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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경옥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경옥
ㆍ작성일 2021-12-05 11:33
ㆍIP: 118.xxx.155
콩 고르는 여인ㅡ두번째 이야기
*콩 고르는 여인-2

참 시끄러운 분. 앉으나 서나 온갖 간섭은 전부 하실 모양이다.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치매가 있으신지 슬쩍 말거는 직원들을 붙잡고 얼토당토 않는 시비를 거신다. 웃으면서 장난을 거는 요양보호사님과 복지사님들은 늘상 있는 일이기에 가볍게 받아친다. 이제 시작인 나는 이리저리 눈치만 보고 멀찍이 서서 이 모습을 관찰한다.
출근 이틀 째, 이 곳은 노인주간보호센터이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입소자님들은 하나같이 어제를 잊고 다시 어제처럼 오늘을 산다.

''어르신~ 어젯밤 잘 주무셨어요?''
''집에도 안갔는데 무슨 잠을 자? 제정신이여?''

되려 야단을 맞아도 웃음으로 어르신의 핀잔을 포용한다.

''어르신~ 아침은 드셨어요?''
''지금 여기 왔는데 무슨 밥을 먹어? 왜 밥 안주는거여?''

집에 안가셨다면서요.. 아침인지는 어찌 아신답니까^^;;

''어르신 소변 보러 우리 화장실 갈까요?''
''나 오줌 안쌌어! 내가 바본 줄 알아?''

 어제 퇴근 전에 기저귀를 갈아드렸지만, 대부분의 입소자님들은 가정에서 제대로 된 케어를 받지 못한 채 다시 센타에 출근하신다. 자녀들과 함께 사는 분들도 마찬가지. 저녁에 채운 기저귀가 흠뻑 젖어 오시는 분들도 몇 분 계신다.

다행히 이 분은 기저귀는 사용하지 않으신다. 화장실도 스스로 가시고 식사와 대부분의 일상생활도 거뜬히 해내신다. 요양보호사의 역할은 입소자님들의 잔존능력을 최대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해서는 안된다.

치매는 질병이며, 치매대상자는 인간으로써의 대우를 마땅히 받아야 하는 인격체이다. 치매에 걸렸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가르치려 들면 절대 안된다. 가족이 치매대상자를 돌보기 힘든 이유 중 하나이다. 치매에 걸린 부모를 예전의 부모와 비교하게 되고, 안그러던 분이 안하던 행동을 하게되면 자녀들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 부모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지 못해 오히려 짜증과 언어폭력을 하게 된다. 이럴 땐 오히려 주간보호센타나 요양원에 입소시키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도 있다.

ㅡ

어제 점심을 드시고 한참의 낮잠을 주무시고 난 뒤, 벌떡 일어나 소리치신다.

''집에 안가?''
''어르신~ 아직 저녁이 안됐어요~ 더 놀다가 가실거예요. 저녁도 드셔야 하고요''

밖을 보시더니 아직 환하기에 금새 수긍하시며 다시 여기저기 시비를 걸기 시작하신다. 수단 좋은 요양보호사님은 다른 주무시는 분들이 깨기 전에 탁자에 앉히고 여러 종류의 콩이 섞인 통을 들고와서는,

 ''어르신, 이거 저 혼자 못하겠어요. 어쩌지? 어르신이 도와주실래요?''
''어휴, 맨날 이것도 못해서 이리 해놓으면 어떻게 해! 얼른 줘봐. 이그 진짜 내가 못살아''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천진난만하게 방긋 웃는 요양보호사님은 내게 윙크를 하며 눈짓으로 '됐다!'를 외치신다. 성난 어르신을 달래는 방법이다. 콩 고르기. 참 쓸모있는 소일거리다. 두 세 걸음 떨어져 쇼파에 앉아 콩 고르던 어르신은 열심히 골라도 분류가 안된 반면, 이 어르신은 깔끔하게 분류를 해놓으신다. 이 콩 고르기는 저녁 식사 시간이 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어르신 완젼 짱!

콩 고르기를 다 마치고, 자랑스럽게 차곡차곡 정리한 콩을 가져가라고 소리치신다. 와~ 진짜 끈기 하나는 인정한다. 3~4시간을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도 않으시고 그 일을 끝내셨다. 박수를 치며 칭찬을 해드리려니

''처음 보는 얼굴인데 뉘슈?''

나에게 물으신다.

''새로 온 요양보호사예요~ 이제 어르신들이랑 매일 같이 지낼거예요''

 ''누굴 닮아 그리 예뻐?''

 ㅎㅎㅎ 이쁘단다. 행여나 실수라도 할까 잔뜩 긴장된 몸이 이 한마디에 스르르 녹는다. 그래, 이쁘면 다지. 암만.

흠흠, 아니 뭐 내가 예쁘단 얘긴 아니고요.

언제 갑자기 돌변할지 모르는 치매란 병은 가끔은 이렇듯 언제그랬냐는 듯 본연의 모습이 드러날 때가 있다. 지금 어르신은 평소의 어머님의 모습으로 내게 말을 거셨다. 그거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눈빛을 보면 부드러워짐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 눈은 속이지 못한다. 고로, 나는 이쁘다. 흐흐흐

아이고, 이야기가 길었다. 자꾸 엄한 길로 빠지는 것을 보니 이쯤에서 말을 끊어야겠다. 아~ 오늘도 어르신들 잘 돌봐야 할텐데.. 휴..
이름아이콘 염규식
2021-12-11 19:40
회원사진 		시인님의 실천 얘기라 더욱 감동입니다 수고많으셨어요
서재의 좋은 교분 되었어면 합니다.
시인님 좋은 한편의 감동시 배람합니다
시인님 건안하시죠
곱게 지피신 글향에 잠시머물다 갑니다.
이제 12월도 20일 밖에 남지 않았군요
가는해 마무리 잘하시고 오는해 더욱 좋은 작품으로
문운 창대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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