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0-08-23 11:50

ㆍIP: 175.xxx.88

두물머리 한강 천리를 가다.

두물머리 한강 천리를 가다.

이 도 연

물안개 피어 나는 두물머리
당신과 나의 만남이 물안개 되어 피어오릅니다.
남한강 북한강 두 물이 한 물 되어 흐르는 곳 두물머리 강변 따라 떠난 길
미사리 통기타 음악 소리 낭만을 노래하고
문학의 향기 따라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 오는 날 붉게 상기되어 가슴이 콩닥이며 설레는 소년은 간데없고
물안개 피어나는 강물만 고요히 장강을 흐른다.

옛날에는 청량리에서 경춘선 열차를 타고 한참을 가다 먼지 날리는 시골 비포장 길을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곳, 양수리 두물머리로 가는 길은 하루 종일 걸리는 험난한 여정이었다.
지금은 중앙선 전철을 타고 용산에서 1시간 정도 달려 양수역에 내리면 되지만 오늘은 오랜 친구와 만남을 위해서 팔당역에서 하차를 한다.

역 밖에서는 벌써 반가운 얼굴이 두 손 흔들며 맞는다.
양평 인근에 살고 있고 친구로 학교에서 교목으로 재직 중인 초등학교 친구로 때마침 학교가 방학 중이라 친구가 보고 싶다며 겸사겸사 길 안내도 하겠다고 선뜻 자처하여 이리 달려 나왔다.
학창 시절 절친이었는데 중학교 이후 어언 수십 여 년 만의 상봉이다.
유년 시절의 모습은 그대로인데 친구의 머리에는 서설이 하얗게 내려앉아 있다.
마음은 그대로 지만 세월의 흔적은 지울 수가 없나 보다.

친구의 차를 타고 5분여 거리에 이 고장의 명물인 초계 국수 집에 들러 맛나게 시장기를 달랬다.
내가 알기로는 여름 별미지만 새삼 겨울에 먹어도 그 맛이 일품이다.
강변 길 물길 따라 굽이굽이 가는 길이 참으로 아름답다.
강물은 도도히 흐르고 햇살에 반사된 강 물결은 은빛으로 눈부시다.
높은 산 맑은 물 사방이 온통 물길이다.

길가 옆 표지에 다산 생태공원 다산 기념관 등 다산 정약용의 고향 답게 다산의 흔적들이 즐비하다.
다산 생태공원에 주차하고 강변 옆 길게 조성된 다산의 발자취를 더듬어 역사의 숨결을 따라 걷는다.
조선 당대 최고의 실학자이자 과학자인 다산 정약용은 백성들의 삶의 애환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던 정치가로 그의 저서들만 보아도 알 듯하다.
백성을 어여삐 여겨 힘겨운 삶을 보듬어 집필한 경세유표
흠흠신서 목민심서 등 500여 편의 민생에 관련 서적과 생활
에 필요한 도구들을 발명하였다.
오늘날 정치인들이 본을 받아 국민을 위한 올 곳은 나라 살림을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시원한 강바람이 물비린내와 함께 코끝을 스치는가 싶더니 남한강과 북한강의 거대한 물줄기가 모여들어 장관을 이루는 두물머리가 보인다.
드넓은 강폭이 물가를 서성이는 바람을 따라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답답한 가슴이 탁 트이는 것이 시원하다.
여기저기 넓은 습지는 연꽃이 만발한 흔적으로 연밥이 지천이다.

강가 옆 아담한 카페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도도히 흐르는 강의 풍경 속으로 흘러 들어가 꿈을 꾸는 듯하다.
카페 안은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예쁘게 단장되어 분위기가 고즈넉하고 실내에는 연과 어우러지는 향 내음 그윽하며 연잎 차는 옛 선비의 기품처럼 사군자의 묵향이 은은하게 묻어난다.
한입 베어 물은 연잎 아이스크림은 사르르 입안에 녹아 들어 연꽃 향기의 여운이 오랫동안 머물다 흩어진다.

길게 늘어진 강둑을 걷노라니 강물에 반사된 나무 그림자의 흔들림이 햇살과 함께 눈부시게 반짝인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강의 풍경이나 노을 지는 저녁 강가의 풍경 속에 연인들의 밀어를 나누는 아름다운 배경은 영화 촬영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두 물이 만나는 강가에 서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되며 가수가 되어 물빛 노을 아래로 촉촉이 스며든다.

