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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9-02-27 05:58
ㆍIP: 219.xxx.239
봄이 오는 소리
봄이 오는 소리 / 임정수




밤새 하얀 눈이 뽀얗게 내렸다.
세상이 온통 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듯하고 기분이 무척 좋다.
신발을 꺼내어 신고 마당으로 내려섰다.

'뽀드득~'
눈 밟히는 소리가 청아하다.
봄의 소리인가?
몇발자국 걸었더니 '뽀드득'거리는 소리가 뒤따라온다.
'아하~ 봄이 오는 소리로구나.'

대문 밖으로 나가보니
아침 일찍 지나갔음직한 경운기의 타이어 자국이 길게 드리워져 있다.
참 부지런한 발자국이다.
이렇게 새벽같이 일어나 일터로 나간 사람들을 보면 정말 부럽고 존경스럽다.

비가오나 눈이 오나 농사를 짓는 농사꾼에겐 땅! 땅! 땅!
그저 땅밖에 보이질 않는가 보다.
하긴 땅은 말이 없고 거짓이 없으며,
노력한만큼 댓가를 지불하기에 가장 진실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릴 적 우리 동네엔 아이들이 많아서 어쩌다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온동네의 아이들과 강아지들까지도 나와서
눈위에서 뒹굴며 놀았었는데,
텅 비어버린 시골엔 아이들을 구경하기도 힘든다.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다 보니
길게 드리워진 발자국이 비틀비틀 춤을 춘다.
춤추는 발자국...
외롭게 춤추는 발자국은 쓸쓸한 내 마음같다.

잠깐!
깊이 패인 발자국 속에 무언가 파릇한게 보인다.
'무엇일까?'
자세히 보니 냉이다.

냉이는 한겨울에도 논두렁이나 들판엘 가면
흔히 볼 수도 있고 자주 국을 끓여 먹는 것이기에
그다지 반가움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옆에 돋아나있는 건 분명 쑥이 아니던가.
벌써 쑥이 눈속을 비집고 돋아나는 걸 보니 봄은 봄인 것 같다.

기쁨에 들뜬 마음으로 또다시 눈길을 걸었다.
'뽀드득~뽀드득~'
눈이 밟히는 소리를 들으니 그 소리는 분명 봄이 오는 소리가 틀림없다.


 
* 얼마 전 한달간의 수행을 마치고 하산하면서 메모해두었던 글을 정리하면서..
이름아이콘 최선경
2009-02-27 19:48
회원사진 		임 작가님 잘 지내시나요? 봄이 오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 임 작가님이 눈을 헤집고 나오는 봄나물을 보고 봄의 소리를 들으시 듯, 계절이 바뀔 무렵이면 한 차례씩 치르는 감기몸살로 봄이 올 무렵인 걸 느낍니다. 삯이 틀 무렵이면 겨우내 약해진 인간의 몸에도 병이 온다지요? 얼른 봄이 당도해서 환한 볕이 기다리는 벌판에 나가 쑥을 뜯고 싶네요.
   
이름아이콘 최평균
2009-02-27 22:50
 아~하! 수행을 마치셨군요.
수행을 마치고 내려 오는 발걸음에
올해의 봄기운도 같이 데리고 내려 오신 모양입니다.
저도 매년 봄이면 봄나물을 뜯으러 한 두번은
들이나 산으로 출행을 하는데 올해는 또 그런 기회가 있으려는지.....
아뭏든 임정수 작가님 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
(사실 저의 시 서재에서 님의 자취를 보았었지만......)
항상 여유롭게 뜻을 펼치시길......
   
이름아이콘 임정수
2009-03-12 14:10
회원사진 		안녕하세요. 최선경 작가님! *^.^*
그동안 잘 지내시고 계시온지요?

요즘은 하얀 목련과 개나리가 활짝 피었더군요.
그곳에도 꽃들이 은은한 향기를 뿜으며 피어있겠지요.

몇 일간 쑥을 많이 캐어서 떡을 해선
질리도록 먹었더니 이젠 냄새도 못 맡을 지경입니다.
ㅎㅎㅎㅎㅎ

요즘은 봄날의 날씨답지 않게 무척이나 더워서
마치 한여름날의 날씨로 착각을 할 정도랍니다.

아무쪼록 고르지 못한 날씨에
몸 상하지 않도록 조심하시고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이름아이콘 임정수
2009-03-12 14:17
회원사진 		안녕하세요. 최평균 작가님! *^.^*
잘 지내시고 계시온지요?

수행을 완전히 마치진 않았지만,
틈틈히 지리산엘 왔다갔다 하면서 정진 중이랍니다.

은사 스님께서 범어사로 보내어 주신다더니
지리산으로 보내시는 바람에...

그곳에서 한달여간 수행을 하다가
나름대로 깨닳은 바가 있어서 하산하여
지금은 생업에 전념하면서 공부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3년 기한으로 입산하였지만,
문득, 뇌리를 스치는 찰라의 생각...
ㅎㅎㅎㅎㅎ

깨닳음이라 해야 마땅하겠지요.

암튼, 뜻하는 바가 있어서
도중에 하산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예전처럼 전국의 사찰과 수행처를 돌며
계속 정진하고 있으니
빠른 시일안에 좋은 결과도 있으리라 믿어봅니다.

다음에 뵈오면 자세한 걸 말씀드리겠습니다. *^.^*
   
이름아이콘 정용하
2009-03-28 11:02
 수행에는 장소가 문제가 되겠습니까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겠지요
뽀드득 눈 밟는 소리에서 봄이오는 영감을
느끼신 참신하신 생각이 높게 보입니다
자연과 가까이 할때만이 인간도 자연과
닮을 수 있는가봅니다
늘 건강하시고  자연인으로 거듭
나시는 작가님되시길 빌어봅니다*^.^*
   
이름아이콘 임정수
2009-04-21 08:17
회원사진 		안녕하세요. 정용하 작가님! *^.^*
잘 지내시고 계시온지요?

요즘은 여러 모임에 뛰어다니느라
정신없이 뛰었더니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ㅎㅎㅎ

어젠 하루종일 비가 내리고
밤새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가 내렸었는데...
비온 뒷날이라 그런지 날씨가 무척이나 맑고 화창합니다.

늘 건강하시구요..
좋은 작품으로 언제나 사랑받는 작가님이 되시길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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