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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도연 소설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0-07-12 11:31
ㆍIP: 61.xxx.139
도명산(道明山)
도명산(道明山)
화양구곡(華陽九曲)을 품다

                                                  이 도 연

중부내륙국도를 숨 가쁘게 달려온 차량은 방짜 유기의 고장 안성맞춤 휴게소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증평 나들목을 거쳐 읍내로 들어선다.
고요한 아침의 소도시의 읍내는 대도시의 거침없이 솟아오른 고층 빌딩의 숲과는 대조적으로 고즈넉한 풍경과 평화로움이 포근하게 묻어난다.
나들목을 내려서자 인사를 건네는 인삼의 도시 증평군이라는 글귀와 함께 인삼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읍내를 조금 지나다 "길을 묻는 그대에게"라는 간판과 함께 사주팔자 관상 그리고 전통 찻집 글귀의 간판이 유난히 야릇하고 재미있는 느낌이 든다.

읍내를 조금 벋어 나자 직진 문경 60Km 우측으로는 괴산 이정표가 보이고 도로 우측에는 인삼의 도시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듯 검은 가림막을 두른 삼포가 즐비하게 줄을 서고 삼포 따라 은은히 실개천이 흐른다.
그 위를 한가로이 나지막이 선회하며 날아가는 왜가리가 평화롭기보다 외로움을 먼저 떨구며 성급하게 날갯짓을 한다.
괴산 그리고 화양계곡 입구라는 커다란 이정표 밑으로 버스는 마지막 호흡을 몰아 하는 선수처럼 거친 숨을 몰아쉰다.

산비탈 오두막 촌락 사이로 실팍한 아침 연기가 피어오르고 외줄기 계곡 밑으로 어머니 옷고름 닮은 산자락 가슴을 파고든다.
삼삼오오 머리 맞대어 누워있는 촌락 옆으로 반짝이며 흐르는 은빛 계곡 물결이 춤을 춘다.
웃자란 옥수수가 머리 풀어 파란 바람을 일으키며 칠월의 햇살 속으로 익어간다.
산자락 모퉁이에는 몇 해전 괴산의 들풀 사이로 귀촌 한 친구를 닮은 아기자기한 예쁜 집들이 반가워 웃고 있다.

마음은 있지만, 일정상 친구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며 마음만 두고 간다.
십여 분 일 차선 도로를 달려 화양계곡 널은 주차장이 커다란 입을 벌리고 들어오는 차들을 넙죽넙죽 받아 삼킨다.
시계는 09:10 분을 가리키며 차는 새벽안개를 해치고 달려온 노고로 휴식을 한다.
주차장 한쪽에 커다란 당산나무가 파란 구름을 머리에 이고 가장 먼저 반긴다.
황산벌 저 너른 들판으로부터 산을 일으켜 기어 코는 속리산에 이르러 드넓은 병풍을 치고 그 발아래 도명산(道明山)을 일구어 그 품에 華陽九曲의 無心川 玉流 속에 해탈(解脫)의 경지를 이룬다.

하늘 덮은 녹음이 칠월의 태양 아래 넉넉하고 시원한 길을 내어주고 길가 옆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며 길 따라 진군하는 칡넝쿨의 기세가 내 발걸음 보다 더욱더 성급하게 맑은 물소리 계곡을 오른다.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즐비한 계곡의 입구 들머리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아~~ 형언할 수 없는 선계의 아름다움이여!
흐르는 물소리 따라 모든 삶의 번뇌는 녹아내리고 거침없는 기운으로 힘차게 몰아치며 세속의 때를 벗어낸다.
물과 돌의 조화로 빚어내는 여울과 내의 흐름소리가 청아한 화음으로 귀를 간지 른다.
학소대 계곡을 느릿하게 걷다 도명산 들머리부터 거칠게 몰아붙이는 산세 때문에 등에 땀이 마를 시간이 없다.
수고로움은 잠시 직 벽을 타듯 올라선 정상에서 내려 보이는 아득한 풍경 앞에 현기증이 일어나고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이 오감을 자극한다.
일필휘지로 몰아쳐 흐르다 멈추고 다시 흘러내리는 산수의 절정 기암괴석의 면과 면 선과 선이 맞대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며 만들어진 웅장하고 거대한 암석의 조화로움이란 경이로운 수묵화의 여백의 미와 절정과 감탄을 자아낸다.
도명산 정상에 사방을 호령하듯 서 있는 노송의 성스러움을 뒤로하고 산머리 안부를 돌아 화양구곡의 품으로 하산을 한다.
채운암(彩雲庵)의 이름처럼 구름에 물들어 빚어낸 섬섬옥수 옥류와 함께 그 옛날 충직하고 어진 신하이자 학자인 우암 송시열의 숨결이 화양구곡을 힘차게 휘돌아 머물며 용소를 이루어 천년 사직을 흐른다.
도명산 넉넉한 품으로 화양구곡을 품는다.

일 곡 擎天壁 (경천벽)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절벽
이 곡 雲影潭 (운영담) 구름의 그림자가 비치는 연못
삼 곡 泣弓巖 (읍궁암) 활을 품고 통곡하던 바위
사 곡 金沙潭 (금사담) 황금빛 모래가 반짝이는 연못
오 곡 瞻星臺 (첨성대) 북극성을 바라보던 대
육 곡 凌雲臺 (능운대) 구름을 능가하는 대
제칠 곡 臥龍巖 (와룡암) 용이 누워 있는 형상의 바위
팔 곡 鶴巢臺 (학소대) 학의 둥우리가 있는 대
제구 곡 巴串 (파천) 파(巴)자 모양으로 굽이 도는 물가

화양구곡을 품에 안아

이름하여 화양구곡이라
그의 이름이 허언이 아닌 천하의 절경으로
아름다움이 빛을 품어

속리산 자락으로부터 달려온
힘찬 산맥의 끝자락을 풀어헤쳐

떠도는 구름아래 아득한 골짜기를 만들고
폭포와 물줄기를 만들어
흐르고 또 흐르며 산과 내의 경계를 이루다

마침내 이곳 화양구곡에 이르러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루었구나

계곡을 걷고 숲속을 걸으니
이 또한 부럽지 않아
나 또한 신선의 경지를 누리는 호사여

아름다운 산하여 화양구곡이여
오래도록 잊지 않고
다시 찾을 절경이로다!
이름아이콘 장선희
2020-07-13 11:26
회원사진 		이도연 작가님~충북에 있는 화양구곡의 공기 좋고 시원한 계곡 잘 감상했습니다
폭염 날씨의 요즘 그 곳에 가면 더 부러울 게 없겠네요
작가님의 글로 아름다운 절경을 대리만족 했답니다
여름나기 잘 하시고 건강하세요.
   
이름아이콘 정대수
2020-07-13 16:04
회원사진 		이도연 작가님 안녕하세요.
도명산 화양구곡 무심천...참 좋은 곳을 다녀오셨군요.
코로나19로 요즘같이 힘들때는 심산계곡에 갔다오는 것도 좋지요.
읽기만 해도 마음속까지 시원함이 스며듭니다.
장마철에다 매우 덥습니다.
건강관리 잘 하셔서 행복한 여름나기가 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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