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백낙은
ㆍ작성일	2015-05-18 15:46

ㆍIP: 59.xxx.143

고추이야기.

* 고추이야기.
황우 목사 백낙원.
작년에 우리가 고추를 1200포기나 심었었지만 고추농사에서 별 재미를 못 보았기 때문에 올해는 고추를 약500여 포기만 심었다. 고추라도 좀 많이 심어서 수입을 좀 볼 양으로 많이 심어 보았지만 허탕을 친 고추농사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필을 들었다.

사실 농촌에서 돈이 되는 작물을 경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특용작물을 재배하여 수익을 올리는 분들도 있지만 많은 투자에 모든 여건이 맞아야 다소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할 돈도 없고 그만한 지식도 없으며 판로를 개척할 수 없는 농부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래서 이 곳 농촌 사람들이 고추를 많이 심어 놓고도 삼복더위에 고추를 어떻게 다 따고, 어떻게 다 말릴 것인가 하고 걱정들이 태산이다. 물론 이제는 고추 건조기가 나와서 좋지마는 우리 형편에 고추 조금 하자고 건조기까지 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차례 태풍이 지나 갔음에도 고추가 잘 되어서 여간 많이 달린 게 아니었다. 그래서 고추 말리기가 너무 힘들 것 같아 풋고추를 시장에 내다 팔기로 마음먹었다.
오후 내내 고추를 따고 밤늦게까지 선별작업을 하고 보니 박스로 여섯 박스였다. 생전 처음 생산한 농산물을 시장에 내다가 판다는 것 때문에 가슴이 설레어 밤잠을 이루기가 힘들었다.

새벽 4시 쯤 자리에서 일어나 고추를 싣고 포항 농산물 공판장까지 20여Km를 달려갔다. 오늘 공판장에선 우리 고추만큼 좋은 고추가 없었다.
시간이 되어 공판을 한 결과 10K 한 상자에 9.000원으로 전부 54.000원인데, 그 중에서도 수수료를 떼고 내 손에 들어온 것은 49.300원 정도였다. 그것도 개당 1천 원 정도의 박스 값과 운임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는 셈이다.
농약 값과 종자대 등 농비(農費)와 얼마 동안 농사하느라 진한 땀 흘려가며 노력한 대가치고는 너무나 허무한 것이었다.

공판장에 갈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중간상인들은 자기들만 아는 수신호로 손가락 몇 번 놀리고 보는 이득이 얼마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다 같은 손가락인데 농부들의 손은 일 년 내내 놀려도 들어오는 것이 별로인데, 중간상인들의 손가락은 몇 번만 놀리면 농부들보다 몇 배의 이익을 보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말이다. 이러한 소비구조 속에서는 생산자는 언제나 희생제물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집에선 아내가 반가운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터인데 아내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곡식을 팔러 장에 갔다가 장돌뱅이들에게 다 털린 옛 촌로처럼 내가 괜히 미안하고 송구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제 풋고추 판매 생각을 바꾸어 고추를 다 익혀 붉은 고추를 건조시켜서 팔아야겠다고 마음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 보니 아내는 역시 땀을 뻘뻘 흘리며 고추밭에서 김을 매고 있었다. 아내를 보는 순간 울컥하고 치밀어 아내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얼른 우사로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태양초를 선호하지만 말이 태양초지 장마라도 지면 속절없이 다 썩혀 버리기 때문에 유사시를 대비하여 어쩔 수 없이 가정용 소형 건조기 하나를 사고 말았다. 이래저래 농비(農費)가 추가 되고 보니 일 년 내내 농사를 해도 그 경비가 나오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곤 한다. 주렁주렁 많이 달려 잘 자라는 고추를 비롯한 여러 가지 농작물들을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록 얼마 안 되는 것이긴 하지만 가을의 추수를 기다리는 희망이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생산한 고추나 농산물이 비록 헐값에 팔리지만 누군가의 식탁에 올라 맛있는 반찬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쓴웃음 지어본다.

