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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경옥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경옥
ㆍ작성일 2021-12-05 11:25
ㆍIP: 118.xxx.155
콩 고르는 여인
*콩고르는 여인

참 단아하신 분. 몸가짐도 가지런하시고 패션 센스도 있으시다. 말투도 조근조근 하시고, 앉거나 설 때에도 늘 옷맵시를 신경쓰신다. 다른 분들이 모두 누워 낮잠을 즐기시는 시간, 어머님은 열심히 콩을 고르신다. 팥, 검은콩, 메주콩 세가지 색깔의 콩을 섞어 한통에 담아두고 다시 콩별로 분류를 하는 것이다. 피곤하실 법도 한데 고개를 들었다 숙였다 뭉친 근육을 풀며 열심히도 고르고 계신다. 벌써 30분째다. 안타까운 눈으로 어머님을 바라보고 있자 곁에 있던 직원분이,

''왜~ 힘들어 보이셔? ㅋㅋ저분은 저게 일이야.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하다 그냥 집에 가면 잠을 안주무셔. 낮잠도 안 주무시는데 멀뚱멀뚱 앉아만 계시기도 그렇고. 기억을 많이 잊으셨어..''

요양보호사 교육 받을 때, 치매대상자들이 자주 하는 소일거리로 배웠던 콩고르기. 막상 눈앞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니 마음 한쪽이 묵직하다. 매일 콩고르는 일을 해도 다시 잊어버리고 콩을 고르는 여인. 누군가의 어머니, 누군가의 아내, 며느리이자 딸이였을 여인. 차라리 기억을 잊어버린 편이 나으려나ㅡ
'막내가 날 여기다 버리고 갔어'라며 내손을 꼭잡고 울먹이는 시설입소자보다는 모든 기억을 잃고 원초적인 본능으로 살아가는 어머님이 더 행복해 보이신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직원과 대화를 하며 자연스럽게 콩을 고르시는데... 늘 골라도 섞여있는 상황이 우습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어머님.. 콩 고른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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