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염경희
ㆍ작성일	2023-03-04 23:44

ㆍIP: 210.xxx.160

나에게 보내는 편지

글 / 염경희

나에게 보내는 편지

196*년 윤사월 열하루 오후 6시 30분
너는 이 세상에 나왔노라고 아주 힘차게 울음을 터트렸지.
아버지: 염*순, 어머니: 오*숙의 막내딸로 태어나 그래도 나름 사랑받으며 유년기를 잘 보내왔어. 세상에 태어날 때는 저마다 큰 사랑을 받으며 태어나는 것이니까, 너도 그 사람 중의 하나로 축복받으며 이 세상 품에 안겼지.

누구나 세상 밖으로 나와 첫 번째로 하는 일이 목소리 높여 우는 일이라고 했다. 그 울음소리가 웃음으로 변해 세상사는 일이 평탄한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호의호식하는 자가 있지만,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 사는 날까지 힘에 겨워 몸부림치고 허덕이면서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많은 게 세상사란다. 자식을 선택하지 못하고 부모를 골라 태어날 수 없는 것이 세상 이치란다.

너도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면 웃는 날보다 우는 날이 수없이 많기만 했잖아
누구를 원망도 탓도 안 하겠지만, 그래도 넌 어떤 이유든 간에 지금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누가 등 떠민 것도 아니고 누가 시킨 일도 아니지만 이른 결혼을 하면서 이미 올바른 길이 아님을 알았지만, 그때는 어쩔 수 없었으니 책망하지 말자.

누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버지는 말로만 모든 일을 지시하셨고 혼자 살림을 꾸려야 하는 어머니는 보따리 행상부터 두부 장사, 묵 장사, 야채 장사 등등을 하면서 식구들의 끼니를 책임져야 하는 걸 보면서 어린 나이에 너무 일찍 철이 들었던 것이야.

그런 어머니를 외면할 수가 없었고, 중학교 입학 무렵 넌 너무 많이 힘든 일을 겪었지. 진학을 놓고 보내니 못 보내니 하는 때에 담임 선생님께서 가정방문을 오셔서 이 아이는 앞으로 크게 될 아이니까 꼭 진학시켜야 한다고 하시면서 입학금 냈으니 입학시키라고 당부하시는 바람에 겨우 진학의 꿈은 이루었지만, 그 후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넌 네 손으로 가방끈을 놓아 버리고 야학의 길을 택했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겠다며 산업전선에 뛰어들었던 거야. 그때부터 너의 인생이 점점 더 빠르게 사회 물을 먹게 되었고, 또래와는 달리 가는 길이 달랐던 거야. 친구들은 가방 들고 학교 가는데 일터로 향하면서 그 시간이 정말 싫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쩌다 보니 이른 결혼을 한 것이 도피처로 삼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처음부터 길이 아닌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고, 그때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했다면 좀 나아졌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한편으로는 운명이고 팔자라는 생각으로 살았지만, 그때 바꿨으면 지난 삶이 변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지. 그래도 잘했어. 스스로 놓아 버린 가방을 다시 찾아 꿈을 버리지 않고 만학도의 길을 걸어오며 너의 재능을 발휘하며 살고 있는 지금은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행복을 누리고 있잖아.

지금, 이 순간이 너에게는 최고의 황금기이고 사랑하는 두 딸 밥그릇 만들어주어 행복하게 사는 모습 보고 손, 자녀 재롱에 웃는 날이 많으니 참 다행이다.

경희야! 앞으로는 건강 잘 지켜서 사는 날까지 아이들한테 걱정 주지 말고 살다가 어느 날 예쁜 모습으로 떠나면 되는 거야.
그동안 여자로 태어나 남자처럼 생을 살았지만, 떳떳하게 포기하지 않고 잘 견뎌줘서 고맙다.
이제부터는 네가 너를 많이 사랑하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아가길 바랄게.
“장하다 우리 경희야”

이제는 어디를 가든지 기죽을 일 없으니 당당하고 멋지게 세상에 나선들 무엇이 두렵겠니.
초년에 겪은 일은 지금의 너를 만들어내기 위한 밑거름이었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황혼 길에 올라 다시 꿈을 향해 날개를 활짝 펴 보려무나.

