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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도연 소설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0-03-16 09:46
ㆍIP: 180.xxx.102
소설 - 진 혼 곡 (鎭魂曲 ) 9
삼대의 진혼곡

상 위에는 오늘따라 푸짐하게 음식이 차려져 있다.
과일이며 전이며 생선 고기 없는 것이 없다.
오늘이 어머니 강씨댁이 파도를 타고 날개를 달고 고향 바다로 날아간 기일이다.
제사상을 차려 놓고 혼자 제사를 지내고 나니 갑자기 외로움이 밀려와 울컥하는 마음에 가슴이 시리다.
민철은 창밖의 먼 산을 바라다보며 지난날들을 회상해 보았다.
참으로 힘든 나날이었다.

 하는 사업도 날로 잘되어 제법 큼직한 점포의 사장이 되었다.
어느덧 머리에는 잔설이 바람에 날리며 세월의 징표를 남기고 있었다.
바쁘게 살 때는 몰랐지만 소식이 끊어진 지 오래 되어버린 하나밖에 없는 누나 민숙이 보고 싶다.
어디서 밥은 먹고 사는지 결혼은 했는지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눈가에는 습기가 어린다.
좀 더 일찍이 수소문해서 누나를 찾아볼걸. 하는 후회를 하며 조만간 시간을 내어 누나의 거처를 알아봐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아빠”하고 부르는 딸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민철은 고등학교에 들어간 하나밖에 없는 딸 수미를 보는 맛에 살고 있다.
바이올린에 소질이 있어 교내는 물론 각종 콩쿠르에서 상을 타오고 제 엄마를 닮아 성격도 밝고 쾌활해 딸 바보가 되었다.
요번 전국 학생 음악대전 콩쿠르가 어쩌고 수다가 시작되고 민철은 그저 허허 웃는다.
“여보, 도대체 수미가 무슨 이야기만 하면 무조건 다 좋다고, 허허 대기만 해요.”
“당신도 참, 수미에게 하는 거반이라도 좀 나한테도 해줘 봐요, 내 말도 좀 들어 주구요.”
“어허, 이 사람아 내가 언제 당신 말을 안 들었다고 그래.”
“에구, 그래요, 잘났어요. 정말.”
민철은 누나 걱정에 싸여있던 근심이 수미의 수다와 아내의 너스레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졌다.
밖에 나가면 딸 자랑에 언제나 신이 났다.
참 요쯤 같으면 행복하다.
사업도 잘되고 예쁜 착한 딸은 공부를 잘하고 부러울 것이 없다는 생각 끝에 항상 자리하고 있는 것이 누나가 걸리는 것이었다.
그저 잘 지내기만을 바랄 뿐이다.

 출근해서 바쁜 일을 마무리하고 신문을 뒤적이고 있는데 아내가 사무실 문을 열고 사색이 되어 들어서고 있다.
아니 여보 무슨 일이야 연락도 없이
“여보, 글쎄 소리가 우리 수미가 학교에서 쓰러졌대요.”
“쓰러지다니 왜?”
“뭣 때문에”
“글쎄 모르겠어요.”
민철에게 수미가 쓰러졌다는 것은 꿈이 무엇 내리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학교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119로 연락해서 종합병원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민철은 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려간다.
하나밖에 없는 딸 집안의 자랑거리인 딸이 쓰러지다니 마음이 조급해서 운전이 잘 안 된다.
“오늘따라 웬 놈에 차들이 이렇게 잔뜩 나와서 밀리는 거야.”
짜증스러운 푸념이 저절로 나왔다.

 민철 부부의 발걸음 소리가 요란스럽게 헐레벌떡 응급실로 들어갔다.
수미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응급실 침대에서 링거를 맞고 있었다.
“어디 얼마나 아픈 거야, 왜 그런 거야” 두 부부는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질문을 던졌다.
“아빠 엄마, 나 아무렇지도 않아 봐 괜찮아.”
수미는 맑게 웃어 보이며 손까지 흔들어 보였다.
“이제야 진정이 되는지 이 녀석아 깜짝 놀랐잖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의사 선생님을 찾았다.
“선생님 우리 애가 왜 그러지요?”
“아예 전체적으로 맥박, 호흡 등 뭐 특별한 문제가 없습니다.”
“요즘 뭐 과로한 일이 있나요?”
“학원을 여러 군데 다니나요?”
“좀 피로해서 그런 것 같으니 영양제 맞고 한숨 푹 자고 나면 괜찮아질 겁니다.”
“예, 감사합니다.”
아내는 젊은 의사에게 구십도 깊은 절을 했다.
수미가 과로해서 그렇지 특별한 병증이 없다는 것에 안도하는 감사 의식처럼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두 시간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세 사람은 병원 문을 나왔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20-03-16 15:49
회원사진 		안녕하세요.
존경하는 이도연 작가님 !
올려주신"진혼곡중 삼대의 진혼곡 " 의미 깊은
글에 잠시 삼대를 헤아려 보며 잘쉬어 갑니다.

우환발 COVID-19 의 대 재앙으로 대강국
미국이라는 나라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두려워함을
보면서 한주도 알차고 건강한 나날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이름아이콘 이도연
2020-03-17 09:45
회원사진 		정찬열 이사님 안녕하세요
날씨도 흐리고 코로나로 온 나라가 뒤숭숭 합니다.
건강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름아이콘 장선희
2020-03-17 16:19
회원사진 		이도연 작가님 이야기의 대사가 심상치 않네요
민철이의 딸도 신내림을 받을 것 같다는
예감이 흥미진진 궁금해집니다
점점 긴박해지는 소설을 기대하겠습니다

신종코로나의 전쟁을 치루고 있는
시국이 답답하고 두렵지만
우리 모두 힘을 내어 퇴치해야 합니다
오늘도 알찬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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