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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도연 소설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0-11-02 12:33
ㆍIP: 175.xxx.88
“남해 가는 길” 아득한 그리움의 바다 7
“남해 가는 길” 아득한 그리움의 바다 7

편백나무 자연 휴양림

이 도 연

가을의 숲에서는 향기로움으로 가득하다.
휴양림 입구에서부터 진한 울림이 다가오고 숲속 작은 음악회에서는 젊음이 힘차게 자맥질하듯 음악이 울려 퍼진다.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노랫소리가 숲을 울리고 탭댄스의 발 놀림은 저절로 어깨가 들썩이고 손빽을 치며 흥을 돋운다.

바람이 불 때면 서로를 쓰다듬는 이파리들은 수런거리며 숲의 정령을 부르고 숲에서는 영혼의 울림이 들려온다.
숲에서는 나무의 요정들의 노랫소리도 사람과 화음을 맞추며 춤추며 노래한다.
숲으로 난 길들은 꾸밈이 없으며 가식이 없다. 부드러운 능선을 감싸 안고 도는 숲길은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빛의 무리가 파도처럼 일렁여 빛으로 잘게 부서지는 곳마다 구절초의 맑고 투명한 빛과 벌개미취의 보라색 향기가 걸음걸이를 따라 곱게 피어난다.

길 양쪽으로 하늘 높이 치솟은 편백나무는 우듬지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자라 넓게 벌린 가지는 하늘을 가려 능선 아래에 키 작은 잡목들은 빛과 그늘 사이에서 앞다투어 키 재기를 하며 숲의 아우성 노래를 합창한다.

나무와 나무가 서로 만나고 사람과 사람이 숲에서 만나 서로를 교감하며 나무와 바람의 대화를 나눈다.
나무는 바람으로 인사를 하고 나무 아래를 천천히 걸어가며 깊은 심호흡과 게으른 발걸음으로 오솔길을 오를 때면 두 눈은 저절로 스르르 감긴다.

천천히 움직이는 발걸음 끝에서 나뭇잎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곱게 물든 단풍나무 이파리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워 깊어 가는 가을날의 정취에 흠뻑 취해 고독과 그리움은 이미 고요의 바다 같이 평화롭고 행복의 미소를 지으며 명상의 길 위를 소리 없이 걸어간다.

명상의 길은 위안의 길이며 숲은 치유의 길이다.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
아프지 않은 사람이 느끼는 아픔은 아픔이 아니라 연민이고 동정에 가깝다.
진정으로 아파본 사람이 느끼는 아픔은 아프냐 아프다 말하지 않는다.
말보다 조용히 공감하고 따스한 가슴으로 품어주며 진실의 마음으로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숲에서는 언제나 기적이 일어난다.
숲길을 조용히 걸어도 좋으며 커다란 나무 아래 두 눈을 감고 조용히 살아온 순간들과 힘들었던 부분, 누군가에게 감사하고 고마웠던 순간을 기억한다. 분노와 성냄은 서서히 밀어내고 기쁨과 감사와 행복의 순간을 떠올린다.

어느덧 입가에 번지는 미소가 다가올 때 숲의 언어로 불어오는 바람을 생각하고 나무가 뿜어내는 향기를 느끼며 머릿속에 있는 모든 생각과 사념을 밀어내며 무념무상의 명상 속에 잠긴다.

사람은 어느덧 숲과 하나가 되고 숲은 내 마음을 치유하고 맑은 영혼이 명징한 소리로 맑게 다가올 것이다.
숲의 기적은 오늘도 내일도 계속될 것이며 숲과 자연 그리고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고 공생하는 것이 숲과 인간의 미래다.



숲에서 사람이 산다

이 도 연

숲은 바람을 가두고
바람은 숲을 키워 그곳에서
사람이 산다

뒤척이는 몸들은
오늘도 나무를 닮아 가며
하늘 높이 자라는 아이가 된다

편백나무 흔들의자에 앉아
바람을 타며 하늘을 보다
하늘 끝에서 나무가 자란다

거꾸로 자라는 나무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람을 숲에서 자라게 한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도
새들은 둥지를 틀어
사람을 위로하며 숲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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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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