 있었다.
자신이 옳지 못한 줄을 알면서도 공범이 된 지금, 처음으로 되돌려 세우기엔 "아직은" 이라는 궁금증의 끈이 구미를 당기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순수하게 다가오며 도움을 청하는 그녀를 거절할 명분이 생기질 않아 늘 동행이 되었다가
먼저 자리를 뜨는 게 일상처럼 이어져 갔다. 그 남자에게 필자는 들러리 내지는 공범자라는 믿음으로 여겨졌었는지
어느 한 날은 값비싼 한우 갈비를 사주기도 하였고 매번 동행한 모든 즐길 꺼리에 드는 내 비용까지 선 지불을 해 주 곤 하였다
두루두루 함은 뒤늦게 배운 도적질,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스키에 빠져든 자신과 이유 있는 도피처를 만난 그네들이 그러하였다
스키장은 35분 남짓 거리에 있었고 필자 차에 동승한 그녀를 꼭 통과해야만 하는 저수지 근처까지 태우고 가서는
그 남자에게 무언으로 존재의 바통을 넘기곤 하였다. 저녁 6시부터 9시 반까지인 야간 스키 타임엔 주변 스키어들과 직장인들이 대부분인데, 홀로 밤 스키를 타면서도 무섭지 않았던 것은 드문드문 아는 지역민을 만나 정상행 리프트를 타면서 짧지만 반갑게 대화를 나누곤 해서였다
때로는 눈보라가 거칠게 달려들어 코 끝에 가는 고드름 걸어 주기도 했었지만 누군가와 같이
즐길 스릴거리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즐거워 매운 날씨 정도는 눈꼽만큼도 개의치를 않았다
온통 반짝임으로 눈부신 어둠 속에도 마스크와 고글로 무장한 그들을 찾아내기란 백설 위의 컬러 장갑을 찾아내는 것만큼이나 쉬웠지만 그들이 궁금해져 둘러보는 즈음에는 이미 내 시야 안에선 그림자조차 사라지고 없었고 가늘게 퍼져 오는 피로감으로 무거워 "지금 이 관심이 자신과 무슨 상관이랴" 싶어 그들에 대한 생각은 등 뒤로 멀어져가는 저수지쯤에 슬그머니 내려놓고 오곤 하였다
친하게 지내고 있는 여자들은 같은 취미를 즐기게 되면 유독 가까워지고 대화가 잦아지게 마련,
그녀와 나는 칼바람을 맞으면서 설원 위를 쏘아 내달리는 스키의 매력에 푸욱 빠져들었다
짧게만 느껴지는 겨울, 고개 숙인 산이 마을로 슬금슬금 걸어 내려 올 즈음이면 어떻게 해서든지 일의 현장에서 빠져나갈 궁리를 해댔다
각각의 목표와 생각은 달랐지만 이유는 분명해서 이해심 많은 그녀 남편도 착한 필자의 남편도 허허 웃음으로 기꺼이 보내주곤 하였다
녹은 눈 물처럼 스며드는 시간 속에 점점 달라져 가는 그녀를 지켜보면서 자신에게도 저들과 같은 로맨스가 생겨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때때로 해보기도 했지만 주워진 자신의 생활환경에선 용납도 안 되는 꿈같은 스토리 일 뿐이었다. 다만, 어느 한 날 필자의 몸 커디션이 안 좋은 관계로 약속했던 야간 스키를 남편에게도 즐길 시간을 줄겸 대신 가게 했었는데, 그녀와 단 둘이 보냈던 것이 두고 두고 자신 평생을 괴롭히는 일이 될 줄은 꿈에 조차 의심치 못했었던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러는 중에도 운명적으로 다시 만난 그네들 틈에서 내겐 일상의 일과 연관이 되고 그네들에겐 또 다른 도피처도 될 수 있는 곳에 영역 도장을 찍는 일이 생겨났다. 강원 도내 S스키 리조트 오픈에 맞춘 콘도를 분양 받아 둔 것이 한참 빠져들어 있던 우리들에게,
그리고 동호인과 초보 스키투어들에게 시기 적절한 타이밍이 되어 기가 막히게 쓰이게 되었던 것이었다.
