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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도연 소설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0-11-04 23:26
ㆍIP: 175.xxx.88
한탄강 1
한탄강 1
한탄강 "비무장지대"
                 가슴 시린 비경을 걷다

이  도  연

1, 끊어진 길 금강산 전기 철도

외곽순환도로의 판교 방향은 차들이 서서히 밀려가고 자유로 방향은 시야가 탁 트여 차들이 고속 질주를 한다.
흐릿한 날씨지만 송추 쪽으로 방향을 잡자 북한산 문장대가 정면으로 한 폭의 그림처럼 품으로 달려든다.
북한산의 깊은 심장을 향하듯 길게 뚫려 있는 터널을 지나자 의정부 방향의 표지판이 보이고 북한산이 등 뒤에서 차를 북쪽으로 밀어내듯 바람을 탄다.
의정부 시내를 지나 철원 방향으로 다가갈수록 추수가 끝난 들판은 썰렁한 바람으로 한가득이고 높아가는 산들은 붉은 단풍으로 불꽃의 정점을 태우고 있다.

철원 읍내를 빠져나와 국도변을 얼마쯤 달렸을까 길을 막아서는 군부대 초소가 보이고 민간인 출입 제한 지역인 민통선이 나온다.
위병소에서 신분증과 출입에 관한 서류를 작성하고 목적지를 정확하게 해야 출입할 수 있다 하여 민통선 내에 있는 전선 휴게소 메기 매운탕 집에 예약을 하고 나서야 출입 허가를 받을 수가 있었다.

민통선 안으로 들어서자 건너편 눈 안에 들어오는 민둥산이며 초소들이 전부 북녘땅이다.
산꼭대기에 지어 놓은 북한군의 초소가 손으로 잡힐듯하다.
이념의 땅들은 오랜 시간 침묵으로 녹이 슬어 쇳소리가 나고 코앞의 산들은 한달음에 달려도 쉽게 이를 수 있는 거리 건만 나뭇가지 사이에 걸려있는 눈물에 가슴을 에는 바람만 불어 11월 중순의 날씨도 춥게만 느껴진다.
비어 버린 들판 위로는 기러기 무리가 평화롭게 북녘 하늘로 편대를 지어 날아가고 차는 더이상 갈 곳이 없어 전선 휴게소 매운탕 집 앞 주차장에 세울 수밖에 없다.

주차장 입구에 목을 길게 빼고 한탄강을 바라보는 전선 교회의 하얀색 십자가와 건물이 을씨년스럽고 이곳의 주님은 도심교회의 주님과 서로 다를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 이질감과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강을 사이에 두고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며 대형 스피커에서는 대남, 대북 방송들이 삿대질을 하는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는 주님이 무기력하게만 느껴져 괜한 푸념을 하고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은 더욱 가슴이 시리다.

전선 휴게소 매운탕 집 바로 아래 절벽 옆으로는 북쪽에서 내려오는 한탄강 상류가 은빛 물결을 반짝이며 흐르고 있으며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금강산 전기 철도 교량이 앙상한 갈비뼈만 놓여있다.
철원군 김화읍 도창리에서 철길은 철망을 두른 체 길이 막혀 나아갈 수가 없으며 눈앞의 비무장 지대 위에 높이 솟아 끝없이 길게 뻗어 있는 철책만이 세로의 길들을 가로로 막아 두발 조차도 걸을 수 없도록 갈 길을 막아선다.

금강산 전기 철도는 철원에서 출발한 철길이 내금강까지 116.6km로 하루 8차래 운행을 하였으며 이용객은 연간 15만4천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제는 더이상 철마는 달릴 수 없고 바람만이 하늘과 산맥의 길을 따라 나아가고 북쪽에서 흘러내려오는 한탄강이 민족의 아픔을 가슴에 묻어 강심 깊은 곳으로부터 한탄스러운 눈물을 쏟아내며 무심천을 이루며 흐르고 있고 교량의 옆면에는 "끊어진 철길! 금강산 90킬로" 라고 쓰여진 글자만 눈물의 파편처럼 내 가슴을 파고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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