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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12-10-18 15:14
ㆍIP: 112.xxx.120
강남 스타일
강남 스타일 / 임정수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날.
행사 준비로 한창 바쁠 때라 밤늦게까지 야식을 챙겨먹고 일을 하다 보니
11시가 훨씬 지나서야 겨우 퇴근을 할 수 있었다.
 
막차를 놓히지 않으려고 급하게 뛰었다.
 
동네에 도착하여 보니 엘레베이트가 고장이라 하는 수 없이 15층까지 걸어서 올라가야했다.
한계단, 한계단...또 한계단, 한계단...
 
이렇게 숫자를 세어가며 계단을 오르다 보니 위에서 부터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흐미...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도대체 누가 이 야심한 밤에 잠도 안자고 계단으로 내려온단 말인가?'
분명 누군가 천천히 내려오는 발자국 소리임에 틀림없다.

거의 일정한 간격으로 내려오는 걸로 봐서 사람은 맞는 것 같은데...
하긴, 나 역시 걸어서 올라가는 중이고 엘레베이트 마저 고장인데
나처럼 급한 일로 내려오는가 보다 생각하면서 계속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문득 호기심이 발동하여 위쪽을 올려다 보았더니
무언가 희끗희끗한 천자락 같은게 나풀거리며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뭐지?'
 
여름 밤이라 더운 열기로 인해 흐르는 땀방울도 그렇지만,
아주 잠깐동안 올려다 본 희끗한 물체에서 소름끼치는 공포감을 느꼈기에
발걸음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상대방이 바로 위층 계단쯤 내려왔다 싶을 때 위쪽을 쳐다보니
위층으로 통하는 굽어진 부분에서 하얀 슬립을 입은 여자가 무표정한 모습으로 내려왔다.
 
밤이라 그런지 촛점을 잃은 눈동자...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눈하나 깜빡이지 않는 무표정한 모습에서 나는 더욱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계단 한가운데로 내려오기에 나는 되도록이면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
벽쪽으로 붙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무서웠는지 입술은 바짝바짝 마르고 다리는 후덜거리면서 속이 어찌나 타던지
침을 삼키려 해도 침조차 삼킬 수가 없었다.
 
그녀가 잠시 멈칫하는가 싶더니 이내 앞만 보면서 천천히 내려갔다.
'후유...'

정말 별일도 다있다고 생각하면서 집으로 갔다.
 
다음날에도 집집마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여 엘레베이트가 또 멈추어 버렸고,
나는 15층까지 또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아무생각없이 오르다 어젯밤 그녀와 마주친 지점쯤 되는걸로 예상되는 곳
(아마도 8층쯤 되었을거라고 본다.)에서 또다시 그녀와 마주치게 되었다.
 
'뚜벅 뚜벅...'
 
창백하다 못해 무표정한 얼굴, 촛점잃은 눈동자...
으휴...생각만해도 눈앞이 캄캄하고 아찔하다.
 
이번엔 그녀를 안쳐다보고 고개를 푹 숙여서 아래만 보고 올라가기로 했다.
그러면 무서움이 덜할 것 같아서 말이다.
 
천천히 계단을 오르는데 뚜벅 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내앞에 다가왔다.
 
하얀 슬립자락 사이로 매끈한 두다리가 보였다.

그녀는 분명 사람임이 틀림없었다.
 
다만, 짝이 맞질않는 슬리퍼를 신고 있어서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웃을 뻔 했다.

그런데, 내곁을 그냥 스쳐 지나갈 것이라 예상했던 내생각과는 달리 그녀가 그자리에 우뚝 멈춰 서버린 것이다.

나 역시 겁이나서 더이상은 가려고 해도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아 후덜거리는 두다리를 애써 진정시키며
천천히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그녀는 잔뜩 화가난듯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마터면 오줌을 찔끔거릴뻔했다.
 
너무나 겁이난 나는 그날밤 한잠도 못자고 뜬눈으로 밤을 꼬박 지새워야 했다.
 
다음날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면서 오늘만은 제발 엘레베이트가 고장나질 않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이런 젠장...'
역시나 오늘도 고장으로 인해 발품을 팔면서 걸어 올라가야 했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오늘은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퇴근할 수 있어서 그녀와 마주칠 확률이 적을 수 있을거란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13층쯤 올라갔을까.
 
'크악...'
오늘도 어김없이 그녀와 마주치고 말았다.
 
이번엔 벽으로 바짝 붙을까?
아님, 어제처럼 무조건 아래만 쳐다보고 올라갈까?
 
이리저리 머릴 굴리며 오르는데...
굽어진 계단(여느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층과 층 사이에 굽어진 부분은 평평하다.)에서 그녀가 나를 보며 서있는게 아닌가.

그것도 양쪽으로 피해가지 못할 가운데에 서서 말이다.

계속 올라가야 하나? 아님, 도로 내려가야 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
 
'도대체 뭐라는거지?'
"나는..."
"....."
 
"난, 강~남~ 스타일..."
 
갑자기 그녀가 말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도 엉겁결에 그녀를 따라서 말춤을 추었다.
 
첫날은 몽유병이라 그냥 지나쳤지만,
둘째날엔 아마도 잠에서 깨려고 했을 때였던 것 같다.
 
그리고 오늘은...
그녀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와 마주쳤던게 생각나서 일부러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강남 스타일...
고저...쥑여줍니다.하하하...'
 
 
* <강남 스타일은 몽유병 환자도 잠에서 깨웁니다.> ㅋㅋ
이름아이콘 문은자
2013-05-18 08:44
회원사진 		개콘 작가님 맞으시죠? ㅎㅎㅎ
   
이름아이콘 임정수
2013-07-21 19:41
회원사진 		하하하...
개콘 작가로 착각하셨나보군요.

아님,
그 정도로 저를 띄워 주시는 말씀이거나...

아무렴 제가 개콘 작가까지...는 아니죠.
저를 좋게 보시고 띄워 주시는 말씀에 용기를 가져봅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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