-----------------------------------------------------중략------------계속_
바람을 훔친 여자3 / 眞如 홍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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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훔친 여자6 / 眞如 홍은자
강물처럼 빠른 세월들을 지나 바다에 와 있는 현재까지도 가끔씩 그녀와 남편의 불편한 관계로 보이는 꿈을 꾸곤 한다. 분명, 그들은 좋아하는 사이였다 서로의 눈빛 교감에서 눈치 없는 사람이라도 알 정도로 뜨겁고 달콤한 게 보였다. 물론 꿈이었지만 현실에서도 별반 다른 게 없다 어쩌다 마주하게 되면 드러나게 표정관리가 어려워 허둥거리는 남편에 실눈을 게실거리며 쉴 새 없이 조잘대는 그녀의 들뜸이 그랬다
그런 꿈 속에서는 마구잡이로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며 "언제부터냐고" 다그치던 적도 있었고
일상서 남편에게 지독히 실망한 날 꿈속에선 시부모님 앞에 그녀를 팽개치듯 꿇어앉히며 "
"이것 좀 보세요!, 남편이 이 여자랑 바람을 피웠어요. 죽고 못 산대요." 라고 일러바치기도 하였지만
깨어난 후 그런 날은 여지없이 하루 중 남편과 크게 다투거나 손님과 커다란 트러블이 생겨나곤 하는 것이었다
대체 언제부터 일까?.... 늘 마음 한구석에 꺼림하게 맴도는 그녀와 남편에 대한 불편한 관계의 미 확실성 의구심과 연연함.
그녀와 남편 단둘이 스키장을 보냈던 이십여년 전 그날 밤부터?
아니면 스키 콘도에서 여러 가족들이 함께 하던날 모두들 스키타기에 열중하던 시각에
우연인지 필연이지 그녀와 남편이 콘도에 단 둘이 남아 간식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부터일까?.....
그날따라 유난히 다리가 아픈것 같아 야간 타임 30분 정도를 타고 돌아 갔을때 한참동안을 울리던 초인종과
놀라던 두사람의 표정이 종이 화환의 동그란 연결고리처럼 뇌리에서 끊어지질 않았었다.
어쩜, 볼링에 한참 빠져들다가 대표선수로 여기저기 대회를 나갈 때 나에 빈자리에 들러 조금씩 정이 들었을까?...
생각은 생각을 낳고 탄생된 부산물들로 상념은 꼬리를 물어 그 미끄러움을 밟고 스스로 나가떨어지길 여러 번
오랜 시간 동안 남편의 거주가 확인 되지 않으면 혹시나 같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까지 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내심 강한 자존심에 드러내지도, 묻지도, 따지지도 못하고 확인할 방법도 없었기에
가능하면 연결되는 일이나 생각을 편집하지 않으려 애써 외면하면서 많은 날들을 보내오고 있었다.
그녀가 이토록 내 개인 생활에, 남편에게 가까이 다가오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정리를 하자면 그녀의 연애편력들을 내가 아는 만큼 남편도 거의 눈치를 채고 있었고
말띠의 그녀에 끼 강한 음기의 몸짓에 넘어가지 않을 남자가 없었을 것이란 필자의 추측과
어쩌면 남편도 넘어갔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상상대로 맞는다면 그 이유는 남편의 말투와 행동,
그리고 그녀의 과거 리스트 몇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결혼 직전 연애 시절에 가수 배인숙을 닮은 내 친구와 외도한 남편의 행각에서 받은 상처가 그림자처럼 살아나서였고
무의식중에 남편이 무심코 내뱉었던 말들이 그녀와의 어떤 관계를 인정하는 일종의 만족감의 표현이 아니었을까?라는 상상이 이어지면서 부터였다
간혹, 필자가 열렬히 권하여 그녀가 가슴 성형 수술을 받고부터 걸음마저 통통 거렸고 행동에 자신감이 넘쳐났었는데
어느날 남편은 그녀의 남편과 대화중 "볼륨의 사모님과 밤이 환상적이겠어요!" 라는 말을 서슴없이 해댔다는 것과
그녀가 맡은 원의 수영반 아이들이 물건을 구매하러 오면 예의 먼저 아이들을 통해 그녀의 안부를 대신하여 묻는,
"니들 그 선생님 아니?" 라고 운을 떼어 아이들로부터 " 아, 박 애마 쌤님요?" "가슴이 커서 박애마 쌤 이라고 불러요"
라는 답을 들으며 흡족해하는 미소 띤 얼굴이라니.......이러저러한 얽힘들로 어수선하게 보내고 있던 중에
어느날 밤 너무도 선명하게 꾼 꿈을 정리해
아래와 같이 글로 쏟아 놓기도 하였는데.....
