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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장선희 소설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장선희
ㆍ작성일 2023-09-13 13:23
ㆍIP: 112.xxx.129
단편소설/ 금지된 사랑-5
단편소설/ 금지된 사랑-5




󰡐오빠! 난 그런 마음이 아니야. 아니라고!… 난 오빠를 위해서 그런 거야…!󰡑
가슴은 혼자 그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한참을 뛰어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지만, 아직 차시간은 꽤 남아있다. 떠날 버스가 빨리 오기를 간절히 원하며 발을 동동거렸다. 성급한 마음에 누가 쫒아오기라도 할 것 같은 예감에 왜 그렇게 가슴이 벌렁거리는지 떨리기도 하고 진정이 되지 않았다. 오빠한테 못 할 짓을 했다는 생각에 회한만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렇게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거리며 조바심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눈앞에 별이 번쩍 날아들었다. 나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퍽!!󰡓
󰡒으헉!󰡓
내 얼굴에 비호같은 귀싸대기가 날아들었다. 쳐다보지 않아도 준영 오빠라는 걸 직감했다. 간신히 눈을 떴을 때 오빠는 저만치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리는 뒷모습으로 쏜살같이 사라져버렸다.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귀싸대기 맞은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걸로 모든 용서가 되기를 바라며 주저앉은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어느덧 버스정류장은 뉘엿뉘엿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린 쓸쓸한 암흑의 밤이 되었다. 오빠가 지나간 휑한 길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제 그는 어둠 속으로 영영 가버리고 말았다. 나는 타고 갈 버스를 몇 번이나 보내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준영 오빠는 나와 영훈 오빠의 행동을 보고 마지막 이별을 받아들였을까…! 아예 오지를 말았어야 했다. 자꾸만 그 생각을 되새겨 보았지만, 나는 그 방법이 이별의 최선이었을 뿐이었다.

