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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12-09-02 09:28
ㆍIP: 112.xxx.120
무척산 정상에서
무척산 정상에서 / 임정수




한여름날의 열기가 끈적거리며 다가오는 밤.

저멀리 아스팔트 위를 힘차게 달려가는 수많은 차량의 헤드라이트 불빛을 헤아리며
하늘과 맟닿은 무척산 정상에 홀로 앉았다.

고독과 적막이 맴도는 시각...
내안의 자아를 일깨우며 또다른 '나'를 찾고자 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내안의 참나는 과연 무엇일까?

조용히 가부좌를 튼채 명상에 잠긴다.
참선으로 나를 다듬는 이때는 또다른 나를 바라본다.

'이 뭐꼬? 니는 누고?'

나는 '나'일 뿐이다.
그래, 나는 '나'일 뿐이지...

그럼, 내안의 '나'는 누구란 말인가?
자꾸만 생각속으로 빠져드노라면 머리가 아프다.

'아이쿠~ 두(頭)야...'

내가 나를 찾으며 내안의 나를 안고 있으니 무거울 수 밖에...
나를 비우자.

그렇게 마음 먹으니 한결 가벼운 느낌이 든다.

내가 '나'를 안고, 또다른 '나'를 엎었더니 이마엔 굵은 땀방울이 맺혔었는데
시원한 바람의 속삭임에 맺혔던 땀방울이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바람의 속삭임?
뭐, 별다른 건 없고...
그냥 지나가며 혼잣말로 몇마디 속삭였을 뿐이지...

"우리 자기 덥쪄~"

내안의 '내'가 질투하는가 보다.
'자기? 미친...지랄하고 자빠졌네...'

'이 뭐하는 짓이고? 이것들이 정말...'

하하하...
'나'를 찾으며 내안의 '나'를 일깨우고자 함인데
나혼자서 미친 지랄하고 자빠졌으니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웃고 말았다.

온산이 떠나가도록 웃어재꼈으니 산신령님이 노하신 것 같다.
"야 이놈아! 니는 잠도 없나? 잠 좀 자자..."
"예..예...미안하니더...고마 디비 자께예.."

가끔은 아무도 없는 산정상에 홀로 앉아 머리도 식힐겸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정말 좋은 것 같다.

혹시라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기라도 했음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고들 오해 하기 딱 좋겠지만 말이다.

나도 부끄러운 건 알아가지고 슬쩍 하늘을 올려다 봤더니
달님이 윙크를 하는게 아닌가.

"나는 아무것도 못봤데이"

쪽팔림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런 일이 자주 있는 일이지만 오늘은 더더욱 쪽팔리는 것 같다.

"달님! 뭐하세요?"
"그냥...미련 곰탱이 하나가 혼자서 원맨쇼 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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