아이러니(Irony), 전생과 현세 / 眞如 홍은자
남편과 관계되는 여자와
그 여자의 남편과 동석한자리
사랑을 듬뿍 담은 눈길을 주고받는
남편과 그녀의 이어지는 무언의 대화가
내 눈에 클로즈업되면서 이성을 잃은 나는
벌떡 일어나 그녀의 머리챌 잡아 흔들었다.
“걸레, 걸레 같은 나쁜 년”이라고 고함을 쳤지만
그녀의 남편은 놀라지도 않고
이러는 내 행동을 묵묵히 바라만 보고 있다.
이럴 수가,
견딜 수 없는 나는 끓어오르는 화를
언어의 폭력으로 무참히 가하기 시작 했다.
“어디 남자가 없어 친구 남편을 유혹해?”
“동네 마당 나무에 매달아 돌로 패 죽여도 시원찮은 년!”
것도 성에 차지 않아 서슬이 파란 칼 날로
그녀얼굴을 사정없이 그어댔다
피가 흐르지 않자 더 큰 칼로
그녀의 어깨에 선을 긋고 선이 굵어지며 반복이 되자
그녀의 팔뚝이
툭! 하고 땅에 떨어졌다.
아악!
비명 치는 그녀를
남편은 부축하려 하고
그런 남편을 나는 그녀에게서 떼어내려 안간힘을 썼다.
"그래도 의리가 있잖아" 라며 남편이 나선다.
그 모습을 바라만보는 그녀 남편과 내 시선 교차 사이
눈빛을 맞추고 다정하게 부축이며 사라져 가는 남편과 그녀,
나는 그들이 사라진 골목에서
남편을 부르다가 목이 잠기어 안으로
악을, 악을 쓰다 깨어났다.
무서운 악몽이었다.
정말 팔이 잘렸을까?
비몽사몽을 들락대다가
“그래 꿈이야, 꿈.”
땀방울이 무서움으로 송골송골 매달리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둠이 뒤꼬리를 흐릿하게 보이며
비상하려 하고 있고
새우처럼 웅크린 자세로
맛있는 코골음을 하고 있는 남편이 닿는다.
새벽 6시
얼마 전 호기심에 "전생가기" 라는 책을 사서
테이프와 함께 전생 가기를 시도 해 본 적이 있다.
어둠 속 낮게 깔리는 목소리에 최면 걸리듯 빠져들어
나는 선명하게 나에 전생을 보았다.
긴 털이 달린 철갑 모자를 썼고,
반팔에 주름 잡힌 치마형의 황금색 갑옷을 입고 있다.
노란 머리의 쌍꺼풀이 크게 진 미남형의 유럽남자
그게 나였는데 내 밑으로는 많은
부하 군사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지휘자였던 나는 누군가의 장칼에 오른 팔이 잘려 나가며
지독한 아픔으로 전생을 빠져 나왔다.
전생(前生)과 현세(現世)
그리고 내가 꾼 악몽이 교차되면서
내가 나를 잘랐던 것은 아닌가.
하는 자책이 가슴에서 고개를 쳐들었다.
그래, 맞아.
내가 한때 다른 춘풍에 빠져들려던 것을 지적 해 주는 거야
매너 좋은 이웃집 아저씨에 반해 흔들리고 선망의 눈길을 흘렸던,
내 탐욕이 다른 이로 반대되어 보여 진 거야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아름다운 추억거리로만 여겨왔던 그 순간들이
전생부터 따라 온 검은 구름처럼 어둡게 덮쳐 왔다.
그런데,
하필이면 상대가 내 친한 친구인 것은 무슨 뜻일까?
도로 꿈속에 들어가서 다음을 알아볼까?
어수선함에 뒤척이다가 자명종소리에 놀라 일어나니
무슨 관계없는 일이냐는 듯 변함없는 햇살은 꾸겨져 들어오고
자세 바꾼 남편의 듬직한 체구가 온 방안을 채우고 있다.
