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0-11-0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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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가는 길” 아득한 그리움의 바다 8

“남해 가는 길” 아득한 그리움의 바다 8

남도 삼백 리 순천만 갈대 길

이 도 연

순천만 수많은 철새는 어디로 날아가는가? 의문을 품으며 이순신 장군이 호령하던 노량해전 최후의 일전에서 죽음을 알리지 말라며 병사들의 사기를 꺾지 않고 이 나라 바다를 지키고자 했던 장군의 결연한 의지가 출렁이는 노량 바다를 바라본다.

남해 대교를 넘어가는 길에 잔잔한 물결 위에 한가롭게 물질을 하는 어선은 바다를 지키기 위한 생사의 격렬한 소용돌이 속에서 울돌목의 바다나 명량 바다를 기억하지 못하고 남해대교를 달리는 차는 침몰하는 기억을 역사의 흐르는 물살에 띄워 버리고 가을햇살이 포근하게 스며드는 바다와 한 몸을 이루어 순천만 멋진 풍경 속으로 달려간다.

시원하게 길을 열어가는 남해 고속도로는 섬진강 변 굽이치는 물길을 바라보며 하동을 거쳐 산맥과 산맥 사이를 가로지르고 벌판과 벌판을 수평으로 이어주는 터널을 지나 한 시간 여 만에 순천만 드넓은 갈대밭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순천만 철새는 어디로 날아갔는지 새들의 군무는 보이지 않고 흑두루미 한두 마리가 갈대숲을 나르고 물길 따라 오리들이 한가롭게 들판을 가로지르며 물빛 하늘을 선회한다.
남도 땅은 따사로운 햇살 고운 빛으로 가득했으며 드넓고 광활한 남도의 논들은 지평선 가득 가을 속으로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농가에는 토실하게 익어가는 감이 울타리를 넘어 가지 끝에 주렁주렁 늘어져 있다.

순천만 습지는 힘차고 바람 앞에 서로를 기대여 펄럭이다 흔들리며 무리 지어 피어나고 씨앗을 바람에 날려 생육하고 번식하길 되풀이하며 생존의 터를 넓혀간다.
갈대의 진군은 바다를 순천만 저 먼 곳으로 밀어내고 바다는 습지 중심부까지 파고들어 바다의 흔적을 남기며 습지 안부에 뱀처럼 휘돌아 물길을 내서 사람들은 물길을 따라 걸었고 습지를 가득 메운 갈대 무리를 따라 걸었다.

바다와 하늘이 내린 신들의 정원에서 새들은 군무를 하고 갈대는 바람의 결 따라 흔들리며 갈대 무리와 새들의 무리는 아름다웠다.
인간과 새들은 서로의 땅인 자연 속에서 영역 다툼을 하지 않고 서로는 공존하는 삶을 살았고 사람은 풍경을 즐긴다.

남도 삼백 리 순천만 습지에서 게으름의 미학을 발견하고 천천히 걸어 힐링의 순간을 온몸으로 즐겨 행복하였으며 물길에 순응하고 바람에 눕다 바람 끝에서 일어서는 갈대를 향한 감탄과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바람이 순천만 바다에서 가을바람을 몰고 오는 길을 따라 순천만 습지 주봉인 용산 전망대에 오른다.
용산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아름다웠고 좌측으로 통하는 길은 수평선을 길게 그리며 하늘과 맞닿아 있고 햇살이 뽀얗게 쏟아 지는 드넓은 습지에 발길이 머무는 곳에는 반원에 반원을 더하며 습지로 향하는 물길 너머로 신비한 지평선을 그리며 펼쳐진 그곳은 갈대와 바람의 땅이다.

생명의 땅이라고 말하는 순천만 습지는 살아있는 생태계 보고로 다양한 자연 공간과 생명이 함께 숨 쉬고 공존하며 살아간다.
2003년 습지 보호구역으로 설정된 이후 2006년 우리나라 최초로 생물과 생태계의 다양성을 인정받아 람사르 협약에 등록되어 연안 습지 중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지정되었다.

갈대가 분포된 동천과 이사천이 만나는 곳에서 30리 길을 달려온 순천만의 갈대가 가을과 만나면 눈부신 깃털을 바람에 휘날리며 먼 여행을 떠나 갈대꽃은 눈처럼 부풀려 순천만 들판에 내려앉아 바람과 포개어지며 잉태와 생명의 순환을 위한 둥지를 튼다.

갯골을 따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서는 자연스럽게 강은 바다가 되고 바다가 밀려들어 오는 하구에서 습지로 이어지는 곳은 강이 되었으며 갯벌 생물들은 생명을 이어가는 S자 모양의 어머니 탯줄을 통해 모태의 뭍에서 자양분을 얻으며 검게 그을린 속살인 갯벌은 다양한 생명이 숨을 쉬고 생명을 키워내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갯벌 위에서 순천만 바다를 밀어내고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며 번식한 갈대는 둥글게 둥글게 원형을 이루며 군락을 형성하는데 그것은 습지에서는 볼 수 없고 습지에 서 있는 나는 갈대 무리가 될 뿐 광대한 습지의 원형을 느낄 수도 볼 수도 없지만, 용산 전망대에 오르면 자기만의 영역을 확장해가는 신비한 군락지가 경이로운 감탄의 시선 끝에서 만난다.

