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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경옥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경옥
ㆍ작성일 2022-10-01 12:23
ㆍIP: 1.xxx.2
벌써 일년
*벌써 일년

요양보호사의 길에 발을 들인지도 벌써 일년이 되어간다. 오늘은 그 일년 중 마지막 달, 첫 날이다. 이 달을 꽉 채우면 퇴직금이 생겨난다. 어찌 아니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늘상 듣던 시끄럽던 참새소리 마저 정겹구나~ 한 치 밖의 전봇대 꼭대기에 앉아 울어대는 한 쌍의 까마귀마저 다정해보이니 돈이 참말 좀긴 한가보다. 풉..

어머! 둥근잎유홍초가 앙증맞게도 피어있다. 얽히고 설킨 줄기를 따라 뽑아도 뽑아도 살아남는 뿌리를 찾는다고 있는 욕 없는 욕 다 갖다 붙였는데 오늘따라 왜이리 예쁜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내가 이렇게 물질만능주의였던가? 돈 없으면 사람구실도 못한다는 누군가의 말이 혹여 내가 했던 말은 아니였는지 생각해본다. 에이 설마.. 그렇게 돈을 따라가며 살던 삶은 아니였는데, 지난 날을 회상하니 아니라고는 못 하겠다. 슬픈 인생이었구나.

부지런히 기어가는 경운기소리가 무겁게 다가온다. 주인은 허리가 꼬부라지고, 피부는 까맣게 그을려 굽은 어깨에 잔뜩 힘을 주며 앞길을 찾는데 억지로 끌려가는 소처럼 경운기의 엔진소리는 질질 바닥을 훑는다. 그래, 저 모습이 현실이지. 돈을 쫒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앞길을 가다보니 돈이 있던 것이다. 그게 인생이어야 하는데.. 아,  너무 아침부터 돈돈 거리는 것 같구나. 그러데 어쩌겠어~  내 배 채우려니 돈이 필요한 것을.
우씨... 역시 생각은 할 것이 못 된다. 할수록 땅굴을 파들어가니. 이러다 북한인민군 땅굴도 만나겠네~ 그만 파자^^

어찌됐든 즐겁게 시작하는 하루!
탐스럽게 익어가는 감들처럼 내 오늘도 탐스럽게 익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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