PS : 이 글은 오래전 써놓은 경험 글 입니다.
irony : 소크라테스적 ∼ Socrat-ic irony
(무지를 가장해서 역으로 상대의 무지를 깨우치게 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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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훔친 여자 7편
--------------------------------------------------------8편에 계속------
------------------ 11편에 계속 ---------------------
바람을 훔친 여자11편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알아가는 과정은 독특했고 드라이아이스처럼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한번 열기 시작한 후 밖으로 향한 문은 특별한 이유를 달지 않아도 자연스레 열렸고
함축된 기억들을 불러 모아 새로운 빗살로 자맥질을 부추기는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아이들과 좁은 공간에서 하루하루의 삶을 걱정하며 지내왔던 시간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큰아이로 인하여
무심히 지나치듯 스쳐갔을지도 모를 사람들과도 자주 보면서 다가가 가까이 알게 하였고
한 해 동안 마주침은 비록 얇았지만 정이라는 엷은 두께가 세워지며 초등학교 입학으로 흩어짐에 대한
아쉬움이 쌓이게 했다.
해서, 5:1뽑기의 행운을 얻고 들어간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서 가깝게 지내왔던 간부 자모들끼리
좀 더 자주 보자는 주문이 이어지면서 친목 모임을 결성하여 매달 모이게 되었다
새 집합체에 가입은 평범했던 필자의 일상에서 타지로 이사 온 듯 한 커다란 변화와 신선한 리듬을 매일 같이 불러 오고 있었다.
집과 가게, 가족에만 집중했던 날들에서 좁은 우리를 벗어난 다람쥐처럼 모자를 탈하면서
인생의 히스토리 대부분이 이 모임에 연관이 되면서 이어져 오게 된 모태가 되기도 하였다.
당시 시내에 있는 00 초등학교에는 입학생이 많아 1학년은 물론 3학년까지 10반 내지 13반까지 나누어져 있었고
보통 한 반에 60~65명의 학생들이 주, 야간으로 나뉘어져서 학교를 다녀야 했었다.
대부분의 부모 마음이란 다 그렇듯이 내 아이는 부족함 없이 지원해 주고 싶었고 자신과 같은 길을
걷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잘 가르쳐서 훌륭한 사람이 되거나 잘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려면
첫 아이가 잘 풀리게 되어야 하고 그래야만 동생도 잘 될 거라는 희망으로 공부를 잘 할 수 있게 뒷바라지 하는 게
필자 몫이었었기에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들이 그렇듯이 경제적 어려운 가운데에서 짧은 다리로 열심히 학교를 드나들게 되었다.
6~700명이 넘는 학부모들은 유치원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10배 이상인 사람들과 알아 가는 과정 또한
필자에겐 어느 쪽으로든 도움이 되기도 하였다
운동구, 스포츠, 레저 전문 매장이었던 탓에 눈인사를 나누고 나면 일부러 방문을 해주거나 고객, 혹은
친구로 이어져 가기도 하였으니.
본시 인관관계는 실타래와 같은 거라고 했었던가? 둘둘 뭉치다 풀어지면 다시 묶어지는.....
보험 친구와 절친했던 문제의 여자(주모씨)를 새 학년 운영회의 모임에서 만나게 되면서 묵혀 있던 궁금증이
하나 둘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여자들은 친해지면 자석처럼 가까이 달려들다 어느 계기나 한마디의 말에
비윗장 틀리면 홱 토라지는 특이한 감정 부분이 있어선지 사건이 있은 후 둘 사이는 소원해져 있는 듯이 보였다.
필자완 가까워질 스타일이 아님에도 매장 방문으로 딱 한번 보았던 주씨는 착착 달라붙듯
큰 입술을 귀에 걸면서 다가왔다
늘, 천생 여자처럼 말끝에는 이응자를 붙였었고 가끔씩은 허리를 옆으로 꼬는 그야말로 애교가 넘치는 여자였는데
어느 한날 묻지도 않았는데 느닷없이 그녀 입에 필자의 남편을 떠 올리는 것이었다.
" 몇 달 전에 자기 남편 이상하지 않았어 영?"