김경렬 2015-05-19 04:39	`백낙은`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아이고! 목사님의 고추 농사! 괫심한 손가락 때문에 사모님을 생각하시는 은은한 사랑~~ 감동을 주시는 고추 이야기! 사실 농부들이 불쌍합니다. 직거래를 하시면 좋으실 텐데 아쉽습니다. 아파트 부녀회와 결연을 맺으셔서 생산되는 품목을 일주일에 한번씩 보내서 위탁판매 하시면 어떨까 합니다. 제가 곁에 살았으면 고추도 따드리고 도와 드릴텐데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올해도 많은 수확 올리시기를 기원 합니다. 즐겁게 배독 하고 갑니다 부디 건강 조심하시고 무리 하시지 마시옵소서. 감사합니다.

백낙은 2015-05-19 08:52	《Re》김경렬 작가님, 제일 먼저 들려 주셔서 큰 위로의 말씀 주셨네요. "위탁판매"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40년 교회안에서만 살아 오다가 보니 사회 생활에는 쑥맹이랍니다. 작가님이 곁에 계셨으면 일손으로 도와 주시지 않아도 얼마나 큰 힘이 되겠습니까. 평생을 사모로만 살아오던 집사람이 요즘 가엽도록 일에 매달립니다. 1000여평 밭에 풀 다 매고 사이사이 바이올린 연습해서 주일이면 교회가서 바이올린 연주와 성가대 활동도 하고 1인 3역을 하는 철인입니다. 그래도 일거리 있어 좋답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늘 평안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소서.

박정근 2015-05-19 17:17	백낙은 작가님 내려주신 고추이야기 감사히 배독합니다. 저도 귀촌 첫해에는 이것저것 욕심내 심었다가 헛 수고로 끝낸적이 있습니다. 물론 작가님 처럼 큰땅에 농사를 지은건 아닙니다. 비록 텃밭 이지만 농사를 직접 지어보니 수확까지 흘린 땀과 수고를 생각하면 사먹는 값이 결코 비싼게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더워질 일이 걱정되는 계절입니다. 건강 잘 볼보시며 밭일 하시길 바래봅니다. 작가님의 평안을 늘 기원드립니다 화요일 오후 즐겁게 보내세요~~^^

백낙은 2015-05-19 20:53	《Re》박정근 작가님. 작가님이 수필서재 이곳 저곳 다니시면서 댓글 달아 주시니 수필 서재가 밝아 옵니다. 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농산물을 사 벅었는데 이제는 농산물 가격 깎기는 안 합니다. 댓글로 힘을 실어 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고맙습니다. 건강 유념하십시요. 샬롬입니다.

정찬열 2015-05-20 17:50	황우목사님 고령에 나이임에도 손수 500여평의 농사지으시랴 목회활동에 문항활동에 박수를 보냅니다. 제가 근처에 살았다면 값싸게 건조기도 소개해드리고 제가 하는 일이 그런곳에 전기공사 를 하다보니 업체들과 한통이되서 하지요 아무튼 농사는 일찍히 4500여평을 손수 지어관리해보았기에 그리고 원래 농업계 출신이였지요 농사에 힘이들어 이공계의 직업으로 전환한지가 꾀 오래 되지많요 황우 목사님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부디 화~이팅 ! 하시고 늘 건강 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백낙은 2015-05-20 20:43	《Re》정찬열 작가님, 작가님이야 말로 팔방미인이시네요. 4500평이나 되는 농사도 해 보시고 이공계까지 직업으로 가지셨으며 시와 수필까지 쓰시니 말입니다. 불편하신데도 부지런하게 열심히 생활하시는 모습 귀감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늘 승리하시기를 바랍니다. 건강유념하시고 행복하세요. 샬롬입니다.

박목철 2015-05-22 15:04	저도 고추를 심어 말려 보았지만, 태양초는 불가능 하다는것을 깨달았습니다. 결국은 약간 변색되고 바랬지만, 아까워서 절구로 빻아서 두고 두고 먹었스니다. 그래도 파는 고추 보다는 훨씬 맛이 좋았습니다. 지인한테 물어보니 태양으로만 말리는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더군요, 애써 가꾸신 고추가 십만원도 안 되다니? 허무합니다. 몸이 고달플수록 돈을 많이 받는곳은 선진국이고, 몸이 고달플수록 적게 버는것이 후진국이라 합니다. 우린 아직 선진국 멀었습니다. 좋은 글에 잠시 분노를 느낍니다. 우린 언제나 땀흘린 대가를 제대로 받을까 걱정입니다. 작가님,