물안개 쉼터는 아침 물안개가 특히 아름다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일전에 새벽녘에 이곳에 왔을 때 잔잔한 강물 위로 감도는 풍경과 만났다.
강심으로부터 환상적으로 올라오는 물안개는 수면 위를 흐르듯 미끄러지는 풍경이 몽환적이라는 표현과 어우러져 새벽안개는 푸른 빛으로 선연한 기억속에 깊이 자리를 잡았다.

강가를 걷다 보면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원 나무와 돌탑들과 만난다.
연인들은 이곳 돌탑에 돌멩이 하나씩을 올려놓고 소원을 말할 때 무슨 생각을 할까?
강가 옆 하늘높이 자란 갈대는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서로의 몸을 기댄 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이리저리 흔들리며 물결을 이룬다.
바람인가 싶으면 강물이고 강물인가 싶으면 바람이 출렁이며 갈대의 물결 또한 강물이고 바람이다.
두물머리 끝자락 세미원 가는 길은 황포 돛배 수십 척으로
부교를 놓고 뱃머리마다 휘황찬란한 깃발은 바람에 긴 머리채를 세차게 펄럭 인다.

두물머리 초입에는 양수 오일장이 난전을 이루고 인근에서 농사 지은 것들과 각종 생필품으로 넘치고 풍요로운 시장은 흥겨운 잔칫날 같다.
구수하고 연한 맛의 호박엿을 우물거리며 문학의 향기 가득한 황순원의 소나기 마을로 향한다.
달려가는 길가 양쪽으로 한쪽 길은 북한강이고 한쪽 길은 남한강이다.

길 따라 구비 돌아 언덕 너머 아담한 곳에 “양평군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 마을” 이라고 세긴 둥그런 돌 표지석이 보인다.
문학촌 안에는 황순원 문학관과 잔디밭 그리고 잘 정돈된 산책로가 있다.
잔디밭에는 소년과 소녀가 소나기 내릴 때 비를 피해 들어갔다던 옥수수 단으로 엮은 집이 보인다.
지금이라도 수줍은 소년과 소녀가 고개를 내밀 듯하다.
사업에 실패한 소녀 집 살림살이가 나빠져 고향 집마저 남에 손에 넘어가게 된 걸 아는 소녀의 감정을 실은 글귀가 생각난다

“왜 그런지 난 이사 가는 게 싫어 졌다.
어른들이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지만…………
전에 없이 소녀의 까만 눈에 쓸쓸한 빛이 떠돌았다.”

미사리 강변 길을 따라 차는 천천히 달려가고 서쪽 하늘은 보일 듯 말듯 노을 속으로 천천히 침몰하듯 사위어 간다.
미사리 조정 경기장을 돌아 강변로에 차를 세우고 강바람 따라 강변 길을 걸어 본다.
길 건너 미사리 카페촌에서 향수 어린 옛 노랫소리가 들려와 발걸음이 한결 즐겁다.
미사리 카페촌 주변 골목은 높은 아파트 그늘에 가려서 예전의 영광은 사라졌고 몇 남지 않은 음악 카페들 많이 쓸쓸한 노래를 부르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월의 뒤안길을 이야기하며 막걸리 한잔의 추억에 젖어 들고 취흥에 젖어 속절없이 아까운 시간이 흐른다.

옛 친구야

구름 머리에 이고
바람결에 실려 온 곳
수십 년 지기 코흘리개 친구

반백의 초로가 되어
반가이 맞아주고

강 따라 길 따라
아름다운 경치에 노닐고
벗과 함께한
꿈 같은 시간이
이렇게 또
추억으로 저문다.

장선희

2020-08-24 12:02

이도연 작가님~~두물머리 다녀오셨네요?
지금 한창 연꽃이 피어있지요
작가님의 수필을 읽어 내려가며
함께 따라다닌 것 같은 즐거움 이었네요
먹거리에서 부터 다산 기념관이며
황순원 문학관 까지 다녀오시고
작가님 다우신 보람 가득한 하루가 되셨을 겁니다
코로나가 확산되는 요즘 항상 조심하시고
얼만 안 남은 뜨거운 여름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한주 보람차게 시작하는 월요일 되세요.


이도연	장선희 작가님 오랫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요즘 이래저래 바빠서 인사치례 조차도 못하고 송구스럽습니다. 끝없이 피워내고 계시는 집필의 향기가 아름답습니다. 오늘도 더위와 함께 친하게 지내면서 슬기로운 여름나기 하세요^^	8/25 09:27

"석룡산 조무락 골” 물의 소리를 찾아서

성북동 걷는 길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