"무슨 소리예요?" 작은 눈이 있는 대로 커져 재빠르게 주위를 둘러보다 그녀의 팔을 조용한 곳으로 이끌며 되물었다
"보험이 자랑하드라고용 누구 아빠가 자기한테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면서 서울에서 만나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 미처 만나지를 못했다고 용"
" 그래서요?" 순간 가슴에서 차디찬 냉기가 송곳 되어 팽그르르 돌아다니고 그 냉기는 물처럼 아래로 흘렀다
" 그 다음은 모르지영 그 뒤로는 얘길 안 해주고 물어도 딴청이나 피우고"
"그런데 왜 저한테 이런 말을 해 주시는 건데요?"
"제 불미한 사건의 소문 들었겠지만, 나랑 꽤 친하게 어울려 다녔었는데 경찰서에선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증언을 하는 바람에 망신을 당했어 영"
그녀가 불륜으로 조서를 받았었고 뜨거울 사건 직전까지 가기 전에 들켜 무혐의로 나왔다고 듣기는 했었는데
내용이 뭔지 모를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세세한 것까지 털어 놓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네 사람이 어울리고 있었는데 보험이 식당에서 어딘가에 전화를 해보더니 잠깐 갔다 온다고 하곤 끝내 돌아오지를 않았어 영"
"거긴 어딘데요?" "어디를 간다고 하던가요?" 불에 발등을 덴 것처럼 뜨거워지며 심장이 요란스럽게 쿵쿵거렸고
숨도 쉬지 않고 다그쳐 물며 그녀의 입술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 모르 졍, 그때 누구를 만나는지, 어딜 갔었는지. 근데 내가 경찰서 조서 받을 때 화난 듯이 와서는
자기는 내가 불러 처음으로 함께 자리한 것일 뿐 아무관계도 아니라고 발뺌을 하는거예 영" "그래서요?"
"동석했던 한 남자는 보험이랑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였고 내가 자리 맞추느라 몇 번 불려 나간 거였는데
저만 쏙 빠져나가고 내가 다 뒤집어쓰게 된 거에 영"
"저런!, 저런" 전부를 믿을 수는 없었지만 순간적으로 자신의 눈 끝이 치켜 올라가고 있음을 느꼈다.
"애들 아빠가 나서서 제 상대였던 남자 부인을 설득해 없었던 걸로 하자며 무마가 되었지만 망신,
개망신을 제대로 당했어 영"
"그럼, 보험은 누구랑 사건을 벌였는데요?" 재차 캐물었지만 주씨는 명쾌한 답변 없이
"제가 보기엔 혼자 살고 예쁘니깐 온 동네 남자들이 다 치근대는 것 같았어 영"
"사장님도(필자 남편) 그런 사람들 중 한분이신 것 같은 뎅 .........."
잔잔하던 옹달샘에 돌 하나 던져 큰 파문을 일게 해놓고 정작은 본인은 이미 가라앉아 있는 샘처럼
평온해 보이기까지 했다.
"저기, 보험 친구에 대하여 새로운 소식을 듣게 되거나 알게 되시면 연락 좀 주세요."
별로 친하지도 잘 알지도 못했던 사람의 양 손을 동그랗게 잡고 간절함을 부탁하고 돌아오는 길은
젖은 운동화를 겨우 겨우 이끌고 오듯이 무거운 잿빛 그림자가 쌓이고 있었다
=================================12편에계속===============
바람을 훔친 여자12편
자신이 만든 자작 스토리에 여러 번을 스스로가 미끄러져 나가고 불안했던 시간들이 초침처럼 째깍거리면
무슨말을 해도 거짓처럼 들리게 되고 어떤 행동에도 나쁜 상상으로 연관 지어 보게 되는
편집증까지 생겨나게 하였다.
의구심이 계단처럼 쌓여가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함부로 꺼내기가 자존심과 함께
최악의 상황을 연상케 하여 멈칫거리면서도 점점 기회를 노리는 하이에나가 되어가고 있음도 느껴졌다.
결혼해서 부터 다니고 있던 절이 안성에 가까운 쪽에 산으로 오르는 넓은 땅을 구입하여 이사를 하였다
기존의 작고 아담했던 절의 모습에 서너 배는 크고 웅장하게 지어져있었고 입구부터 브이자로 도로와 위치를
양품을 벌려 안고 있는 대범한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입구와 마찬가지로 대웅전도 북동쪽을 향하고 있었다.
