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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도연 소설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0-10-05 09:23
ㆍIP: 175.xxx.88
"경주" 천 년의 숨결을 찾아서 둘
"경주" 천 년의 숨결을 찾아서 둘

이 도 연

대릉원과 첨성대

 멀리서부터 드넓은 평지 위에 고분들이 끝도 없이 펼쳐진 (23기) 대릉원을 바라보며 차를 달리다 보니 가로수가 양옆으로 길게 뻗어 하늘을 향해 달빛을 붙잡고 있다.
대릉원이라는 커다란 돌 표지석이 쓰인 정문이 보인다.
정문에서 안쪽을 들여다보니 하얀 가로등 사이로 초록의 옷을 입은 거대한 봉분들의 무리가 수은등 불빛 아래 장관을 이룬다.
서로 비슷한 형태로 넓은 지역을 자리하고 있어서 잠시 눈으로보고 가슴에 담아 별빛 아래 반짝이는 첨성대를 향한다.

 주차장 입구에서 천천히 길을 따라 내려가니 저 멀리 보이는 봉분들이 가로등 불빛에 초록으로 반짝인다.
잠시 발걸음을 옮기니 까만 밤하늘 아래 노란색 조명에 둘러싸여 부드러운 자태를 보이는 첨성대가 눈에 들어온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 알려졌지만 단순하게 고대 신라의 유물로서 별을 관측하던 곳이구나 하고 바라보면 이내 실증 나기 십상이다.

 전체적인 외형은 사각형의 이중 기단 위에 30cm의 화강암으로 원뿔꼴로 27단을 쌓아 올리고 머리 위에는 신라 좌 오선의 표준인 우물정자 모양의 돌을 올려놓았다.
첨성대를 쌓은 27개단의  362의 돌과 문설주 2개 정자석 위의 판석 1개가 추가 되면서 365개가 되어 음력의 일년 날수와 같다 하고 창 아래위로 쌓은 12단의 석단은 12 달 24절기를 의미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충 싸 놓은 건축물이 아닌 고대 신라인들의 우수한 천문 과학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노란색 불빛 아래 첨성대의 자태가 소박하면서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전체적인 부드러운 원뿔꼴의 곡선이 여인의 치맛자락을 닮았다고 생각을 해본다.
단순한 듯하지만 미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아쉽게 유관으로도 한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 옛날 누군가가 저 위에 올라 하늘의 별자리를 관측하고 기록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은하수가 흐르는 별을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지 않았을까?
무수하게 많은 별이 밤하늘에 반짝이고 있다.
첨성대 뒤로 별똥별이 길게 외로운 선회를 하며 직선으로 금을 그어 하늘을 가른다.
 

계림을 돌아드는 교촌 마을

 검은 숲 저편으로 일직선으로 길게 이어진 길이 아득해 보인다.
길가에는 바닥에서 부드러운 조명이 하늘을 향해 비추고 길은 더없이 아름답고 연인들의 사랑은 익어간다.
멀리 드넓은 계림의 숲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계림의 숲에는 느티나무, 물푸레나무, 싸리나무가 무성하며 하나같이 신라의 숨결을 간직한 고목이 무성하고 역사의 뒤안길을 그대로 지켜보았을 거목들이 군락이 숲을 이루고 있다.

 역사 해설가의 말에 의하면 신라초부터 있었던 숲으로 이곳의 원래 명칭은 시림이라 하였으나 신라 4대 탈해왕 때 이곳에서 닭 우는 소리가 나서 신하가 가보니 나뭇가지에 금궤가 있고 그 밑에는 흰 닭이 울고 있었다고 한다.
궁으로 가지고 와 열어보니 총명하게 생긴 사내아이가 있어 왕이 기뻐하며 금궤에서 나왔으니 김알지라 부르고 시림도 계림이라 고치고 나라 이름도 계림이라 불렀다고 하니 이곳이 바로 경주 김씨 시조의 발상지이다.

 계림을 지나 모퉁이에 삼거리 길이 나온다.
직선으로 언덕을 오르면 반월성이라는 표지가 보인다.
밤도 어둑하고 반월성까지 가기에는 무리가 있을 듯하여 계림을 옆으로 끼고 돌아 경주에서 유명한 최 씨 부자의 고택이 있는 교촌 마을로 향했다.

 진입로에서 오 분 정도 들어서자 교촌 마을 홍보관이 나오고 나지막한 돌담을 끼고 반듯하게 생긴 기와집들이 즐비하게 이어진다.
커다란 기와집들을 끼고 우측으로 들어서자 하천이 흐르고 월정교의 불빛이 반짝인다.
월정교는 교촌에서 월성 쪽으로 이어진 다리로 월성에 얽힌 이야기와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해설사의 말이 이어지고 교각 옆으로 기와를 얻고 지붕을 만들어 단청을 입혀 올린 지붕은 화려하면서 아름다워 예술적 가치가 높다.
그 시절의 사람들이 어쩌면 저렇게 화려하고 멋진 교각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마을 안쪽으로 발길을 옮기니 과거와 현재 동서양의 만남을 고풍스럽게 재현해 놓은 카페 현판이 보인다.
은은한 불빛 사이로 고상한 분위기가 흐르고 연인과 차 한잔의 사랑을 나누며 깊은 차향이 피어오르는 행복감이 사르르 밀려오는 느낌이다.
안쪽에는 경주 떡갈비 등 가장 한국적인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음식점이 어우러져 한옥마을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교촌 마을의 명물인 교리 김밥을 못 먹어 보고 온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입맛의 행복 보다 천년 고도의 청초한 기품을 느끼고 신라 월성의 아름다움에 취해 배고픔을 잊기에 충분했으며 교촌 마을 처마 위에 달빛이 은은하게 내리고 온종일 여정에 지친 여행자의 발걸음은 무거워지고 신라의 밤은 역사 속으로 스미어 가을 달밤에 차곡차곡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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