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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도연 소설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0-03-03 13:41
ㆍIP: 180.xxx.102
소설 - 진 혼 곡 (鎭魂曲 ) 7
대물림 1

 민철의 사무실에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민철은 대학 갈 처지는 되지 않고 그래도 어머니가 살아생전에 민숙은 이미 대학을 다니고 있었기에 학업을 포기하고 누나의 학비를 대며 본인은 여기저기 점원 생활과 막일 등을 하면서 얼마간의 돈을 모아 예쁜 색시도 얻고 세 살 난 딸아이도 키우고 있다.
지금은 조그마한 전기 재료상을 운용하고 있다.

 전기 공사장 인부들이 모두 현장으로 나가고 조금은 한가한 시간에 목청이 떠나가라고 울려는 전화벨 소리가 왠지 불안한 느낌이다.
“여보세요.”
전화선 저편에서 들려오는 다소 조심스럽고 짜증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죄송한데 혹시 배민철씨 아니 신지요?
“아~예 맞는 데 무슨 일이시지요?”
“아예 여기 상인여자중학교인데요, 교직원 기록부를 보니, 가족이 동생분밖에 없어서 부득이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 어떤 일로?”
민철은 오랜 세월 동안 연락을 끊고 지내던 누나 민숙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겼나 직감적으로 불길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대학 생활 중에 미술을 전공하고 사범대 과정을 거쳐 미술 교사로 상인여자중학교 미술 교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교감이라고 신분을 밝힌 선생님은 배 선생님이 아이들을 더 가르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수업 중에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마치 노처녀가 히스테리를 부리듯 학생들에게 집기나 책을 던지고 때로는 교실에서 수업하다 말고 담배를 피우는 등 교사로서 도저히 믿기 어려운 돌발 행동을 해서 학부모들에게 민원이 빗발친다는 거였다.
몇 차례 경고했지만, 막무가내이고 학교에서는 더는 두고 보기 어려운 중대한 문제로 인해 징계 위원회가 소집되었고 결과적으로는 교사가 지녀야 할 품위를 실추하고 이후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교사의 자격 유지 또한 하기 힘들어 보호자에게 통보를 드린다는 것이었다.

 민철은 그 불길함 속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끓어오르는 그 무엇을 직감하였다.
오래간만에 만난 동생을 바라보며 반가움이나 노여움이랄까,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무덤 덤 하게 네가 여기 웬일이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누나 도대체가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일은 무슨 저 새끼들이 내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자르겠다고 해서 한바탕했지 정말 나쁜 놈 들이야.”
민철을 보자 분통이 터진다는 듯 되는 대로 욕지거리를 하며 분풀이를 했다.
서슬이 파래 떠들고 있는 눈동자는 동공이 풀리고 횡설수설하는 것이 누가 보더라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
민철은 청천 날벼락 같은 사태에 너무도 혼란스럽다.

 조심스레 누나 민숙에게 몸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으니 병원에 가서 진료를 좀 받아 보자고 제안해보았지만 막무가내다.
“미친놈.”
“내가 멀쩡한데 병원을 왜 가냐.”
눈에 핏발을 세우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
조카가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얼굴 한번 안 보일 거냐고 거짓말도 해보고 윽박질러도 보았다.
그 후 몇 번을 설득해서 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었다.

 며칠 뒤 민숙이 입원한 병원을 들러 담당 의사를 만났다.
외과적이거나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다만 특이 행동 장애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뚱뚱한 중년의 의사는 기름진 얼굴에 미소를 띠며 목소리는 저음으로 깔고 친절하게 소개까지 해줄 테니 가 보라고 말했다.
민철은 깜깜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따라 어머니 강씨댁의 얼굴이 떠오르고 까만 밤에 촘촘히 박힌 별들이 우수수 쏟아질 것처럼 반짝이고 있다.
북두칠성이 보이고 페가수스는 희미하지만, 큰곰자리도 보이고 초등학교 때 배운 자연 시간의 별자리들 깜깜한 하늘에는 반짝이는 별들이 여기저기서 별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라도 하듯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얼굴이 달빛 사이로 어른어른 보이는 듯하다.
어머니의 무병이 누나에게 내림한 것 같은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어 어머니가 한없이 원망스럽다.
사흘 후 병원을 찾은 민철은 허탈한 마음으로 병원을 나와야만 했다.
누나 민숙이 퇴원 절차를 마치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
살고 있던 연립주택에도 찾아가 보았지만, 자취를 감추고 연락이 되질 않았다.
이름아이콘 전병일
2020-03-03 20:55
회원사진 		이도연 작가님 안녕하세요?

민숙 누님은 어디로 갔을까요
아이들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았나 봅니다
별일 없을 겁니다
대물림 1
잘배람하고 갑니다

코로나 전국 시끄럽네요
건강관리 잘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이름아이콘 주야옥
2020-03-03 21:08
회원사진 		이도연 작가님
스릴감 넘치는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좋은글 많이 쓰시고  코로나 조심하시고 하루하루 삶이 행복으로 채워지길 소망합니다.
   
이름아이콘 김종덕
2020-03-04 16:45
회원사진 		이도연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옛날 우리가 자라던 때에 서낭당 옆 느티나무가 떠오릅니다. 빨강, 노랑, 파란색의 띠가 달려 있는. 그렇게 신이 내리는 것 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이름아이콘 장선희
2020-03-05 12:43
회원사진 		이도연 작가님 그 어머니의 그 딸로 유전자의 대물림 인가요?
불행이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되네요
세상에 태어난 귀중한 인생을
행복하게 살면 얼마나 좋겠어요
민철이와 민숙이의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

언제나 철저한 관리 하시어
신종바이러스에 잘 대처하시기를 바랍니다
날마다 늘어만 가는 이 시국이
너무 심란하고 답답합니다
모두 다같이 노력하며 물리치길
매일매일 손꼽아 기다립니다
오늘은 경칩이라는데 꽃샘추위에
감기도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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