기념행사에서 다시 만난 주씨는 한복을 입고 열심히 안내를 하고 있었고 다가가자 친인척이라도 맞는 양
친근하게 필자의 팔을 잡아 이끌어 주었다.
"같은 절에 다니니 또 뵙게 되네 영" 연꽃 같이 손을 모아 인사를 하는 모습이 익숙해 보였다
"네, 아이들도 어리고 가게도 비울 수 없어 저는 큰 행사에만 참석합니다.시어머님이 열심히 다니시고 계시니.."
불심을 대신하긴 어렵지만 가족들의 안녕은 어머님이 기도해 주실 거라는 바람이기도 하였다
멍석 위에 점심 공양을 펼쳐 놓고 그녀와 대화를 함께 먹으며 궁금증을 열었다
"보험 친구 자주 만나요?" "아, 네 가끔씩 집으로 와요 보험료 받으러 오지 영"
"전에 두 분 다투신 것 같았는데 화해를 하셨나보네요?"
"그런 일 있고 한 달이 가까이 되어 보험료를 받아야해선지 와서 사과를 하드라고 용"
눈치를 보아도 주문했던 것에 대한 말은 꺼내려들지 않았고 피하는 듯싶어 먼저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아직도 우리 남편과 어떤 관계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던가요? "
두서없는 내 질문에 그녀는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보험은 내가 사모님과 이런 대화 나누는 것을 전혀 몰라 영. 그때 이후 톡 까놓고 이야길 안 해줘 영"
"전엔 시시콜콜한 것도 다 얘길 하곤 했었는 뎅, 비밀이 엄청 많은 것 같아 물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만 말해 영"
"한번 물어보시지 그랬어요? 우리 아저씨와 계속 진행 중인가를......"
알면서도 시궁창 물에 발빠진 기분이 들었지만 이렇게라도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남편은 일주일이면 3~4회 물건을 가지러 서울을 오가고 거의 혼자서 장사를 하다 보니 급할 때
건물 뒤 쪽에 달린 구식 화장실을 가려고 해도 문을 잠가 놓고 다녀야 할 만큼 꼼짝없이 매여 있는 상태여서
남편에 대해선 상상만 커져갔을 뿐이었다.
증거도 없이 들은 말만 따져서 서울 갔을 때 누군가를 만나기로 했었다는 말을 물었다면 딱 잡아떼었을 것이
분명할 남편이었다.
또한, 사실인지 아닌지도 확인할 길이 없었고 사실로 바람을 맞았다면 그래서 보험과 어울리는 것을 반대하고
화를 내었던 것이라면 외려 다행이지 싶으면서도 내심 "걸리기만 해봐라' 하고
독수리 가슴으로 옹그리고 지나오던 터였다.
"언제 한번 술을 먹여 놓고 알아봐야겠어 영 어떤 때는 보험을 대하는 제 남편 태도도 이상하게 생각되기도 했었어 영 원래 예쁜 여자를 보면 남자들은 친절하게 되나봐 영 저한테는 툭툭 던지는 말투를 쓰다가도 보험한테는
나긋나긋 친절하게 대하는걸 보면 저이도 혹시? 하는 생각도 들 때가 있으니까 영"
공감하고 가늠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늘씬하고 예쁘다는 사실이었고 걸릴게 없는 미망인이라는 점이 이었다.
예쁘고 잘 생기면 상대하는 사람은 저절로 즐거워진다는 걸 자신의 일상에서 날마다 경험하고 있었기에
자아의 꼬리가 저절로 내려앉고 오그라드는 기분이 드는 것을 부정 할 수가 없었다.
"아무려면 친한 친구 남편까지 유혹을 하려고요"
"보험이 먼저 유혹 하는 게 아니고 남자들이 자꾸 다가오나 봐 영"
"미친..들" 세상의 수컷은 동물과 다를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자 그 자리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싶어졌다
붉은 소용돌이가 성글게 흔적을 남긴 식기의 남은 밥알이 꺼끌꺼끌하게 목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갔다.
======================13편에 계속==========================
바람을 훔친 여자 13
이 날, 이 사건들이 생의 굴레 안으로 끌려 들어가게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도 못하면서.....
------------------------------현재 50편중 35편, 집필중 (BOOK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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