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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경옥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경옥
ㆍ작성일 2021-12-05 11:21
ㆍIP: 118.xxx.155
핑계
*핑계

바람이 너무 따뜻해서 무작정 차를 몰았어요. 어디로 갈지 정하지도 못했어요. 져가는 낙엽들이 길가로 날아가며 길을 열어주네요. 어서 가라네요. 어디로 갈까요. 허한 마음이 푸른 하늘에 구름처럼 걸렸어요. 둥실 떠오른 몸이 다다른 곳이
엄마품이네요. 차가운 납골당 한 자리, 예전모습 그대로 웃고 있네요..

너무 늦게 찾아왔나 봐요. 삐뚤어진 이름표가 마치 삐진 엄마 같아서 많이 미안해요. 철제 계단을 끌어와 제일 높은 자리에 위치한 엄마의 얼굴을 마주봐요. 엄마가 계신 곳이지만 왠지 무서운 마음에 자주 찾질 못했네요. 네, 핑계 맞아요. 죄송해요.  부은 얼굴이 아직도 삐져 있나봐요. 마음 풀어주면 안될까요? 이렇게 엄마를 만져보고 있는데 아직도 차갑게 느껴지는 걸 보니 화가 안 풀린 거예요? 알았어요. 내가 잘못 했어요. 이것봐요. 눈물이 나잖아요. 이럴까봐 엄마 앞에서 못난이처럼 울까봐 그래서 이제서야 왔어요. 다신 울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요.

난 잘 지내요. 쓰다듬는 내 손이 무안할 만큼 엄마없이도 너무 잘 지내요. 잘 지낸다는 말 한마디가 뭐라고 가슴이 울컥거려요. 아무도 없으니 다행이에요. 펑펑 울어도 눈치 볼 사람이 없어요. 다른 자리의 사진 속 주인공들의 눈시울도 촉촉히 젖은 것 같아요. 여기서 우는 건 나뿐인데 조용한 공간이 울음소리로 가득해요. 우는 법을 모두 잊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가봐요. 모두 나처럼 그리웠나 봐요. 실컷 울고 싶었나봐요. 엄마는 여전히 웃고 있는데..

그만 가야겠어요. 밖이 어두워져 가요. 엄마가 늦도록 나다니지 말라 그랬잖아요. 안전운전 할게요. 늘 운전 조심하란 엄마 말, 기억하고 있어요. 절대 어기지 않을게요. 이제 눈물 닦을게요. 오늘은 하소연 하지 않을래요. 혼자 있을 엄마가 더 쓸쓸해질까봐. 떨어지는 낙엽이 엄마의 눈물조각일까봐. 쓸어내지 못한 슬픔이 수북히 쌓여버릴까봐. 하고 싶던 말들 모조리 쓸어담고 돌아설게요. 엄마 얼굴 바라보고, 만져보고, 아직 내 마음에 각인되어 있음을 알았으니 됐어요. 언제나 함께 있음을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됐으니까. 오늘도 잘 자요. 내 꿈 꿀 수 있다면, 흔적 남기고 갈게요. 사랑해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해가 더이상 뜨지 않을 때까지..

이럴까봐, 이제서야 온 걸
엄마도 알아버렸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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