지금까지 아픈 곳 하나 없고 충치 하나 없으니, 건강은 타고 나 최고의 복을 지닌 삶이니 얼마나 다행인 거야. 그동안 답답하고 응어리진 속내를 글로 풀어내서일까?
나이 들면 약간의 증상이 있는 것들도 다 없어져서 건강검진 결과 주치의 선생님께 축하한다는 박수도 받았으니 관리 열심히 해서 후회를 남기지 않는 삶을 살아보자.
"사랑해! 경희야“

견디고 견디다가 아픈 손가락들 시집보내고 혼자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던 때, 그렇게 떠났으면 지금에 이 행복을 잡을 수 있었겠니? 아들 같은 사위 사랑도 못 받아보고, 손자녀들이 예쁘게 자라는 모습 또한 언감생심이지.

갈수록 몸도 마음도 젊어지는 지금
그동안 아팠던 일들 이제 훌훌 털어버리고 아직 못한 일,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봄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상관없이 마음껏 즐기며 늙어가는 인생 말고 곱게 익어가는 언제나 마음만은 소녀로 살아가렴. 지금이 딱 좋은 나이야! 유행가처럼 노래 부르며 춤도 추고, 마음껏 즐기길 바란다.

2024. 01.
경희가 경희에게 보냄

박희홍

2023-03-05 04:31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염경희 작가님

<그동안 여자로 태어나 남자처럼 생을 살았지만
떳떳하게 포기하지 않고 잘 견뎌줘서 고맙다.
이제부터는 네가 너를 많이 사랑하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아가길 바랄게.
“장하다 우리 경희야”>
저기 자신이 자기를 먼저 사랑하지 않고
사랑받는 일이 있을까요.
내공 깊은 글꽃 향기 고운
‘나에게 보내는 편지’에 많은 감명 깊습니다.
작가로서 문운 창대하시길 빕니다.

따듯한 햇살의 봄기운을 많이 받으시고
몸도 마음도 포근해져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길 빌며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염경희	알면서 자신을 챙길 여유가 없어 많이 사랑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습니다 지금부터는 많이 나를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3/6 14:42

황영칠

2023-03-05 08:41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염경희 작가님
작가님이 살아오신 여정이 안타깝고 아리지 만
일찍 철이 들었기에 오늘의 행복을 찾으셨군요.
너무나 드라마같은 삶을 사시면서 역경을 이겨내신 작가님은
진정 승리자 입니다.

"그런 어머니를 외면할 수가 없었고, 중학교 입학 무렵 넌 너무 많이 힘든 일을 겪었지.
진학을 놓고 보내니 못 보내니 하는 때에 담임 선생님께서 가정방문을 오셔서
입학금 냈으니 입학시키라고 하셔서 겨우 진학의 꿈은 이루었지만,
그 후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넌 네 손으로 가방끈을 놓아 버리고
야학의 길을 택했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겠다며 산업 전선에 뛰어들었던 거야."

대단하십니다.
어릴 적 작가님과 저의 경우가 아주 비슷하여 일찍 철이 들기는 했지만
.저는 그래도 무난한 삶을 살아온 듯 합니다.
70년대 중반 구로 1공단 옆 학교에 근무 할 때 공단 소녀들이 오후가 되면
교복으로 갈아입고 단체로 버스 타고 야간 학교로 가는 모습을 자주 보곤 하면서
마음으로 응원 했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그때 저는 막 결혼 한 신혼이었지요.
그 중에 한 예쁘고 당찬 여학생이 작가님 이시군요.
대단한 인간 승리에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 승승장구 하셔서 한국 문단에 우뚝 솟은
거장이 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염경희	존경하는 시인님!!! 그때는 흔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게라도 꿈을 꾼다는 건 120779225

염경희	짤린 글을 어떻게 할까요? 다녀가심에 감사드립니다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3/6 14:46

황영칠	답글 잘 이해했습니다. 고맙습니다	3/9 23:32

민만규

2023-03-07 06:26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확신에 찬 자아존중감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나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행복지수가 달라지겠지요
나를 아끼고
나를 존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삶의 기술을 잘 활용한다면
친사회적으로 더불어 관계와 관계를 형성하면서
질 높은 삶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나에게 쓰는 편지
아주 멋집니다
무엇보다
건강 박수를 받으셨다니
축하드릴 일입니다
그렇게 건강하게 멋진 삶을 사시길
응원합니다
좋은 글 잘 감상했습니다

"경희야 잘했어!" ㅎㅎ 짝 짝 짝 ~~~~~

오늘도
상쾌한 아침 열어가요 ^^


염경희	감사합니다. 제가 저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답장 보내주신 시인님들이 너무 감사합니다 함께 공감하고 위로받는 시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3/7 1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