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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도연 소설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0-05-24 14:14
ㆍIP: 61.xxx.139
숲의 자아를 찾아서
숲의 자아를 찾아서

이 도 연

 청미래덩굴이 반짝반짝 윤기가 오르는 오월의 숲에서 아득한 행복에 젖어 활자의 편린들을 그리며 퍼즐을 맞히듯 숲의 사연을 한자한자 써 내려가는 오늘은 고체화된 화석처럼 자연의 일부에 편입되어 피톤치드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봄의 종말을 고하며 슬피 울던 봄비 끝에서 다른 녀석들은 꽃잎을 다 떨구고 푸른 이파리로 길아 입은 영산홍이건만, 유독 독야백백 흰색 투명한 꽃잎을 자랑하며 생뚱맞게 시들어가는 꽃잎의 상처를 안고 아직도 피어 있는 모습이 끈질긴 삶의 허망을 보는 것 같아 저무는 봄날처럼 아프고 오월 하순으로 지나는 계절은 뻐꾸기 울어 대는 숲에서 아카시아 향기로 취해가며 꽃 멀미로 가득하다.

 봄비가 스치고 지나간 연초록 숲은 물이 올라 짙은 녹음으로 성대한 여름을 준비하고 숲은 매일같이 진화와 진화를 거듭하여 번성하는 종족처럼 이파리를 키워 하늘이 언뜻언뜻 보일 정도로 푸르게 생육하여 숲 그림자를 만들어 늘어서고 팽창하는 산맥은 들로 산으로 생동감 있게 펼쳐지며 위세를 떨치고 있다.

 길섶의 때죽나무는 나름대로 독성을 품고 있어 어린 시절 형아들이 개울에서 송사리를 기절시켜 잡던 추억을 아는지 모르는지 종처럼 생긴 꽃을 가지 끝에 송알거리며 피워 아름답다 하는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는 것인지 오솔길에서 딸랑딸랑 종소리를 내는 듯 바람에 하늘거리며 지나는 발걸음과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느릿하고 천천히 명상의 발걸음으로 좀 더 가까이 숲의 안부로 걸어 들어가면 내 고향 남쪽 나라가 아니더라도 찔레꽃이 지천으로 자리를 잡아 고운 꽃잎이 석양에 붉게 물들길 기다리고 짙어 가는 녹음으로 햇살이 숨을 죽이는 숲의 속살에는 살금살금 숨죽여 존재감을 드러내며 찬란한 숲의 혁명을 예고하듯이 생명의 환희가 흐드러지도록 각종 꽃을 피워 내기 바쁘다.

 숲의 정적을 깨며 발아래 마른 가지 바스러지는 걸음에 놀라 푸드덕 날아오르는 물까치와 달리 산비둘기는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수풀을 두발로 헤집으며 씨앗을 쪼아 대고 구구구 울음소리를 내며 태평스럽게 유유자적하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숲이 쩌렁거리게 울릴 정도로 큰 소리로 울며 날아가는 수꿩의 날개 끝에서 숲으로 비산하는 햇살을 바람으로 밀어내 화려한 깃털의 광채가 번쩍이는 모습이 멋스럽다.

 산 비둘기의 무심함을 바라보며 사람의 존재를 투명 인간처럼 여겨 내가 언제든 너를 해치진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런지 나를 무시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피해 의식이 드는 느낌에 헛웃음을 지으며 살짝 기분이 나빠 곁눈질을 한다.
되지 못하게 우월한 포식자의 본능을 감추며 그래도 살아있는 자연의 일부분으로 사랑스럽고 어여뻐 살그머니 미소를 짓는다.

 사람은 숲을 가꾸고 숲은 사람을 품어 싱그러운 오월에 사색의 길로 안내하며 홀로 느끼는 고독의 사치스러운 감정을 위안하고 거칠어진 영혼을 달래며 성숙한 자아를 만들어 정신적 풍요와 부드러운 감성을 살찌게 하는 이 순간이 기쁨으로 충만하다.

 매 순간을 살아가면서 은행에 저축한 통장에 얼마 남지 않은 잔고를 확인하듯이 나에게 주어진 삶의 하루를 온전히 소진한 것에 대하여 감사와 거룩한 마음으로 주어진 시간을 마무리하며 소중한 시간을 허락해 발걸음 닫는 대로 숲으로 가면 숲은 언제나 거부하지 않는 여유로움을 간직한 채 각종 향기로운 꽃으로 눈 부신 빛으로 성찬을 차려 반갑게 맞는다.

숲이 좋아 숲에서 살고 햇살이 나무 끝에 걸려 노을빛으로 흩어지는 저녁 무렵 숲길을 느릿하게 걷는 나는 자유로운 영혼의 그림자를 소유한 진정한 이 시대의 호모사피엔스라 말하고 싶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20-05-24 16:53
회원사진 		안녕하세요
이도연 작가님~!
계절의 여왕 5월은 갖가지 꽃들이 시샘하듯
이상적인 본질의 폼을 내는 진한 향기로 매료시키지요
아마도 향기 가득한 오월이였기에 더욱 가능한 일이겠지요
"숲의 자아를 찾아서" 자연이 주는 심오한 글 잘 배람하고 갑니다.

오월도 이번주가 끝나가는  한주가 될것같아요
끝날줄 모르는 COVID-19 항상 건강하시길 빕니다.
.
   
이름아이콘 전병일
2020-05-26 10:23
회원사진 		이도연 작가님
안녕하세요
숲과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글 잘 배람하고 갑니다
요즘 아카시아꽃 ,찔레꽃,때죽나무꽃,이팝나무꽃등
희 꽃들이 널부러지게 피고지고 있습니다
숲은 게절의 변화속에 시시각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숲에 가면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공기도 찌들은 수분
땀으로 배출시켜 기분을 좋게도합니다
일터가 있어 겨울산만 다니던 저는 푸르른 산을 오르고 싶습니다

오월도 마지막주에 있습니다
마무리 잘하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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