나는 늦은 밤이 되어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갔다. 새로 취직한 직장에서도 사표를 내고 말았다.
얼마 후 영훈 오빠 동네를 찾아갔다. 동네에서 패싸움에 가담이 되어 다쳤다며 윗방에 누워있었다. 지금까지의 시원시원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몸이 여기저기 만신창이가 되어 초췌한 모습이었다.
󰡒오빠! 얼굴이 왜 이렇게 된 거야? 성한 데가 한 군데도 없네? 한쪽 다리는 깁스까지 하고 아무것도 못 하겠는데 어떡해.󰡓
󰡒응 난 괜찮아. 이까짓 것쯤이야. 금방 낫겠지 뭐. 그런데 넌 여기 웬일이야! 우리 집을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 전화를 하고 오던지. 계집애가 겁도 없네?󰡓
󰡒오빠가 먼저 주소 적어줬잖아. 그리고 오빠랑 내가 같은 고향이니까 주소 보면 금방 찾을 수 있었지.
󰡒너 울 동네 다방에 가서 기다려라. 내가 그리로 갈게.󰡓
 나는 얼른 방문을 열고 그 집을 나왔다. 영훈은 목발까지 짚고 있는 행세가 동네 건달처럼 되어갔다. 그러나 작업복 외투에 추리닝 바지를 입은 지금 모습은 내가 생각해오던 사람이 아니어서 실망했다. 천천히 동네를 돌아서 오래되어 보이는 다방 간판을 보고 들어갔다. 곧 영훈 오빠가 들어왔다.
󰡒나는 이제 서울 일하던 곳에서 나왔다!󰡓
󰡒오빠. 그럼 준영 오빠는 어떻게 됐어?󰡓
󰡒어떻게 되긴 어떻게 돼? 그 친구는 시골집으로 내려갔고 나도 바로 집에 오게 된 거지. 넌 내가 보고 싶어서 온 게 아니고 그놈 소식 때문에 왔니? 솔직히 말해봐. 그런 거야?󰡓
󰡒뭐 그런 것도 있고…! 오빠도 궁금했고.󰡓
󰡒그놈은 너랑 헤어지고 충격을 많이 받은 거 같더라. 밥도 잘 안 먹고 비쩍 말라 가는데 좀 안됐긴 했어. 그리고 얼어 죽을 무슨 X 오빠냐? 지금 세상에. 그 자식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세상 물정 모르는 애들이라 답답증 난다. 둘 다 바보야. 서로 좋아하면 밀고 나가는 거지. 그러고 보면 둘 다 독종이다.󰡓
나는 딸기주스가 들어있는 유리잔을 만지작거리며 󰡐홀짝홀짝󰡑 마시는 척했다. 새콤달콤한 맛에 얼음덩어리가 들어있어서 뱃속까지 얼어버릴 것 같았다.
󰡒이젠 다 잊어버려. 이 오빠가 있잖아! 앞으로 우리 자주 만나자.󰡓
󰡒너 아까 우리 식구들 봤지? 우리 엄마 아버지는 너를 보고 며느릿감인 줄 아신다. 그래서 저녁 먹으러 델꼬 오라고 한다? 하하하. 아마 너를 잘 보셨나 봐.󰡓
󰡒뭐야! 오빠 난 아닌데… 내가 그렇게 인상이 좋게 보였나? 난 그럼 얼른 가야겠네. 다음 기회에 오빠 취직되면 보러 갈게. 얼른 얼굴 상처도 치료해야지. 사람들이 보면 깡패라고 하겠다.󰡓
나는 준영 오빠 소식을 듣고 싶어서 그 동네에 갔었다.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러갔다. 5년 뒤 혼인법이 개정되었다. 동성동본 혼인 금지가 폐지되었다. 8촌 이내의 혈족에게만 제한되었다. 이제 와서 내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The End-
이름아이콘 황영칠
2023-09-14 03:45
회원사진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장선희 작가님
금지인 사랑의 감지된 법이 개정되었군요.
이미 지나간 일을 독자들의 안타까움을 끌어내신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에 관심을 가지고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관심있게 배우고 공부하겠습니다.
행사날 뵙겠습니다.
장선희 황영칠 작가님 감사합니다
배우시다니요~황송한 말씀을요
그냥 흥미롭게 전개하고 싶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인데 평가해주세요
저도 항상 배우는 자세로 쓰겠습니다.		 9/14 16:53
   
이름아이콘 장계숙
2023-09-16 11:34
회원사진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아쉬운 결말이라 맘 아리네요.
동성동본 혼인금지법이
서로의 사랑을 가로막다니....
좋은 추억이라 하기엔 미련이 남네요.
삼각관계의 오묘한 심리전 잘 감상했습니다.
요즘이야 무슨 장애물이든 쉽게 부셔버리고
사랑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룰 수 없는 금지된 사랑에
시대를 탓해야겠습니다.
5편이 마지막 글이라 아쉬움으로 머물다 갑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름아이콘 최미봉
2023-09-26 08:48
회원사진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수고하셨어요
주신 소설책 잘 읽었습니다
잘 계시죠?
자상했던 웃음이 남아있는 송년회
잠깐 들렀다 갑니다
   
이름아이콘 최하정
2024-01-02 21:03
회원사진 		안녕하십니까
장선희 작가님 반갑습니다
12월에 등단하여 작가서제에 머물게되어
인사차 작가님의 멋진글에 들려 인사드립니다
감동적인 멋진글 배람하며

자주 뵈러 들어오겠습니다
좋은글 많이 집필하시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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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수필/혜화동 목욕탕 가는 길 장선희 2018-03-19
27 신인 소설 작가로 인사드립니다~ 12 장선희 201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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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소설/ 먼저 가신 어머니 날 부르신다- 5. 12 장선희 202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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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단편 소설/ 금지된 사랑-4 6 장선희 20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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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소설/ 새처럼 날고파-10 6 장선희 2021-03-16
12 소설/ 새처럼 날고파-9 2 장선희 2021-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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