순천만에서도 새벽이면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쓴다. 순천만 바다 저 끝 어디서 새벽 무리는 언제 인가부터 스멀거리며 살금살금 진주해 오는 푸른 새벽 해무가 습지를 점령할 때면 용산 언덕도 무진의 안개처럼 둘러싸여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는 유배의 습지가 된다.

매년 시월이 되면 강력한 어깨를 펄럭이며 월동을 위해 시베리아를 넘어온 흑두루미의 장대한 여행 끝자락은 언제나 순천만 습지에서 장관을 이루며 이곳은 흑두루미의 낙원이 되고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일제히 비상하면 하늘은 온통 새들의 세상이 된다.

와온 해변 고요한 어촌에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고 어둠이 가라앉기 시작하면 솔섬 주변은 빛으로 가득하다.
해넘이를 기다리는 순천만 생명들은 잉태와 해산을 반복하고 잉태와 소멸과 자진을 하며 빛으로 또 다른 생명을 키워 가는 아름다움으로 용솟음과 침강을 반복하며 노을은 갯벌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시월 푸른 가을 하늘과 순천만 갯벌을 붉게 물들이는 의식이 거행되는 순간에는 밀레의 만종을 연상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발걸음을 멈추고 합장을 하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눈물을 적시며 기도를 하고 소망을 빈다.

용산에서 바라본 순천만과 그곳에서 번성과 소멸을 거듭하며 생육하는 갈대와 그곳의 환경과 생태계 속에 잇대어 살아가는 생명들에게 깊은 경의를 표하며 아스라하게 멀어지고 길고 긴 습지로 통하는 길을 따라 사람이 살아가는 길을 걸어 나온다.

갈 길은 언제나 멀고 마음은 이미 미지에 시간을 걷고 있지만 이제는 유랑의 시간을 접어야 할 순간이 다가온다.
완주 순천 간 고속도로를 지나 익산에서 호남 고속도로로 진입하여 떠나온 둥지를 찾아 발길을 돌린다.
여행의 출발은 돌아올 것을 기약하고 즐거운 여행 끝에 지친 몸을 쉴 수 있는 고향의 둥지가 있기에 더욱 행복한 것이다.

방랑을 위한 나의 여정에 기꺼이 동참을 허락한 두발이 고맙다.
무거운 몸을 싣고 여행을 위해 혹사하며 신발 속에 은신해 놓은 발을 꺼내어 시원한 바람으로 위로를 하며 수고했다 고생했다 말하며 아직은 젊은 내 발아 나의 방랑을 위한 즐거움을 찬미하며 조금은, 아주 조금은 더 버텨 주기를 바라며 발과 몸을 토닥토닥 위로하며 발길 따라 걷는 남도 여정을 마무리한다.

순천만의 가을

이 도 연

도시에 사는 낙타가
건조한 바람을 타고
사막을 걷다가 바다를 만나면

바다를 밀어내고
바람은 모래를 밀어내며
오래 묵은 갈대밭을 걷는다

도시를 떠난 낙타는
출렁이는 광야의 물결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로 걷는다

낙타가 바늘을 만나는 순간
위태로운 삶은 어김없이
바늘귀를 통과해야 한다

삶의 지혜는
드넓은 광야 끝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면 안다

내 삶의 영역에서
바라보는 시선 끝이
얼마나 좁은지

순천만 바다의 절정에 서서
용산 언덕에서 바라다보는
드넓은 광야에 꿈은

시베리아를 넘어온
굳세고 힘찬
철새들의 꿈과 다르지 않다.

전병일 2020-11-03 09:54	이도연 작가님 수필촌과 시인의 마을에 글로써 꽉 매워진 서재를 보면서 존경스러움을 떠올려 봅니다 남해 가는길 순천만을 다녀오셨군요 순천만 하면 정원박람회가 떠오르지요 잘 가꾸어진 정원들의 모습과 갈대숲으로 유명한 곳이죠 누구나 한번쯤은 다 다녀가셨으리라 믿습니다 갈대길에 대한 기행 수필과 순천만의 가을을 노래한 "시" 잘 배람하고 갑니다 남해가는길 나머지 씨리즈 시간되면 모두다 배람해 보겠습니다 저물어가는 가을날 많은글 집필하시고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시간 되세요.

이도연 2020-11-04 12:51	전병일 작가님 감사합니다 가을의 순천만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 더군요 누구에게나 강추 하고 싶은 곳입니다. 날씨가 많이 쌀쌀 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건필 하소서~~~^^

오사카성 풍경 앞에서

도명산(道明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