이민아 2015-05-22 16:51	저에게 너무나 소중하고 존경하는 백낙은 목사님께 축복의 인사를 드리며 서재의 문을 살포시 열어봅니다. 목사님! 예쁜 햇살이 교실 창가에 스며드는 맑고 맑은 날이예요. 마음은 서재마다 문을 열고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행복담고 싶은데, 아주 오랜만에 서재의 문을 열어봅니다. 제일 먼저 목사님의 서재를 방문했어요. 저에게 늘 축복의 기도를 선물로 주시는 귀하신 목사님! 사모님과 함께 땀방울을 흘리며 고추밭의 열매를 거두시고, 그 열매의 대가를 다 받지 못하심에 마음이 아파옵니다. 정말 가까이에 머문다면 목사님. 사모님께 아주 작은 손길이라도 되어 드리고픈데...... 이렇게 목사님의 글을 읽으면서도 아무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목사님. 사모님께서 수고하신 노력의 결과가 아름드리 좋은 대가를 얻으시지 못했지만, 목사님. 사모님께서 성실히 일하시는 모습을 제가 바라보며, 저도 저에게 주어진 삶의 일터에서 부지런히 일하며 날마다 감사하고픈 꿈이 생겨요. 고맙습니다. 목사님께서 늘 쉬지 않으시며 푯대를 향해 달려가시는 모습을 보여주시고, 제가 닮아갈 수 있는 좋은 가르침이 되어주심에 감사드려요. 목사님! 널따란 하늘 사이로 바람의 숨결도 상큼해요. 저는 하루 하루 감사히 지내요. 어두움의 지친 마음도, 오래전 남이 던진 상처로 아팠던 마음도 조금씩 회복되어 무릎으로 그분께 나아가고 있어요. 목사님의 기도가 목사님의 축복이 하늘에 열납되었나봐요. 푸르름의 향기가 짙어가는 6월에 인사드릴게요. 목사님! 그분의 얼굴이 목사님께 향하여 드사 날마다 평강있으시기를 원합니다.

백낙은 2015-05-22 20:12	《Re》박목철 작가님. 찾아 주셔서 고운 댓글로 격려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몸이 고달플수록 돈을 많이 받는곳은 선진국이고, 몸이 고달플수록 적게 버는것이 후진국이라 하신 말씀 격하게 공감합니다. "우린 언제나 땀흘린 대가를 제대로 받을까 걱정입니다."라는 말씀도 공감합니다. 우리나라가 빈부의 격차가 가장 크다고 하니 더욱 우려스럽습니다. 늘 보람된 나날이 되시고 평안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백낙은 2015-05-22 20:22	《Re》이민아 작가님. 오랫만에 뵙게 되는군요. 아마 많이 분주하시리라 여겼습니다. 바쁘신데도 장문의 댓글 감사드립니다. 제 철학은 무슨 일이든 간에 일하지 않는 사람은 기생충이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일에는 육체를 사용하는 일도 있고 정신을 사용하는 일도 있지만 말입니다. "아주 작은 손길이라도 되어 드리고프다"는 라씀 이미 받은 걸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래전 남이 던진 상처로 아팠던 마음도 조금씩 회복되어 무릎으로 그분께 나아가고 있다"는 말씀 정말 다행이라 여깁니다. 치유하시는 성령님의 어루만지심이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땅의 기름짐과 하늘의 신령한 복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샬롬.

서수정 2015-06-10 14:50	백낙은 작가님 바쁘신 중에 농사까지 지으시고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고추농사를 지어 봤지만 손도 많이 가고 병치레도 많아서 참 힘들더군요. 어렵게 농사 지은 작물을 그리 헐값에 넘기셨다니 속이 많이 상합니다 태양초를 말릴땐 고추를 그늘에서 며칠 시들켜서 햇빛에 내 놓으면 빛깔이 아주 곱습니다 애써 농사 지으신것 제 값을 하게 하시면 좋겠습니다 항상 강건 하시고 즈님의 은총이 가득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백낙은 2015-06-11 14:07	《Re》서수정 님 , 서수정님. 이름이 아주 곱네요. 태양초 말리는 법을 잘 말씀해 주셨네요. 햇빛이 좋을 때야 그렇습니다만 외출했다가 소나기라도 오는 날에는 속절없이 썩히게 되지요. 그래서 어쩔 수 없어 소형 건조기를 하나 구입했답니다. 고운 댓글 감사 드립니다. 평안하소서.

구불구불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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