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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도연 소설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0-07-21 09:54
ㆍIP: 61.xxx.139
성북동 걷는 길3
성북동 걷는 길
성북동에는 비둘기가 없다

3. 삼청각과 숙정문

대사관저로의 저택들이 삼각산 아래 아득하게 보이는 길 반대편에 화려한 단청을 입고 있는 높고 푸른 삼청각 대문이 드라마에서 보던 것과 같은 모습으로 언덕 위로 올라가는 넓은 숲과 길을 품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드라마에서 보면 검은색 고급승용차에 검은 양복을 입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과 차량이 줄줄이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삼청각은 군사정권 때 밀실에서 벌어지는 일명 요정정치의 현장으로 마치 그 시절을 대변할 만한 증언 같은 곳이기에 그런가 보다.

삼청각은 북악산 자락에 1972년 건립되어 1980년까지 고위정치인들의 회동과 요정정치의 산실로 1972년 남북적십자회담, 한일회담의 막후 협상 장소로 알려져 있으며 유신 시절에는 대표 적인 요정정치의 정점을 찍은 장소이며 1990년대 중반에 이름을 예향으로 바꾸고 일반음식점으로 전환하였으나 이후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999년 건설회사가 부지 인수를 해서 고급빌라를 지으려 했으나 2000년 5월 22일 서울시가 문화시설로 지정하면서 전통문화공연장으로 대지 5,884 연건평 1,331평으로 공연장, 한식당, 찻집, 객실 등으로 탈바꿈하고 세종문화회관이 운영을 맞아 연중 전통공연을 하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오늘은 새롭게 바뀐 삼청각의 모습을 볼 수가 없는 날이었다.
올해 말까지 보수공사를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어 전각 전체를 구석구석 볼 수가 없어서 큰길을 따라 올라가며 건물 외곽을 둘러보며 출입금지 팻말을 기웃거리며 훔쳐보듯 겉모습만 보고 나올 수밖에 없어 매우 유감이었지만 역사의 현장을 보았다는 기쁨을 만끽하며 스스로 위로를 하고 토닥토닥 발자국 소리를 따라 걸어 내려왔다.

삼청각 정문 바로 옆 북악산 기슭으로 접어들어 좁은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숙정문 안내소가 나온다.
숙정문 반대 오르막 길은 조선조 인조 반정의 공신인 이괄이 난을 일으켜 도성을 공격하기 위해 내려온 길이기도 하며 소위 말하는 김신조 루트로 불리며 1968년 1월 21일 북한군 124군 부대 소속 게릴라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이동한 길로 아직도 그 당시 격전의 흔적이 탄흔으로 남아 있는 아픈 역사를 간직한 길이기도 하다.
역사는 또 다른 역사의 증언이 필요한 이 시대에 현직 서울 시장인 고위 공무원이 침묵하며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위해 길을 걸어 떠나간 장소와 도 별로 멀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만감이 교차하는 무거운 심정으로 나무계단을 한 발 한 발 오를 때마다 빗방울이 굵어지며 나의 어두운 심경에 가랑비를 뿌리고 있다.

숙정문 안내소에서 출입증을 받아 잘 정돈되어 걷기 좋은 길을 천천히 숨을 고르며 오른다.
산릉선에서 물 흐르듯 굽이 돌아 내려오는 성곽은 경건한 물결이었고 사람을 지켜내려는 땀의 결정체이고 아군과 적군을 분리하고 경계하고 대치하며 적을 막아내려는 숭고한 몸부림이다.
북악산 정상에서 도성의 마을에 이르기까지 크고 무거운 돌을 날라 깨고 부수어 서로 잇대고 맞대어 견고한 성곽을 만들어낸 그들의 혼과 힘겨운 육신의 노고를 뼈저리게 느끼며 송곳처럼 파고들어 아프고 힘겨웠다.

게으른 걸음으로 십여 분 만에 숙정문이 눈 안 가득히 들어온다.
가파른 언덕 아래에서 바라보는 숙정문은 하늘 가득히 웅장하고 커 보였으며 구름을 머리에 이고 촉촉이 젖어 흘러내리는 기와는 여인의 가르마처럼 곱고 아름다웠다.
숙정문 주변에 커다란 노송은 이리저리 휘어지고 구부러진 가지로 오백 년 도읍지의 수문장 노릇을 하며 늙고 노쇠한 노인의 백발 같았지만, 아직도 기개 넘치는 용맹과 멋스러운 자태를 잃지 않고 천년 도읍의 도성 아래를 묵묵히 내려다보고 있다.

정문은 사적 제10호로 북한산 동쪽 끝 북악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으며 태조 5년에 지어진 것으로 원래 이름은 숙청문, 북대문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서울의 사대문중의 하나로 숙정문은 "엄숙하게 다스린다"는 뜻으로 이름이 지어졌다.
1413년 풍수학자인 최양선이 숙정문이 서울의 지맥을 손상한다는 주장에 따라 문을 폐쇄하고 주변에 소나무를 심어 통행을 금지하였으며 이후에
숙정문이 음양오행설에 따라 음에 기운이 강하여 나라에 가뭄이 들면 문을 기우를 위해 문을 열고 비가 많이 내리면 문을 닫았다고 한다.
현재의 숙정문은 1976년 복원한 것이다.

숙정문앞 능선으로 이어진 성곽을 따라 말발굽 휴게소에서 윤동주 문학관이 있는 서울성곽 사소문의 하나인 창의문까지 걷고 싶은 마음이 앞서지만 시간상 추후의 숙제로 남기기로 하고 하산길로 접어든다

숲의 나무가 푸르른 녹음 속에서 물기에 젖어 영롱한 빛으로 반짝인다.
지나온 길은 변함이 없고 떠나갈 길도 여전히 그곳에 있으리니 다시 오마 약속을 하고 온 길을 되돌아 내려올 때도 하늘에서는 여전히 가루비가 하얗게 내린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20-07-22 06:48
회원사진 		오랜만입니다. 이도연 작가님~
"숙정문 반대 오르막 길은 조선조 인조 반정의 공신인
이괄이 난을 일으켜 도성을 공격하기 위해 내려온 길이기도 하며
소위 말하는 김신조 루트로 불리며 1968년 1월 21일 북한군 124군 부대
소속 게릴라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이동한 길로 아직도 그 당시
격전의 흔적이 탄흔으로 남아 있는 아픈 역사를 간직한 길이기도 하다.

현직 서울 시장인 고위 공무원이 침묵하며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위해 길을 걸어 떠나간 장소와 도 별로 멀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서울 지리를 전혀 알지 못한 저로서는 많은 것을 배워 갑니다.
더욱히 최근 미키지 않은 서울 시장의 죽음 과도 그리 멀지 않는다는
사실에 더욱 감명깊게 배람했습니다.
끝나지 않은 코로나와 여름 장마에 건강과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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