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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12-10-17 17:01
ㆍIP: 112.xxx.120
덤과 끼우기
덤과 끼우기 / 임정수





평소에도 재래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나도 사람이기에 가끔은 대형 마트엘 간다.

마트에서 파는 물건들이 값이 싸기 때문에 이용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어느곳이든 다 마찬가지겠지만 한가지가 싸면 한가지는 비싸고...
한쪽에서 손해를 보면 반드시 다른 한쪽에선 알게 모르게 바가지를 쓰게 되듯
<세상엔 공짜란 없는 법이다>란 말을 때론 실감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형 마트에 가보면 없는게 없을 정도로 품목도 다양하고
여러가지 상품들을 저렴하게 살 수가 있어서 편리하긴 하다.

요즘 같으면 성추행이니 성희롱으로 잘못 걸릴 수도 있겠지만,
어딜 가든 매장을 둘러보다 상품 구매를 권유하는 협력 업체의 아가씨들을 보면
괜히 옆구리 한번 찔러 본다는 심정으로 작업아닌 작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통 커피를 사더라도 한박스에 작은 포장 박스를 커피 박스에 붙이거나
머그잔을 붙여서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한 상술을 보게 되는데,
그럴때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물론 나의 십팔번이기도 하다.

'이거 하고 아가씨하고 끼워서 얼만교?'

경우에 따라 농담도 잘하고 말을 잘 받아주는 아가씨라면
"글쎄예...우리 남편한테 한번 물어봐야 하는거라서예..."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은 조금은 호감이 가고 맘에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는예, 별매라예."
이렇게 딱 잘라서 말하는 아가씨들은
더이상 작업을 못걸도록 아예 선수를 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재래시장에서도 실없는 농담을 자주 하는데,
나하고 비슷한 또래다 싶으면 어김없이
"이거 다 하고 아지매를 끼워서 얼만교?"

혹시라도 남편이 엿듣고 한마디 끼어들면,
"어허, 이사람 보게. 남의 아지매는 뭐할라고 낑가달라고 하노?"

분명 그 아지매의 남편임을 얼른 눈치 채야한다.

그럴 땐 도망가다시피 그자리를 피할려고 하면 더 이상하게 보이니까,
"아직 안낑갔는데예...뭘 꽂아야 끼우지예.."

그렇게 실실 웃으면서 자리를 피하면 되는 것이다.

뭐, 내가 이런 농담을 하고 다닌다고 해서 날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잘못되었다고 색안경끼고 보는 사람들은 없다.

그저 딱딱하게 물건을 사고 파는 것 보단
이런 농담이라도 하면서 분위기를 띄울 수 있고
낯선 사람일지라도 한걸음 더 가깝게 다가갈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먼저 말을 건네는 분들도 있다.
"아저씨! 아직도 안 낑갔능교?"
"예...누가 벌려줘야 낑구지예..."
"하하하..."

요즘처럼 더운 한여름에 한 술 더 뜨는 아지매라도 만나면 이런말을 하곤 한다.
"하이구야...이양반은 시작도 안했는데 육수물부터 뚝뚝 흘리고 있네."

그래, 사람이 산다는게 별건가.
이리저리 어울리고 더불어 살면 그만인 것을...

이런 사람은 이런 대로, 저런 사람은 저런 대로...
그렇게 어울리고 사는게 우리네 인생이 아니던가.

마침, 청과물 가게를 지나다 탐스러운 사과가 눈에 띄어 한무더기 사려고 하는데,
덤으로 사과 하나를 더 넣으며 젊은 아지매가 하는 말씀,
"꾹 꾹 눌러서 많이 넣었습미더."
"예, 고맙습니더, 봉지가 째지도록 잘 좀 낑가 주이소."
"예?"

그냥 '예'면 '예'지...어째서 '예?'라고 하지? 생각하는데
갑자기 얼굴이 붉으진 그 아지매가 피식 웃는다.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리는데 그녀의 귀에 MP-3가 끼워져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고맙다는 인사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어째서 그랬을까 생각하다가 답을 알아냈다.

그 아지매가 잘 못 알아 들었던 것이다.

'봉지가 째지도록 잘 좀 낑가 주이소'라고 했는데
그 아지매는 봉지에서 동그라미 하나를 떨어뜨리고 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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