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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11-11-08 15:17
ㆍIP: 58.xxx.46
반지계
반지계 / 임정수




아주 오래 전에 내가 춘천에서 근무할 때에 반지계를 든 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에 순금이 한 돈에 얼마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으나 대략 5만원 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함께 계를 들었던 사람들은 나하고 내가 사랑했던 나의 정아만 빼곤 다들 친형제 관계였기에
믿음이 가고 신뢰할 수 있다 판단되어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반지계를 든 것이다.

사실, 정아와 그들은 어릴 적 부터 친형제처럼 허물없이 지내왔던 터였고,
나는 뒤늦게 의남매를 맺어 중간에 합류(?)한 상태였었기에 따지고 보면 형제간이나 마찬가지라면 마찬가지가 아닐까.

월급날만 되면 꼬박꼬박 잘 받아가던 곗돈,
꾸준히 잘 모이고 있을거라 믿었던 곗돈이 어느날 갑자기 종적을 감추어 버린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반지계라는 것이...
사람 수가 제법되니 계주는 당연히 돈을 내질 않아도 공짜로 한 몫을 차지할 수 있는건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인데,
어느날 갑자기 소리 소문도 없이 펑크나 나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게 펑크가 나게되면 계원들간에도 알게 모르게 귀뜀을 해주는 건 어쩌면 당연한 도리가 아닌가.
하지만, 그들은 나에게 만큼은 철저히 입을 다물고들 있었다.

애초에 계획했던 곗돈을 불입하는 두어달을 남겨 놓은채,
내가 펑크가 난 사실을 스스로 알아차릴 때까지도...

그동안 불입했던 곗돈이 아까워서 그들을 원망하거나 하진 않았다.
다만, 그들의 눈에 내가 얼마나 멍청하고 한심하게 보여졌을지를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

정아만 일이 생겨 참석하질 않았고,
나머지 계원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두어달이면 끝나는데...
나는 어쩔 수가 없더라도 정아만큼은 반지계를 태워줘야 하질 않겠냐고 했더니 말들이 없었다.

나와 혼담(?)이 오가는 정아가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고 있을 때였으므로
내가 정아의 곗돈까지 같이 불입해줬다는 걸 잘 아는 그들로선 비록 계가 펑크 났더라도
정아만큼은 탈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철석같이 약속을 하였기에 두어달의 곗돈을 현금으로 찾아서 전해줬다.

그러나, 어차피 새는 바가지엔 절대로 물을 담을 수 없다는 사실을 좀 더 일찍 깨우쳐야 하는건데...

그날 현금으로 전해줬던 곗돈은 그길로 공중 분해가 되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들은 나의 의남매들이었는데...

참으로 씁쓸하고도 정내미가 뚝 떨어지는 교훈을 얻게 되었기에
그렇게 어처구니가 없는 경우가 두 번 다시는 반복되질 않도록 이젠 계라면 진절머리가 난다.

물론, 그날 이후로 몇차례 소식을 주고 받으며 지내다 내가 먼저 점점 거리를 멀리하여
이젠 어떻게들 살고 있는지 알길도 없다.

친한 사이일수록 돈 거래는 하지 말라고 했던가.
이젠 아주 잠깐이라도 그냥 만져만 보고 준다고 해도 예전처럼 내밀 돈도 없다.

사람잃고 인심 잃는다고 해야 하나?

요즘 시대의 돈은 여유가 있다고 해서 밖으로 내돌릴게 아니라
그저 '내 죽었소~' 하고 은행에다 정기 예금을 들거나 적금이라도 들어두는게 제일 상책인 것 같다.

돈이란 있어도 없는 듯 해야 하며 절대로 티를 내어선 안된다.

그때에 펑크난 반지계 때문에 정아의 가슴에 뻥 뚫린 구멍은 어느 누가 대신 채우고 살아갈까?
보고싶은 나의 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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