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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도연 소설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0-11-04 12:49
ㆍIP: 175.xxx.88
승기천 발길 따라 황해로 걷는다
승기천 발길 따라 황해로 걷는다

이 도 연

맑고 푸른 하늘 아래 승기 천은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 쬦고 가끔씩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걷기 좋은 수변 길을 열었다.

승기천은 승학산에서 북쪽에 있는 승기리에서 따온 것으로 지금의 신비마을을 말하며 승기라는 뜻은 없어 졌다가 다시 생겼다는 뜻으로 기록에는 나오지 않는 지명으로 후대에서 붙인 이름인 것 같다.

그러한 근거로 승기산 일대의 관교동의 지명은 이곳 미추홀에 비류가 나라를 세운 이후 인천의 중심으로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었으며 조선 시대에 관아가 들어서고 향교를 세워 정치와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에 따라 앞에 두 자를 합쳐 관교 마을이라 했지만, 제물포 개항 이후에 모든 경제 문화권이 이동함에 따라 야산으로 들판으로 방치되었다가 도시개발 일환으로 오늘의 모습을 갖추며 승기라는 이름이 생기게 되었다.

승기천은 미추홀구 용현동 수봉산에서 발원하여 구월동 농수산물센터 앞을 지나면서 하수처리를 거쳐 동막 뱡향으로 물줄기가 흐르다 황해로 빠져나가는 10.33km 미터 정도 되는 지방하천이다.

지금은 발원지의 위치는 도심으로 변하여 정확한 지점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승기천 물길은 도심에서 흘려보내는 삶의 흔적들을 거두어 하류로 흐려보내면 승기천의 생명 복원력은 뛰어난 기능으로 자연과 호흡하며 생명을 불어넣어 맑은 물로 정화한다.

도심과 들판은 도로 하나로 서로를 구획하며 하천에 걸쳐 있는 교각을 사이에 두고 도시와 농촌은 경계를 이룬다.
들판은 농촌이 되고 농촌에 자리 잡은 비닐하우스 농장은 승기천을 따라 다양한 먹을거리를 재배하며 밭에는 주먹만 한 대봉시가 연약한 가지 끝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주렁주렁 풍요롭게 매달려 있으며 물길과 나란히 목가적인 풍경이 되었고 경치가 되었다.

황해 생명의 갯벌과 이어지는 풍경 속으로 길게 뻗어 내려가는 승기천 변은 다양한 수생 식물이 자라고 물길에서 빨아올린 자양분으로 초록의 이파리를 피우고 아름다운 꽃망울을 터트리며 피어나 가을로 저물어 가며 단풍으로 물들어 사계를 온몸으로 표현한다.

다양한 수생식물은 도시의 오폐수를 맑게 정화하며 하천을 복원하여 물고기가 숨 쉬며 살아갈 수 있는 맑은 하천으로 거듭 태어났다.
사람이 자연과 공존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으면 자연은 절대 인간을 배신하지 않으며 아름다운 환경과 삶의 질을 높여주는 친수공간으로 보답한다.

승기천의 가을이 깊어 가면서 천변 나무들은 바람에 몸을 흔들어 낙엽을 날리고 알록달록 물든 단풍은 하천에 떨어져 황해로 여행을 떠나고 수변 식물들은 가을을 갈무리하며 동면의 겨울 준비가 한창으로 씨방을 부풀려 터트리고 날려서 잉태의 순간을 위한 숭고한 작업을 한다.

승기천 하류에 자리 잡은 들판에는 형형색색의 코스모스가 가는 허리를 흔들며 사람을 유혹하고 사람은 코스모스 들판에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추억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파란 가을 하늘에 동그라미 원을 그리며 천천히 바람을 타는 풍차가 이국적이고 목가적 풍경에 한몫 하며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하늘 위로 고추잠자리가 떼 지어 날아다니며 승기천의 가을이 깊어 간다.

길 위에 서 있는 나는 오늘도 행복의 발걸음을 걷는다.
승기천의 나른한 햇살 위를 걸어 자연의 품에서 기를 받아 몸에서는 생기가 흐르고 싱그러운 가을 하늘에 걸려 있는 빨래처럼 바람에 펄럭이며 기분은 깔끔하고 날아갈 듯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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